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의전원 본과 4학년 심미정| 현재 창궐하고 있는 우한을 이해하기 위해 앞서 지나간 전염병들에 대해 배웠던 내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학이 발달하기 전 전염병은 인류의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기도 했다. 14세기 유럽에 있었던 흑사병은 페스트균에 의해 최소 7500만 명, 거의 전체 유럽인구의 1/3을 사망에 이르게 했고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나아가는 토대가 됐다.
이후 1500년대 경, 신대륙에 도착한 유럽인들은 원주민들에게 variola virus인 천연두를 전파시켜 손쉽게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할 수 있었다. 1918~1920년 세계 1차 대전 중 발생한 스페인독감은 H1N1의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이며 사망자가 2000만 명으로 전쟁사망자의 세배 정도였다. 이 병 때문에 전쟁이 빨리 끝났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의학과 위생의 발전으로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크게 줄었고, 1980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지구상에서 천연두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선언했다. 그런 선언이 가능할 정도로 여러 백신과 항생제들이 빠르게 개발됐다. 이렇게 감염병보다 만성질환과 건강증진으로 눈을 돌리던 중에 우리 앞에 신종전염병들이 나타나고 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20년 우한이라고 불리는 코로나19까지 말이다.
신종 전염병들의 유행은 교통수단의 발달로 여러 지역의 교류가 증가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동물에게도 동시에 감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특징이 있다. 또한 RNA바이러스는 균이나 DNA바이러스에 비해 돌연변이 발생확률이 높고, 사람이 걸려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지금의 과학이나 의학적 수준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발생하고 나서 알게 되니 그에 따른 치료와 예방도 사실상 어렵다. 바이러스를 분석해서 어렵사리 치료약을 개발해도 똑같은 약에도 치료 반응이 각각 다르고, 이내 곧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신종 전염병의 발생을 막거나 예방하는 방법은 아직 모를 수 있어도 이러한 전염병이 바이러스라는 미생물에 의한 것이고 전파를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그것도 생각보다 아주 간단하다.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잘 끼며, 사람이 많은 곳을 자제하고, 기침이 나올 때는 소매로 가리는 것, 열이 나거나 재채기 등의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 가는 것이다.
처음 한국에 우한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초반에는 나름 잘 대처하고 있는 것 같았다. 1월 20일 1명이던 확진자가 2월 중순 까지 30명이 안됐을 당시 나름 역학조사가 이뤄지고 대규모 전파를 막아보려는 노력이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 2월 23일 코로나19의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격상됐고 하루에 확진자가 200명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감염경로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28일 기준 확진자수는 총 3150명으로 3천명을 넘었다.
이렇게 까지 퍼지게 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공동체의식의 부재가 뼈저리게 느껴졌다. 국가에서 역학조사를 하고자 해도 할 수 없는 예상 밖의 상황이 많았다.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진료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특정 종교임을 숨긴다거나 일단 조심해야할 상황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마스크 등의 안전장비 없이 다닌다니는 모습. 또 중국 방문 이력을 물으면 없다고 한다든지 일반 진료를 받는 도중에 몇 차례 더 묻을 때 사실대로 말한다든지 하는 등의 예상할 수 없는 상황들이 사태를 이렇게까지 키우게 된 것 같다.
이렇듯 개개인의 공동체의식의 부재 속에서 국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맡기기에는 병원이나 국가도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돼 있다. 우리는 사용 가능한 입원실, 검사 시약, 인력 등이 한정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전염이 '의심' 된다는 사실만으로 병원에 오는 모두에게 우한 폐렴에 대한 모든 검사와 격리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점점 나위주로 돼갈 수밖에 없는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런 개인적이고 미숙한 공동체의식이 나, 가족 더 나아가서 국가에 큰 위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좀 더 성숙한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앞으로의 사태를 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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