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30일부터 의료기관의 장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45조제2항에 따른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2020. 12. 29. 일부개정된 의료법(법률 제17787호)의 제·개정이유에서는, “현행법에서는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비급여 진료비용과 제증명수수료 비용을 환자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은 관련 현황을 조사ㆍ분석하여 그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나, 일부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를 받을 것을 사실상 강요하여 환자에게 과도한 진료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감독이 필요한 상황인바, 의료기관 개설자가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항목, 기준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려는 것임.”을 비급여진료비 보고의무의 도입 이유로 밝히고 있다.
보고 방식과 빈도, 항목 등은 보건복지부고시 제2021-100호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으니 확인 후 놓치지 않도록 하자.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것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급여진료비 확인 서비스를 이용하면 환자는 비급여진료비 확인 신청서를 작성하여 그 적정여부를 판단 받을 수 있다. 진료평가심사위원회에서 비적정한 비급여진료비로 확인되면 병원에 환불 의무까지 발생한다.
이처럼 이미 환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존재하는바, 개정법을 통해 과도한 진료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사례를 감독하려 한다는 입법 취지에는 쉽게 공감되지는 않는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급여화 등으로 정의할 수 있는 현 정권의 정책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 전국 의료기관의 비급여 수가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각 의료기관의 매출과 수익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는 말이 차라리 솔직하지 싶다.
그렇다면 향후 어떤 것들이 문제가 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쟁점은 비급여비용 책정의 적정성에 관한 공식·비공식적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비급여진료비용은 각 의료기관이 정하기 나름이고, 여기에 국가 또는 기타 감독기관이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므로, 지금까지는 특정 병원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었다.
일례로, 필자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보험사는 “특정 병원의 비급여진료비용이 높다는 점”, “그것이 환자의 실손의료보험금 청구로 이어지며 보험사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하나의 쟁점으로 삼으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는데, 현재는 그 근거로 “병원급” 의료기관의 평균 수가만을 데이터로 제시하고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진료비 데이터만 공개되기 때문에, 그 데이터를 제시하며 타겟 의료기관이 “비싸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발상 자체도 어이없지만, 병원급 의료기관의 수가와 개원가의 수가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긴 어렵다는 논리로 반박이 가능했다.
하지만 향후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비급여진료비 데이터가 전부 공개된다면, “당신이 운영하는 의원만 왜 이렇게 비싸?”, “같은 지역에 있는 의원 중 유독 비싼데?” 라는 공격과 함께 구체적인 데이터가 제시될 것이고, 사실상 비급여진료비를 통제, 하향 평준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좋은 시설에서 더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최신 의료장비로 시술을 하더라도, 선동에 능한 전문가들의 작업이 이루어지면 그냥 “비싼 병원”으로 공개되고 낙인찍힐 것이다. 정보의 수집과 가공, 공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평균의 함정 기타 통계의 오류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이식형결찰사를 이용한 전립선결찰술’의 적응증 나이 제한과 관련한 보험사와 의료기관과의 분쟁을 보더라도, 보험사들은 젊은 환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의사가 배상하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타켓 의료기관의 ‘비급여진료비가 비싸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보험금 청구 데이터의 평균값과 비교했을 때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은 베나실(하지정맥류), 백내장, 도수치료 등의 영역에서도 꾸준히 문제되고 있다. 각 시술별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평균 진료비, 최고 진료비 등이 낱낱이 공개되면 이런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논란은 사실 전면 급여화라는 큰 흐름에 있어서는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많은 의료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도 자신이 주로 시행하고 있는 비급여항목이 급여로 전환되는 문제일 것이다. 수집한 비급여진료비용 데이터가 향후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그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예측할 수는 없지만 급여화 과정에서 의료계에 불리한 자료로 사용되리라는 점은 꽤나 명확해 보인다.
급여화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의 예로 ‘눈 초음파 및 계측검사’를 들 수 있겠다. 검사비가 급여화 되면서 개원가의 의료기관들은 궁여지책으로 다초점렌즈 비용을 상향 조정하였는데, 일각에선 이를 두고 ‘불법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검사비가 급여화 되면서 병원의 수익이 줄어들었으므로,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다른 비급여진료비용을 상향 조정했다.” 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렌즈값을 올린 안과 의사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만약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진료비가 전부 공개된다면, 가격을 변경한 의료기관, 그렇지 않은 의료기관을 비교하며 더 큰 잡음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비급여진료비의 보고·공개는 다양한 부수적 쟁점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보고의무는 2021. 6. 30.부터 시행되지만, 그 공개는 9. 26. 부터로 예정되어 있다. 다만, 공개 일정은 변경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많은 파장이 예상되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은 이미 예전부터 예견되어 있었으므로, 개정법과 고시의 내용을 면밀히 체크하여 향후 불이익을 입는 일이 없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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