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의대 의학과 4학년 김기덕| "여러분들은 왜 의사가 지금만큼 돈을 번다고 생각해요? 의과대학에 온 이상 몇 년이 걸리든 여러분들은 의사가 될 것이고, 의사가 아닌 친구들에게 끊임없이 이런 질문들을 들을 거예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 따라 그 친구들과 멀어질 수도 있고, 여전히 잘 지낼 수도 있다. 그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잘 고민해보세요“
본과 2학년 환자-의사-사회 시간에 강의를 들어오신 교수님께서 처음 하신 질문이다. 보건 정책 관리(Health policy and management)를 전공하신 교수님께서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대로의 대답을 원하고 이런 화두를 던지진 않으셨을 것 같아 꽤 긴 시간 생각에 잠겼다.
"의대생은, 의사는 오랫동안/많이 공부하잖아"
주변에 많은 의대생들이 해당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다. 글쎄, 노력과 투자한 시간만큼의 결과를 주는 세상은 동화 속에나 존재한다. 열심히, 많이 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재수와 의과대학 생활을 거치며 충분히 깨달았다.
의대생과 의사들만 공부를 오랫동안, 많이 한다는 말에도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살면서 봐온 많은 공학 계열과 인문 사회 계열의 박사님들도 의사만큼이나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공부를 했다. 또 의사들도 그들 내에서 공부를 많이 하고 오래 한 사람이 꼭 더 많이 벌지 않는다는 데에 동의를 할 것이다.
"의사는 생명의 가치를 실현하는 직업이고, 생명의 가치에 따른 보상을 받는 법이다"
의사는 병원이라는 전장의 최전선에서 현장을 책임지며 진두지휘하는 사람이다. 현대 사회에선 본인이 창출하는 만큼의 가치에 대해 보상받는 법이고, 생명이라는 고귀한 가치를 실현하는 의사는 그에 대응하는 보상을 받는 것이 맞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하나. 생명은 고귀한 가치인 만큼, 동시에 보편적인 가치여야 한다. 모두가 영위할 수 있어야하는, 그러나 공급자에 충분히 그에 대해 보상해야 할 만큼 고귀한 생명의 가격은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둘. 생명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에 따르는 보상이라면, 왜 우리나라에서 생명의 가치를 가장 최전선에서 직접 실현하는 바이탈과의 의사 선생님들에게는 적은 보상이 따르는 걸까.
셋. 마찬가지로 함께 생명의 가치를 실현하는 간호사를 비롯한 다른 의료 활동 종사자들은 왜 조금은 다른 보상을 받게 될까.
각각의 주제만으로도 왜 그런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지면의 한계로 글을 줄인다.
"그럼 지금 의사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어떻게 결정이 될까"
사실 어떻게 보면 간단하고, 어떻게 보면 어려운 문제다. 의사들의 평균 수입을 결정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면허라는 배타·독점적인 권리, 다음으로는 사회적 결정 요인들인 경상 의료비, 그리고 총 의사의 수.
면허라는 배타·독점적인 권리를 의사에게만 주는 이유가 있다. 위에 서술한 생명의 가치를 국민들에게 실현함에 있어, 그 고귀하고 중요한 가치를 아무렇게나 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위해 의학교육인증평가, 의료기관평가인증을 비롯한 여러 엄격하게 그 질을 관리하는 제도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총 의사의 수를 제한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우리 사회의 한정된 재화와 용역을 투자해 가장 효율이 좋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하기 때문이다. 뢰머의 법칙을 비롯해, '더러운 손의 의사들'과 같은 의사 유인 수요에 대한 이야기는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의사는 불필요한 의료비만을 증가시킬 뿐이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서남대 사태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는 그렇게 많은 의사들을 길러낼 교육기관을 운영할 여력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경상의료비는 생각보다 단순하게 결정이 되는 편이다. 전 국민 건강보험, 그리고 실손 보험. 결국 국민들이 생명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만큼의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고 수준의 의료를 실현하지만, 여전히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경상의료비를 부담하는 나라에서 건강보험료 3% 상승은 올해도 국민들이 분노할 만한 일인 듯하다.
"앞으로는 어떨까"
나는 OECD health at a glance를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보는 편이다. Outlier에 따라 변화하고, 의료의 수준을 반영하지 못하는 평균은 집어던지고, 우리와 의료 수준이 비슷하거나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몇 나라의 지표들을 보자.
GDP대비 경상의료비(Health expenditure as a share of GDP). 미국, 16.9%. 일본, 10.9%. 영국, 9.8%. 한국, 8.1%. 우리의 눈높이에 맞는 진료를 위해서는 1.2배는 더 지불해야한다. 국민들은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국민 1,000명당 의사 수(Practising doctors per 1,000 population). 미국, 2.6. 일본, 2.4. 영국, 2.8. 한국, 2.3. 그리고 증가 추세는 상위에 있는 우리나라. 동의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의사의 수입은 의사가 결정하는 걸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25인 중 4명 남짓한, 16%의 의사가 보험 급여를 결정할까. 미용과 비급여 시장의 의사의 손은 과연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과의 팔씨름을 이길 수 있을까.
의사는 왜 돈을 벌어야 할까. 당신의 생명의 가치는 얼마인가. 당신은 당신 주변의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나. 당신은 당신이 의사가 아니라도 납득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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