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의대 의학과 3학년 최윤정|코로나19로 떠들썩했던 2020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료진들은 '코로나 전사', '코로나 영웅'으로 칭송받았으며, 유행처럼 유명인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덕분에'라며 의료진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전까지 '의사'는 사회적으로 사명감과 희생을 강요받던 직업이었고,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이익을 추구하는 순간 '이익집단'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른바 코로나 시대에 이르러 사회가 의료진들을 향해 존중을 표하며 이들 사이 관계가 조금은 회복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순간에 상황은 뒤바뀌었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 최전선의 현장에서 묵묵히 희생한 의료진들에게 한마디 없이, 정부는 7월에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의대 정원 확대와 더불어 첩약 급여화, 의료 일원화 등에 대한 정책 추진에 반발한 의료계는 8월 7일 전공의 파업을 시작으로, 8월 7일부터 14일까지 의대생 수업 및 실습거부가 진행되고 있으며, 8월 14일 의사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SNS에는 대한의과대학학생협회의 시작으로 많은 의대생 및 의사들이 일명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통해 기존 정부의 '덕분에 챌린지'를 비틀어, 코로나 사태의 극복을 위해 헌신한 의사들을 기만하는 정부를 규탄하며 점점 더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각이 계속되고 있다.
2000년 의약 분업 파업 이후, 20년 만에 의사 총 파업이 결정된 것, 그리고 전국 의대생들이 집단 수업 및 실습 거부를 결정한 것은 정말이지 많은 국민들이 주목해야 할 상황이다. 24시간 전공의 파업 등 젊은 의사 단체행동을 선포한 이후, 정부는 의료공백이 우려된다며 의료계에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미 속보를 통해 의대 정원 확충은 국민과 국가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강조한 상황이었다. 대화를 통해 의료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보건의료제도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정부의 표면적인 말과는 다르게, 언론을 통해서 마치 이미 답은 정해져 있음을 보여주는 현 정부의 본모습에 의료계는 다시 한 번 의사 총파업에 강력한 의지를 표하고 있다.
이렇듯 계속되는 어긋남의 원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진정한 대화의 부재이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가 대화와 소통을 원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대화는 무늬만 대화이기 때문에 소통이 전혀 되고 있지 않다.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입을 모아 이번 정책의 잘못된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정부는 전혀 듣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의료계의 처절한 외침을 곡해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집단행동'이라 말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진정한 대화를 원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을까?
두 번째로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사회에 잘 전달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뉴스를 보거나 인터넷에 들어가 여러 언론사의 기사를 보더라도, 의료계가 정책을 반대하는 이유, 의사들의 파업 이유, 의대생들이 왜 수업 및 실습을 거부하는 지에 대해 자세히 다룬 기사는 생각보다 많이 볼 수 없다.
혹시라도 정보의 부족으로 단순히 이번 사태를 밥그릇 싸움으로 오인할 수 있는 국민들을 위해, 많은 의사 및 의대생들이 지금까지 대두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된 정책들의 내용과 반대 근거들을 보기 쉽게 카드뉴스나 영상, 그리고 직접 사이트를 개설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외에도 의대생들은 8일간의 수업 및 실습거부 기간을 활용해 헌혈릴레이와 봉사활동, 1인 릴레이 시위 등을 자발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와 여러 사건·사고들에 대한 기사들에 묻혀, 아직까지 사회에 큰 울림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강한 의료사회를 꿈꾸며, 더 나아가 건설적인 소통을 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선 정부가 그토록 주장하는 '진정한 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포퓰리즘적인 정책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정책이라 말하고 싶다면,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전문가의 의견에, 아니 전문가 이전에 같은 국민인 의사들의 외침에 조금이라도 귀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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