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코로나가 재유행 가능성을 보이면서 진료 가이드라인 제·개정을 준비하던 의학회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수년간의 논의 과정과 추진 절차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준비했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 또한 국가 과제를 수주한 학회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가이드라인 제·개정 작업 차질…"불가피한 상황"
전문과목 학회인 A학회 이사장은 27일 "가이드라인 작업을 끝내놓고도 아직까지 발표 하지 못한 상태"라며 "차선책으로 추계 학술대회를 이용해 발표하는 방안을 계획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이마저도 쉽지 않을 듯 하다"고 털어놨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가이드라인 제·개정 작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실제로 A학회는 지난 2018년부터 검사와 수술, 약제를 아우르는 대대적인 진료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을 진행해 왔다.
2019년 가이드라인 초안을 완성하고 2020년 춘계학술대회를 통해 이를 발표하는 것이 A학회가 기획했던 로드맵.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대유행이 수개월째 지속되면서 이러한 로드맵은 이미 무산된지 오래다.
가이드라인 초안은 이미 마련된 상태지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청회 등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춘계학회로 예정됐던 발표를 추계학회로 미뤄놨지만 코로나 2차 대유행이 가시화되면서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태에 놓였다.
A학회 이사장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춘계학술대회에서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공청회 등 회원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어야 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기약없이 연기되고 있다"며 "지금 상황을 고려하면 공청회 등의 절차를 생략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고 전했다.
위원회 운영 자체 한계…국책 과제도 줄줄이 연기
이는 비단 A학회만의 상황은 아니다. 전문과목 학회인 B학회도 5년마다 진행되는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을 진행중이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한발짝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가이드라인 작업 뿐 아니라 국책 과제 등도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가이드라인 개정을 위해 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회의는 물론 의견 교환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 학회는 올해 하반기로 계획했던 개정판 발간을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고심중인 상황. 지금으로서는 개정 작업 논의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B학회 전 이사장은 "학회 창립 이래 매 5년마다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내놨는데 올해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지침 개정 위원회에 고문으로 참석하고 있는데 위원회가 구성된 이래 수개월이 지나는 동안 단 한차례 회의한 것이 전부"라고 귀띔했다.
국가 과제를 수주한 학회들의 고민도 깊다. B학회와 이유는 유사한 상황. 코로나 대응에 연구자들이 총 동원되어 있는데다 위원회 논의 자체가 어려운 원인이다.
C학회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학회는 지난해 대규모 국가 과제를 맡아 보도자료는 물론 기자간담회까지 열며 이에 대한 기대감을 내보였지만 올 8월로 예정됐던 결과 보고를 내년으로 연장한 상태다.
전문과목 특성상 교수급 인력까지 코로나 대응의 최첨병에 투입되고 있는 만큼 과제를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이유다.
C학회 학술이사는 "일단 두건의 과제 전부 정부에 결과 보고 연기를 요구했고 모두 받아들여진 상태"라며 "코로나 대응에 전공의 파업으로 진료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 지금 무슨 연구를 얘기할 때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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