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국진 이비인후과의사회 회장 박국진 회장, ENT개원가 위기감 호소…표준진료지침 마련 요구 "상당수 50~70% 환자 감소…현재보다 미래가 더 걱정" 토로
개원가가 코로나19 여파로 경영 직격탄을 맞았지만 장기화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많은 전문과목이 회복세로 돌아선 상황. 하지만 소아청소년과와 더불어 이비인후과는 여전히 반등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이비인후과 특성상 호흡기 환자 진료가 많아 '낙인'이 씌워진 채 환자의 외면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불안함', '우려'', '심각성'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이비인후과의사회 박국진 회장이 꼽은 현 상황에서 느끼는 대표적인 키워드. "비상구가 없으니 버틸 수밖에 없다"고 전한 박국진 회장은 경영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향후 전망도 안개속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비인후과 개원가 대부분이 적어도 50%에서 70%의 환자수가 줄어 직접적인 경영 타격을 입었지만 심각한 것은 언제까지 진행될 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며 "일부에서는 이비인후과 약을 먹으면 학교나 유치원을 오지 말라고 하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이비인후과에 대한 오해와 낙인이 만연하게 퍼져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오는 28일 예정돼있던 춘계학술대회를 취소했다. 회원들의 여론조사결과 상당수가 학회를 진행하는데 반대했기 때문.
이비인후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이 모인 학회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 박 회장은 "학술대회 취소는 회원들이 그만큼 예민하고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압박을 받고 있단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앞서 이비인후과의사회가 회원들을 대상(588명)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45%가 폐업을 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해 개원가의 경영난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박 회장은 "실제 폐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만큼 경영상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완전히 벼랑 끝에 선 상태로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가령 일반적인 상황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다면 의원 이전이나 휴업이나 폐업 후 봉직의 전환이라는 선택도 고민해보겠지만 전국적으로 이비인후과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 어려움을 껴안은 상태로 버티기를 선택한다는 의미다.
메디칼타임즈가 박국진 회장을 만날 당시부터 박 회장은 장갑, 마스크, 페이스쉴드 등 4대 보호구를 이미 착용하고 있던 상태. 이처럼 개원가에서 조심하는 것과 별개로 확진자가 거쳐 갈 경우 무차별적인 격리에 들어가 개원가의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박 회장 또한 확진자가 거쳐 가면서 2주간의 격리 기간을 경험한 바 있다. 박 회장에 따르면 이비인후과 개원가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가 의원을 휴업한 회원은 약 80명 정도로 이중 양성이 나온 의사는 없었지만 무조건 자가격리를 이어가 부정적 인식이 더욱 강해졌다는 주장이다.
박 회장은 "이비인후과 진료 특성상 확진자가 다녀갈 수 있지만 검사 후 음성이 나온다면 능동감시로 전환해야하지만 과도한 격리가 이뤄졌다"며 "격리나 동선 공개로 인한 낙인 효과 등 피해를 2중 3중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이비인후과 진료의 특성에 맞는 지침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비인후과 환자들은 마스크를 내리고 진료를 해야 하고 정상적인 진료를 했을 때 과도한 격리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진료지침 마련이 필요하다"며 "환자 진료 시 의료진이 불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최소한 이비인후과 진료특성을 고려한 표준지침이라도 달라고 공문을 보내 요청한 상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월 이비인후과의사회를 새롭게 이끌 수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박 회장은 취임 반년이 지났지만 코로나로 인해 구상했던 여러 현안을 추진하지 못하는 점도 고민거리 중에 하나.
박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의사회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다른 회무보다 하반기 독감 유행 등을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언급했다.
박 회장은 "독감이나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는 시기가 되면 더 심각해지고 이비인후과 개원가가 겪은 어려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급성호흡기클리닉 등을 제시했지만 1인 개원의가 참여하기는 쉽지 않고 실질적 대안이 안 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영 어려움은 제외하고라도 이비인후과 환자가 불안함 없이 외래를 방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정부가 이비인후과 환자들이 진료를 주저하지 않도록 표준지침 마련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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