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단계에서 약식명령으로 상황 종료 사례도 다수 일선 병원들 "수사기관조차 강화된 법 인지 못하는 게 현실" 토로
진료실 폭행이 잇따르는 가운데 의료진이 폭행에 시달리는 또 다른 구역이 응급실이다. 법원은 의료진에게 폭행을 휘두른 주취자에 대해 실형을 잇따라 선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형의 수준이 벌금형에 그치고 있는 상황. 현장에서는 여전히 폭행의 두려움을 호소하며 수사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울산지방법원은 최근 술에 취해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입원을 요구했고, 의사가 이를 거부하자 욕을 퍼부으며 난동을 피운 60대 K씨에 대해 응급의료에관한법률 위반을 적용, 징역형을 선고했다.
K씨는 술에 취한 채 119 구급대에 의해 울산 A병원으로 후송돼 진료를 받았다. K씨는 입원을 요구했지만 의사는 입원 필요성이 없고 미납 치료비가 있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했다.
K씨는 의사를 향해 "돌팔이 의사"라고 비난하며 "대한민국 복지국가에서 이래도 되나, 수액을 놔달라"고 2시간 동안 소리 치며 욕을 했다.
사흘 후, K씨는 다시 A병원에 실려왔다. K씨는 또 입원을 요구했지만 의사를 이를 거부했고 응급실에서 한 시간 정도 난동을 부렸다.
재판부는 "응급환자들이 제때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저해하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는 평소 K씨의 행태 때문에 가중된 형벌이다. K씨는 이미 사기죄 등으로 약 3년 동안 징역을 살았고, 출소 후에도 동네 술집에서 무전취식을 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해 형벌이 가중된 것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폭행의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응급의료종사자에게 폭력을 휘둘러 상해나 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자에게 처벌을 가중하도록 응급의료법이 개정됐지만 법원 판단은 '벌금형'에 그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실제 대법원은 최근 만취 상태에서 진료를 받든 환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간호사에게 큰소리로 욕설을 하며 소란을 피운 환자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한 간호사에게 코로나 환자 취급한다며 욕하고 목을 조르는 등의 폭행을 한 10대 환자에 대해서도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환자는 술에 취해 응급실에 실려왔다.
법적 다툼까지 가지 않고 검찰 수사 단계에서 약식 명령으로 상황이 종료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 지난해 검찰에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접수된 사건은 774건으로 검찰은 이 중 절반에 가까운 361건(46%)을 공판까지 가지 않고 구약식 처분했다. 피의자를 구속 처분한 것은 17건에 불과했다.
올해 4월까지 통계를 보면 256건의 사건 중 94건(36%)을 구약식 처분했다. 피의자가 구속 처분 된 건은 2건에 그쳤다. 물론 이 통계는 응급의료법 위반에 대한 것으로 의료진 폭행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이는 모두 수사기관이 강화된 응급의료법 조항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이전 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응급의료법 위반에 대한 벌칙을 규정하고 있는 60조 1항에 따르면 응급의료 종사자를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반면 60조 2항은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 손상, 점거한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수사기관이 폭행을 휘두른 가해자에게 신설된 1항보다 2항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한 종합병원 법무 관계자는 "지난해 폭행을 당한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법이 강화됐지만 수사기관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타박상만 있어도 강화된 법을 적용할 수 있지만 이전 법을 적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폭행을 휘두르는 환자들은 관련 법을 잘 모른다고 해도 수사 기관은 폭행에 보다 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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