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환자 분류 위해 접수 단계에서 '문진표' 작성 유도 병원 문 사이에 두고 전화진료 하는 '웃픈' 풍경도 펼쳐져
마스크와 체온 체크. 동네의원을 찾는 환자가 꼭 거쳐야 할 관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개원가 진료실 풍경도 바뀌고 있다.
11일 개원가에 따르면 특히 내과, 이비인후과 등 호흡기 증상 환자를 주로 보는 진료과 의원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출입 자체를 통제할 정도로 엄격하게 환자 관리를 하고 있었다.
서울 P내과 원장은 "대기실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쓰게 하고, 마스크를 안 쓰고 오는 환자에게는 미리 구비해놓은 덴탈마스크를 제공한다"라며 "체온도 37.5도 이상에다 감기 증상이라고 하면 아예 의원 문밖으로 직접 나가서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M내과 원장도 "기존에는 진료실에서 환자의 열을 체크했다면 접수 단계에서 환자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라며 "38.5도가 넘으면 선별진료소로 안내하고, 환자도 반발 없이 귀가한다"라고 말했다.
접수 단계에서 미리 문진표를 작성토록 하는 것도 바뀐 분위기 중 하나다. 의사를 만나기 전 '예진' 절차가 생긴 것. 내원 환자의 상당수가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인 이비인후과 개원가에서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경기도 M이비인후과 원장은 "이비인후과는 환자의 100%가 호흡기 증상을 호소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환자 분류를 위해 접수 데스크에서 호흡기 증상 여부에 대한 문진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진료실에서도 증상을 얘기하기 전까지는 마스크를 내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라며 "그렇다 보니 3일만 우선 지켜보자고 약만 처방하는 등 소극적으로 진료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라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외과계 개원가도 감염 위험 차단 위해 안간힘
정부가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전화처방을 황당하게 활용하기도 했다.
서울 H내과 원장은 "의원 1층에 있는 약국에서 처방전만 내려달라는 전화를 하는 환자도 있다"라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의원에 들어오기가 꺼려진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관계가 잘 형성된 환자라서 기존에 먹던 약을 처방했지만 웃픈 이야기다"라며 "1층으로 처방전을 내린 것도 전화처방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주 K내과 원장도 "의원 문 앞까지 와서도 두려운 마음에 문을 안 연다"라며 "문 앞에서 굳이 의원에 전화해서 증상을 설명하고 진찰을 받기를 원하는 환자들이 꽤 있다. 환자를 눈앞에 두고 전화진료를 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호흡기 증상 환자가 상대적으로 없는 외과계도 마스크와 체온 검사는 꼭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관계자는 "환자 체온 체크는 원래 하지 않았었는데 코로나19 사태 후 필수 요소가 됐다"라며 "지방 한 비뇨의학과 의원은 의료진 감염 위험을 막고자 접수 데스크와 진료실 책상 주위에 투명 아크릴판으로 벽을 설치해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전 S정형외과 원장도 "체온 체크와 해외 방문 이력은 접수 단계에서 반드시 확인하고 있다. 체온 검사는 환자가 먼저 요구하기도 한다"라며 "내원객과 접촉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될 수 있으면 보호자는 진료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고 전했다.
마스크 쓰는 방법부터 감염의 위험성까지 환자를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오히려 늘어나기도 했다.
서울 S산부인과 원장은 "코는 내놓고 마스크를 쓰고 있는가 하면 진료실로 들어올 때는 괜히 예의를 생각해 마스크를 벗기도 한다. 환자마다 마스크를 대하는 자세가 제각각인 것"이라며 "제대로 마스크 쓰는 방법을 안내해주면서 전염병의 위험성도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생활 방역으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 증가세 때문에 개원가는 다시 긴장하는 모습이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생활 방역 전환 후 환자들도 경계심이 좀 풀어져서 마스크를 안 쓰고 오는 경우가 있다"라며 "황금연휴 이후 한 번 더 확진자가 늘어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 안이해진 마음을 다시 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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