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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도 대답없는 호흡기클리닉...종병 확대에도 무반응

이창진
발행날짜: 2020-11-10 05:45:58

보건소 15곳·병원 26곳·의원 1곳…개원가 "코로나 환자진료 낙인 우려"
국회, 엄격한 시설기준·대상 확대 지적 "환자쏠림 등 의료체계 왜곡 야기"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 동시 유행에 대비한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율이 당초 목표치의 10%에도 못 미쳐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보건당국은 지자체 의견을 수용해 종합병원까지 호흡전담클리닉 설치를 허용하며 연내 확대에 주력하고 있으나 사업 초기 기대한 의원급 참여 부족으로 난관이 예상된다.

9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10월말 현재 보건복지부에 신고된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 현황은 총 42개소로 보건소 15개소와 중소 병의원 27개소이다. 이중 의원급은 1개소에 불과했다.

복지부는 최근 종합병원의 호흡기전담클리닉 신청을 허용했다.
당초 복지부는 코로나19 추경 예산을 통해 2020년 12월까지 호흡기전담클리닉 500개소를 목표로 500억원을 편성했다.

복지부는 호흡기전담클리닉 신설을 통해 코로나19에 따른 호흡기 증상 환자의 진료공백을 메우고,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다른 환자와 의료기관 안전을 확보한다는 취지였다.

지정된 호흡기전담클리닉 1개소 당 1억원의 예산은 이동형 음압기 설치(자연환기), 공기흐름제어기, 산소발생기, 이동형 방사선촬영기, 혈압계. 체온계, 산소포화도측정기 등을 지원한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지자체 보건소 시설 구축과 지역의사회 의사 참여인 '개방형 클리닉'과 신청 병의원을 지정 지원하는 '의료기관 클리닉'으로 나뉘어져 있다.

예산 지원에도 불구하고 병의원, 특히 의원급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복지부는 개방형 호흡기전담클리닉 참여의사의 보상 방식을 감염예방관리료를 포함한 행위별수가에서, 1일 8시간 기준 50만원인 정액수가(시간 당 6만 2500원)로 변경했다.

하지만 의원급 참여는 1곳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여기에는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 기관에 따른 낙인 효과 불안감이 내재되어 있다.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 의료기관 지원 내역.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단순한 수가 문제만이 아니다. 복지부 지정 호흡기전담클리닉 간판을 내걸면 소아와 성인 등 일반 환자들이 내원을 꺼릴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크다"면서 "환자 감소는 경영악화와 직결되므로 호흡기전담클리닉 신청을 주저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국회 역시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은 "의원급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시 오히려 환자들이 내원을 꺼려 환자가 감소할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호흡기전담클리닉 시설기준을 보면, 독립건물이거나 복합건물의 경우 출입구와 공조 분리 등을 요구하고 있어 실제 의원급이 지정받기 어려운 구조"라고 꼬집었다.

복지부는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 수를 높이기 위해 최근 종합병원으로 참여 대상을 확대 허용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한국판 뉴딜 정책 발표에 이어 지난 10월 내년도 정부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호흡기전담클리닉 올해와 내년 각 500개소 설치를 통한 국민들의 감염병 관련 안심진료를 약속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들의 요구로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 대상을 얼마 전 종합병원으로 확대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종합병원은 호흡기전담 의료인력과 공간을 갖추고 있어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 수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호흡기전담클리닉 당초안에는 의원과 병원으로 대상을 제한했다.
하지만 호흡기전담클리닉 대상 확대로 인해 의료 양극화를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국회 수석전문위원실은 "호흡기전담클리닉 종합병원 지정대상 확대는 본래 사업 취지와 부합하지 않고 오히려 환자 쏠림 등 의료전달체계 왜곡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석전문위원실은 "목표 설치 수 충족을 위한 무리한 추진보다 적정수준의 호흡기전담클리닉이 효율적이고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현 집행 결과와 수요 현황 등을 재점검하고 사업계획을 합리적이고 탄력적으로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복지부 내년도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제기됐다.

야당 의원들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위원장 권칠승)에서 내년도 호흡기전담클리닉 500억원(500개소 설치)의 집행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전액 감액, 절반 감액 등을 주장했다.

복지부는 코로나19와 호흡기, 발열 환자 진료공백을 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프라라며 '수용 곤란' 입장으로 맞섰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호흡기전담클리닉 올해 500개소 설치를 담은 한국판 뉴딜 정책 발표 모습. (사진 청와대)
격론 끝에 호흡기전담클리닉 내년도 500억원 예산안을 수용하되, 부대의견으로 '500개 호흡기전담클리닉 연내 설치 집행 완료' 단서를 달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 지적을 수용해 연내 최대한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를 늘리는데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중소병의원에서 종합병원으로 대상을 확대한 만큼 지자체와 의료기관의 참여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급 참여는 국민들의 코로나 불안감과 맞물려 다소 시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정부가 코로나 방역 히든카드로 제시한 호흡기전담클리닉 사업이 의원급 외면 속에 자칫 중소병원과 종합병원 경증환자 진료의 새로운 블랙홀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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