의사 2명 중 한 명은 1년에 한 두번은 환자 및 보호자의 폭언과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진료결과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6일부터 5일동안 의료인 폭행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의사는 총 2034명으로 절반에 가까운 41%가 개원의, 35%는 봉직의였다.
의협 최대집 회장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의사 10명 중 7명꼴인 71%가 최근 3년 동안 응급실이 아닌 진료실에서 환자나 보호자에게 폭언 또는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은 1년에 한두번은 꼭 경험하고 있었다.
폭행을 경험한 의사 중 약 15%가 단순 폭언 뿐만 아니라 육체적 폭력에 노출됐고, 10%는 신체적 피해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봉합이나 수술, 단기 입원을 넘어 중증외상이나 골절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는 경우도 있었다.
폭언 또는 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는 진료결과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았고, 진단서와 소견서 등 서류발급 관련 불만 때문이라는 응답도 16%를 차지했다.
응답자 10명 중 6명(62%)은 환자에게 허위진단서 발급이나 이미 발급된 서류 내용을 허위 수정 하도록 요구 받은 경험이 있었다.
눈에 띄는 점은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한 환자나 보호자가 시간이 흘러 다시 같은 의사를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했다는 의사도 61%에 달했다. 이런 경우 의사들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호소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진료실 폭행 사건이 생겼을 떄 처벌 기준이 상향되는 등 그동안 입법적 성과가 있었다"며 "경찰도 의료인 폭력 사건에 대한 대응 매뉴얼도 만들고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등 대책을 계속 만들어 왔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의료진 폭행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실효적 대책을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의협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반의사불벌죄 폐지와 진료거부권 보장 등 폭력 예방을 위한 추가적인 입법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진단서 허위발급을 요구하거나 종요하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법규 신설도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의사는 성별, 연령, 신분에 관계 없이 모든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책무지만 자신을 폭행, 살해의도를 갖고 폭력을 행사하는 환자를 볼 수는 없다"며 "진료거부를 할 수 있다는 보건복지부 유권해석도 있는데 더 나아가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의협은 폭언, 폭력을 막기 위해 가장 실질적인 대안은 대피공간 마련이라고 판단, 이에 대한 국가 재정 투입도 제안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진료실에서 폭언이나 폭력 사건이 생겼을 피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나 시설이 있다는 응담은 전체의 6.9%에 불과했다.
최대집 회장은 "현장에 있는 의사들은 사고가 터지면 몸을 숨길 곳조차 없다"라며 "진료실 안에 대피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그나마 치명적인 피해는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닐까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피공간 마련은 개인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에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며 "의료기관 안전수가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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