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본과 2학년 김요섭|정부는 연간 배출되는 의사 수 정원을 적어도 400명 이상은 더 늘려 공공의료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감염내과 전문의, 예방의학과 전문의 등 COVID-19 관련 분야 인력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낮은 전공과 의사들을 충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위 인구 당 의사 수를 늘린다고 보건 의료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다.
인구 당 의사 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TOP7은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리투아니아, 스웨덴,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로 꼽힌다. 그렇다면 의사 수가 많은 나라들은 COVID-19에 대한 방역과 치료과정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대처했을까?
인구 당 의사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5.1명) 오스트리아는 약 900만 명의 인구 중 0.2% 이상인 1만9천여 명이 감염되어 710명이 사망하였으며 노르웨이 또한 전체 인구의 약0.2%가 감염되어 인구비율 대비 감염자 수와 사망자수는 우리나라의 10배에 이른다. 우리나라와 인구가 비슷한 이탈리아는 약 24만 명이 감염되어 약 3만5천여 명이 사망하였고, 독일도 약 20만 명이나 감염되어 방역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스웨덴은 코로나 방역을 포기하고 사실상 방치해 1,012만 명의 인구 중 7만6천여 명이 감염되었고 그 중 5,540명이 사망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인구의 0.025%인 1만3천여 명이 감염되었고 그 중 289명이 사망하였다.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방역과 치료 성적을 보인 것이다. (참고자료: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
연간 의료인 400명 추가 양성에 들어가는 비용을 공급보다 수요가 높은 영역의 의료수가를 높이는데 사용하면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의료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까지 의사 1인당 교육·수련비용이 8억6700만원에 달한다는 결과가 있다. 400명의 전문의를 양성하는데 3468억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목표대로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하게 된다면 3조4680억 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비용을 정책적으로 잘 활용하여 의료수가를 조절하면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공급에 비해 수요가 높은 진료에 대해 수가를 높이면 된다)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 공급을 높일 수 있고 의료전달체계까지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기사: http://www.medicaltimes.com/Users/News/NewsView.html?ID=1131845)
무작정 의사수를 늘리면 우리나라 의료인의 전문성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의사들에 대한 급여가 낮은 국가에서는 의대 교육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젊은 의사들이 해외로 이민 가는 것이 매우 흔한 일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의료수가를 높이지 않고 무작정 의사 머리수만 늘려서 의사들의 기대급여가 낮아지게 된다면 훌륭한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될 것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리고 한국에 남아 경쟁에 내몰린 의사들은 본인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마케팅과 영업에 더욱 열을 올려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환자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또한 수가는 그대로인데 단순히 의사 수가 늘어났다고 해서 삶의 질도 낮고 급여도 낮은 학과에 지원자 수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며, 서울에 있는 유명한 병원에 환자 쏠림 현상이 생기는 것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학령인구는 감소하는데 의대생 숫자만 더 늘린다는 것은 결국 미래 세대의 교육과 산업 생태계에 큰 교란을 일으키는 행위이기에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참고기사: http://www.medicaltimes.com/Users/News/NewsView.html?ID=1097133).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가 오면 진료 보는 의사가 지금처럼 많이 필요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지원이 포함된 뉴딜정책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젊은 의대생/의사들은 일찍이 IT 교육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에 긍정적인 편이다. 따라서 곧 다가올 미래에는 비대면 진료, 디지털치료제, 의료 인공지능 (IBM왓슨, 루닛, 뷰노 등) 등 새로운 기술들이 합법화될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핵심 축으로 자리를 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를 웨어러블 장비를 통해 24시간, 365일 모니터링 하는 기술이 상용화‧표준화될 경우, 의사들의 진료 효율성이 높아지고 지역에 따른 격차가 해소된다. 따라서 의사수가 적은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며 지금부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중대한 정책 결정을 하려면 기대효과, 예산, 부작용 등 예상 시나리오에 대해 깊이 있는 검토를 거쳐야 하는데 현 정부는 지금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비가역적으로 바꿔버릴 사안들에 대해서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정책으로는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 수가를 먼저 반영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 같은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으니, 무작정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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