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에 대비해 8월 중 설치 예정인 호흡기전담클리닉 실효성 문제가 강도 높게 제기되고 있다.
전국 500개 설치를 목표로 한 호흡기전담클리닉 개설 당사자인 동네의원과 보건소 모두 난색을 표해 사업 진행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21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국 보건소 254개소에 호흡기전담클리닉 개설 지침과 지원 예산 요청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한국판 뉴딜 정책 방안에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를 공식화했다.
3차 추경에 따라 올해 500개소 이어 2021년 500개소 등 1000개소 설치를 목표로 호흡기 및 발열 증상을 사전확인 조치하고, 내원 시 안전진료가 가능한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화상 진료기기와 음압장비 구입 등 호흡기전담클리닉 1개소 당 1억원의 시설 설비예산을 지원한다.
복지부는 전국 254개 보건소에 보건소 자체 개방형 호흡기클리닉과 의원급 호흡기클리닉 500개소 설치를 위해 개소 당 1억원씩 총 5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보건소는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이미 선별진료소에 의료인력을 투입한 상황에서 별도 호흡기클리닉 설치와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시했다.
여기에 시도의사회 도움을 받아 의사 인력을 운용하는 보건소 호흡기클리닉에 대한 개원가 반응은 차갑다.
모 지역 보건소장(의사)은 "복지부로부터 최근 호흡기클리닉 설치 관련 공문과 예산 요청 공문을 받았다. 코로나 재유행에 대비한 취지를 알겠지만 전국 500개소 설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면서 "보건소의 경우, 이미 선별진료소에 관리의사와 공중보건의사를 투입한 상황에서 보건소별 시설 마련과 의료인력이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청와대 보고와 추경 특성상 복지부 입장은 이해하지만, 호흡기전담클리닉 500개소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잉여 예산은 투입되는 의료인력 지원방안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지역 내 국민안심병원과 사실상 동일한 기능인 호흡기클리닉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보건소장은 "지역의사회에서 의원급 호흡기클리닉을 신청하거나 보건소 개방형클리닉을 지원한다는 얘기가 없다"며 "예산을 받았으니 호흡기클리닉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구비해 8월 중 시행해야 하나 답답한 심정이다. 다른 지역 보건소장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보완책을 주문했다.
전남의사회 이필수 회장은 "의원급 호흡기클리닉은 환자 감소 등을 이유로 의사들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 "의사들의 보건소 호흡기클리닉 지원을 위해서는 몇 명이 올지 모르는 환자 수에 따른 청구가 아닌 투입시간에 대한 정액 보상이 필요하다. 공적 역할인 만큼 혹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면제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현 보건소 호흡기클리닉에 지원한 의사의 별도 인건비 보상책은 없는 상태다.
다만, 의원급 호흡기클리닉과 동일하게 보건소 방문 환자 당 급여 비용(감염병관리료 추가)을 개별 청구할 수 있다.
복지부는 오는 9~10월 독감 환자 유행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보건의료정책과(과장 김국일)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점은 알고 있다. 보건소 호흡기클리닉 지원 인력에 대한 인건비 보상은 현재 없다. 추경 논의 과정에서 정액지원도 제기됐지만 의원급 호흡기클리닉과 동일하게 환자 수에 따른 청구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사고 책임 소재 관련, "의사의 자율성을 존중한다. 어떠한 의료사고가 발생될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의학적 판단에 입각한 결정은 존중하며 일반 진료와 동일하게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호흡기클리닉 500개소를 반드시 개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건소와 의원급을 통해 다가올 환절기 독감 유행에 대비해 코로나 환자 혼재된 상황의 의료적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이라며 "신규 사업인 만큼 진행 과정에서 의료현장 의견을 수렴해 수정 보완해 나가겠다. 호흡기클리닉 모형은 의료단체와 일정부분 협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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