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유통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갑질 논란 등 불공정 거래를 바로 잡기 위한 표준 계약서가 마침내 도입된다.
지나치게 유통 구조가 복잡한 의료기기 산업의 특성상 불평등하거나 불공정한 거래 계약이 많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구속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러한 사업을 주도한 유철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통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위원장(쥬비코퍼레이션 대표이사)은 메디칼타임즈와의 만남에서 표준계약서가 의료기기 유통 표준화의 첫 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유철욱 위원장은 "의료기기 산업은 제약 산업과 다르게 유통 구조가 상당히 복잡한데다 영세한 기업들이 많아 거래 계약에 불평등과 불공정한 요소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며 "이로 인해 양자간의 갈등도 비일비재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공급자와 간납사, 대리점간에 최소한의 신뢰 관계를 가져가고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기 위해 수년전부터 TF를 구성해 표준계약서 마련을 추진해 왔다"며 "의료기기 유통 구조를 투명화하는데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통 구조의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기 위한 기틀인 만큼 이 표준계약서에는 그동안 갑질 논란으로 번졌던 사안들에 대한 내용들이 세세하게 담겼다.
대표적으로 상당수 명시조차 되지 않고 있던 계약 기간을 명확히 4년으로 명시토록 했으며 대금 지불 형태와 조건에 대해서도 세부 조항을 넣었다.
또한 만약 연체가 발생할 경우 이자율을 6%로 명시해 연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과 마찰을 바로잡기 위한 장치를 만들었다.
유 위원장은 "사실 지금까지 의료기기 유통에 대해서는 계약서가 상당히 일방적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로 인해 소송 등 갈등이 일더라도 재판부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과거 관행적으로 요구하던 불공정한 행위들을 명확하게 명시해 이를 바로잡기 위한 장치들을 만들었다"며 "또한 해지 조건과 계약 기간, 담보, 연체 이자 등을 명시해 부당한 경영 간섭이나 일방적인 통보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남아있다. 일단 표준계약서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데다 사실상 대리점법에 의한 것인 만큼 갈등의 핵심인 간납사에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철욱 위원장은 법적 구속력이 없더라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서 충분히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접 발표하는 표준계약서인 만큼 다국적 의료기기 기업이나 대형 공급사 입장에서도 이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
유철욱 위원장은 "표준계약서는 당자사간의 계약을 명시하는 것인 만큼 법적 구속력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가장 강력한 효과는 공정위나 법원 등에 갈등 조정이 있을 경우 판단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그러한 면에서 아무리 다국적 기업이나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자신들의 공급 계약서를 계속해서 주장하는데는 한계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바뀌진 않겠지만 점진적으로 표준계약서를 차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간납사 문제도 표준계약서를 계기로 새로운 판을 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비록 표준계약서 적용 대상으로 포함시키지는 못하지만 결국 이러한 움직임 자체가 간납사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다.
유 위원장은 "간납사가 의료기기 산업에만 있는 특수한 구조라는 점에서 표준계약서를 통한 구속은 힘들 수 있다"며 "하지만 공정위에서 간납사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제보 채널을 열었다는 것만으로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됐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결국 앞으로 공정거래법 등을 통해 또 다른 제도를 만들 수 있는 창이 열린 것"이라며 "의료기기협회 차원에서 표준계약서에 대한 꾸준한 홍보와 동시에 다양한 채널의 제보를 통해 간납사의 불공정 행위들을 지적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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