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 한계 업체 직원이 상담…일부 병원은 '적자' 감수 하소연 지난해부터 기기 값 건강보험 70% 지원으로 업체 간 경쟁 불붙어
최근 대한당뇨병학회가 연속혈당측정기(CGM) 활용을 강조하는 동시에 관련 업체들도 기기 가격을 인하하면서 당뇨 관리의 패러다임 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의료현장에서는 제도적 걸림돌로 인해 연속혈당측정기를 적극 활용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고 하소연한다. 환자들이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해 당뇨병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기 값만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면서 발생되는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의사들은 이를 두고 흔한 말로 '전기 차는 지원해주고 운전하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당뇨병 관리에 있어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연속혈당측정기의 발목을 잡는 한계점은 무엇일까.
7일 메디칼타임즈는 연속혈당측정기를 둘러싼 의료계와 관련 업계의 중요성과 함께 정부의 제도개선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연속혈당측정기 배울 곳 없어 눈치보는 '환자'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1형 당뇨병환자(소아 당뇨)를 대상으로 한 연속혈당측정기를 건강보험으로 적용한 바 있다. 기존 의료기기 보험급여 트랙이 아닌 복지 차원에서의 '요양비' 지원 방법으로 환자들의 기기 값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여기서 연속혈당측정기는 피부에 혈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혈당 변화를 알려주는 장치다. 매번 채혈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주로 소아당뇨병 환자들에 해당하는 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필요성이 요구돼 왔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요양비 차원에서 연속혈당측정기를 기준금액 또는 실구입가 중 낮은 금액의 70%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
이로 인해 최근 연속혈당측정기를 판매하는 일부 업체는 가격을 인하하는 등 관련 업계에서의 경쟁의 바람도 불고 있다. 현재 연속혈당측정기 시장의 경우 '덱스콤G6'(국내 공급사 휴온스)와 '프리스타일 리브레'(애보트), '가디언커넥트 시스템'(메드트로닉) 등이 경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휴온스가 최근 '덱스콤G6'의 가격을 1형 당뇨 환자들의 건강보험 급여 지원 기준가 수준으로 인하하면서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같은 연속혈당측정기 가격 부담 완화에도 불구하고 정작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 결과를 판독하기 위한 전문 의료진의 상담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부는 요양비 지원을 받아 연속혈당측정기를 구입하고도 활용 방법과 결과에 따른 상담을 의료진이 아닌 기기를 판매하는 업체 직원들에게 상담 받는 사례까지 존재하는 실정이다.
즉 의료진이 해야 할 환자의 연속혈당측정기 활용 상담을 판매업체가 하는 형국.
김광훈 대한당뇨병연합 대표이사 겸 당뇨병학회 특임이사는 "사실 연속혈당측정기 관련된 정보를 배울 길이 없다. 관련 기기를 활용해 처방을 받을 경우 의사에게 눈치를 보이는 수준"이라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사의 교육료는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연속혈당측정기 활용을 위해 배우고 싶어도 배울 곳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
이어 김광훈 이사는 "연속혈당측정기 관련 전문적인 의료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소위 말하면 빅4 병원 밖에 되지 않는다"며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다보니 일부분은 기기를 판매하는 업체들에게 환자들이 교육을 받는 일까지 벌어진다"고 털어놨다.
연속혈당측정기 사용 환자 외래 열수록 1년마다 적자 1억
이 같은 제도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최근 당뇨병학회는 연속혈당측정기 및 인슐린펌프 등 최신 기술 적극 활용을 골자로 한 개정 진료 지침을 발표하며 이를 의료현장에 적극 권고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모든 1형 당뇨병 성인에게 혈당을 조절하고 저혈당 위험을 낮추기 위해 실시간 연속혈당측정기의 사용을 권장하는 부분이다.
또 다회 인슐린 주사요법을 하는 2형 당뇨병 성인은 혈당조절을 위해 실시간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당뇨병학회의 권고 속에서도 이를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곳은 극히 일부분이다. 그나마 삼성서울병원을 포함해 서울대, 분당서울대, 아산병원 등 소위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병원들만 전담팀을 꾸려 환자 상담을 맡고 있다.
이 중에서도 대표적인 곳이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내분비대사내과 김재현 교수가 기존 외래시간에 더해 추가 외래시간을 배정,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하는 환자에 대한 진료와 상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와 함께 간호사, 영양사 등 전담팀을 운영하기에는 인건비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를 두고서 김재현 교수는 'MRI'와 '전기차'를 비유하며 정작 활용방법을 환자들에게 안내하는 제도상의 지원 문제를 지적했다. 여건 상 30분 안팎에 연속혈당측정기 관련 환자 교육이 필요하지만 별도의 수가적 보상이 따르지 않기에 의료진 입장에서는 학회 권고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활용이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실제로 의료현장에서는 연속혈당측정기 교육을 위한 전담 당뇨병 환자 교육팀을 꾸릴 경우 제도적인지원이 없는 한 전적으로 운영비를 병원 측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환자 상담을 운영하면 할수록 재정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되면서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김재현 교수는 "연속혈당측정기를 MRI로 비유한다면 촬영은 하지만 이를 봐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환자가 연속혈당측정기를 지원을 받아 구입을 해서 활용을 해도 의사가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라며 "전기 차와 비유해도 마찬가지다. 기기값은 지원해주면서 운전하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정부는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재택의료 시범사업 등을 통해 관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문제점이 있다"며 "연속혈당측정기를 쓰나 안 쓰나 참여 의료기관에게는 수가에서 차이가 없어 동기부여가 안 된다. 이로 인해 연속혈당측정기가 확실하게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의사들에게 당근책이 없기에 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관련 학회와 논의 시작한 복지부 "관련 문제점 이해"
보건당국은 당뇨병 연속혈당측정기를 둘러싼 제도적인 한계점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실제로 취재 결과, 지난해 하반기 복지부는 당뇨병학회 등 의학계와 연속혈당측정기 활용을 둘러싼 의사 상담료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복지부는 관련 내용을 이해한다면서도 구체적인 개선안이 아직 마련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일단 의료현장에서의 문제점을 듣고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는 데에만 공감한다는 뜻이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개선안에 대해 나온 것은 아니다. 관련 학회와 논의를 하면서 실무적으로 한번 이야기해보자는 수준"이라며 "구체적인 수가수준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현장에서 말하는 제도적인 한계를 이해하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재택의료 시범사업 활용을 논의했지만 의료현장과 온도차가 존재했다"며 "기기 값은 요양비로 지원되지만 의료진 교육‧상담료 문제가 걸림돌인데 재택의료 시범사업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었다. 일단 이마저도 온도차가 존재해 관련 내용을 터놓고 논의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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