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나 묶음 단위의 의료기기를 낱개로 나눠 판매하는 이른바 소분 판매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과연 이번에는 뚜렷한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UDI(고유식별코드)와 공급내역보고 시스템 도입 등으로 문제점이 지속해서 도출되며 개선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재 공포를 앞둔 의료기기법 개정 법률안에 기대를 거는 의견이 대다수.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존재하지만 개선의 시발점이라는 목소리가 상당수다.
의료기기 유통, 납품의 고질적 문제인 소분 판매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모습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철욱 회장은 14일 "현장에서 소분 판매 요구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여전한 상황"이라며 "소분 판매는 의료기기 안전성과도 직결된 문제니 만큼 법률 개정을 통해 조속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의료기기 소분 판매란 말 그대로 박스, 묶음 단위로 포장된 의료기기를 해체해서 낱개로 판매하는 행위를 뜻한다.
의료기기의 안전성은 물론 추적 관리와 직결되는 문제이니 만큼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지만 여전히 잘 풀리지 않던 부분중의 하나.
이로 인해 일선 의료기기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소분 판매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기기 수입사인 A사 임원은 "소분 판매 문제는 결국 강력한 조치 없이는 해결되기 힘든 사안"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요구를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특히 박스로 납품을 해도 그 안에서 소분한 뒤 반품을 하면 남은 물건에 대해서는 고스란히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결국 알아서 반품 물량이 안나오도록 소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이는 의료기기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가납 납품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의약품과 달리 의료기기의 경우 미리 대량으로 납품을 한 뒤 사용량에 따라서 결제를 하는 이른바 '가납'이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다.
100개의 물건을 박스 단위로 납품을 해도 7개 밖에 쓰지 않았다면 7개 물품만 결제를 하는 방식이다. 결국 기업의 의지와 무관하게 결론적으로는 소분 판매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의료기기 유통 선진화와 안전성 확보를 위해 UDI 추적 제도와 공급내역보고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이러한 소분 판매에 대한 전환점이 마련되고 있다.
의료기기법 개정을 통한 소분 판매 금지 조치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가 많지만 부정론도 만만치 않다.
최소 포장 단위에 바코드가 찍히고 공급한 내역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하는 것이 의무화되면서 소분 판매의 문제점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소분 판매를 요구하거나 이러한 행위가 이뤄져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모호했다면 UDI와 공급내역보고 시스템으로 인해 고질적인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다.
이로 인해 의료기기 업계들은 이러한 문제들이 법 개정으로 인해 이번에는 제대로 해결될 수 있을지 기대하는 모습이다. 정부로서도 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이유다.
유철욱 회장은 "소분 판매로 인해 정부가 추진중인 UDI와 공급내역보고 등을 원래 취지대로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도 이러한 부분들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의료기기법 개정을 통해 문제 해결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의료기기 업계에서도 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많다. 일각에서는 한계론도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법률로 인해 일정 부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의료기기 기업 임원은 "소분 판매 금지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그 위험은 결국 기업들만 지게 된다"며 "발주처에서 소분 판매를 요구하면 결국 그대로 이를 주고 처벌 위험까지 안게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단순히 소분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 뿐만 아니라 아예 이를 요구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넣는 방식의 '쌍벌제'와 유사한 틀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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