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의사 국가시험도 막을 내렸다. 1월 필기시험을 마지막으로 의사 국가시험을 끝내고, 합격한 학생들은 대부분 인턴 준비에 한창이다. 그러나 매년 그렇듯, 어떤 시험에서나 그렇듯, 의사 국가시험에도 불합격자들은 존재한다. 이들이 불합격한 원인은 무엇일까? 모두 노력이나 역량이 부족했던 것일까?
의사 국가시험(이하 '국시')은 실기시험과 필기시험 두 형태로 나뉜다. 이렇게 나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9년, 부족한 임상 실습을 개선하고 필기시험과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하며 새로이 도입된 것이다. 도입 첫해부터 소송에 휘말리던 실기시험은 10년이 넘어가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고 매년 개선을 해나가는 중이다.
2017년에는 의과대학생 및 의사 6인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CPX(표준화 환자 진료) 6문항의 각 항목 ▲OSCE(단순 수기 문제) 6문항의 각 항목 ▲ 각 항목별 합격/불합격 여부 ▲항목별 응시자의 점수 ▲OSCE의 각 항목별 체크리스트 정보를 공개하라는 내용이었는데,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OSCE 항목별 체크리스트를 제외한 나머지를 공개할 것으로 판결내렸다. 이에 따라 2019년도부터는 실기시험 각 항목에 대한 합격/불합격 여부를 공개하고, 응시자 취득점수와 합격선을 공개했다.
2020년도 제 84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에서는 이의제기 제도를 최초 도입하기도 했다. 그 전까지 불합격자들은 왜 탈락했는지도 모르는 데다, 억울한 점이 있어도 이의신청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개선에도, 국시 응시대상인 의과대학생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들이 남아 있는 현실이다. 체크리스트의 비공개, 여전히 불충분한 피드백 기회 등이 대표적인 미해결과제들이다.
우선, 체크리스트가 공개되지 않은 이상, 구체적인 채점 기준을 알 수 없어 준비하는 데에도 모호함이 있고,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졌는지도 알기 어려운 것은 여전하다. 합격선과 취득 점수가 공개되더라도, 본인이 어떤 특정 행위를 해 그 점수를 취득한 것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점수공개로 일명 '깜깜이 시험'의 누명을 탈피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 입장에서는 뿌연 안개 속에서 준비하는 기분이다. 어떻게 해야 맞는 것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불안감 속에 시험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체크리스트 항목에 대한 평가를 내릴 시에 평가 교수의 해석이 다를 수도 있고, SP(표준화환자)의 실수나 집중력 부족, 주관 개입 등으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어떠한 보완장치도 없다. 피드백을 할 기회조차 없었고, 시험결과 재검토나 CCTV 검증은 국시원 측에서 공개할 수 없다고 명확히 밝혀왔다. 올해 처음 도입된 이의제기 제도는 범위도 '전산오류', '합격 여부 오류', '실기시험 진행과 관련된 명백한 오류'로 한정돼 있고, 이마저도 형식적이고 홍보 및 안내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시원에서는 실기시험이 절대평가라고 하지만, 항목별 합격선이 다르고 최종 합격선에 대한 심의과정이 투명히 공개되지 않아 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국시 실기시험이 매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시원에서 여러 소송이나 민원을 반영해 개선한 점도 많고, 앞으로도 CPX와 OSCE가 통합되면서 더욱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응시생들에게 남아 있는 여러 의문점들을 보면,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아 보인다는 것이다.
국시원에서 발표한 의사 국가시험[실기] 평가목표집 (2015.6.30.)에 의하면, 의사 국가시험[실기]의 평가목표는 궁극적으로 '역량을 갖춘 의사(competent physician)'를 배출함으로써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교육이라면 올바르고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공부하고 부족한 부분은 수정, 보완해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로 공부한다면,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도 없으며, 학생들은 국시를 합격하고도 어떤 점이 부족했었는지 알지 못한 채 의사가 돼버릴 수 있다. 이는 국시원에서 발표한 실기시험의 궁극적 목표와도 맞지 않으며, 불명확성으로 인해 기존의 도입 목적인 '부족한 임상 실습의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의대생들이 정확한 내용으로 공부해 환자들도 더 안전하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우리와 선배들, 후배들이 더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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