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규모 재정 투여 급여화 시급성 바라보는 전망 교차 환자 우선 수위 설정 어려움 지적…불법 구매 감소 긍정론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중 하나로 탈모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검토가 언급되면서 의료계와 산업계도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 후보가 단순히 표심을 얻기 위한 언급에 그치지 않고 이르면 이번 주 공청회를 통해 구체적인 논의와 의견 수렴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의료계와 산업계는 선제적으로 투자를 확대,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판단부터 급여 적용에 따른 약가 인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말 그대로 여러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4일 공약 중 하나로 탈모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어느 범위까지 보험을 적용해야 합리적일지 여부는 분석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깔았지만 연 1000억원 수준의 비용으로 고통 완화가 가능하다면 긍정적인 검토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 후보의 입장이다.
실제 오리지널 탈모 치료제로 알려져 있는 MSD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와 GSK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의 최근 매출을 살펴보면 시장은 약 800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 자료를 기준 지난 5년간 매출 추이를 살펴봤을 때 프로페시아가 ▲2016년 355억 원 ▲2017년 397억 원 ▲2018년 408억 원 ▲2019년 416억 ▲2020년 412억 원 등으로 지난해 매출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꾸준한 매출 상승을 기록했다.
아보다트의 경우 ▲2016년 292억 원 ▲2017년 257억 원 ▲2018년 311억 원 ▲2019년 366억 ▲2020년 384억 원 등으로 약가 인하 이슈가 있었던 2017년을 제외하곤 매년 매출이 올랐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기준 탈모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6년 21만 2000명에서 2020년 23만 3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관련 의료비 지출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제약사는 탈모치료제 대선 이슈를 활용해 투자 확대에 나선 상태다.
공식적으로 투자 확대에 나선 기업은 피나스테리드 성분 의약품(헤어그로정)과 두타스테리드 성분 의약품(아다모정)을 생산 중인 한올바이오파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탈모 환자를 위해 품질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생산 효율성을 대폭 강화해 기존 생산량 대비 3배 이상으로 물량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오리지널 제품을 가지고 있는 제약사의 경우 탈모치료제 급여화가 기업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조심스러운 시각을 내보이고 있다.
해당 약제들이 비급여에서 급여로 전환되면 현재 제약사들이 공급하는 약가 이하로 맞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 환자 수와 처방 건수가 증가한다 하더라도 단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잠재적인 환자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실질적 체감은 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오리지널 의약품을 취급하는 업체를 포함, 매출 상위 기업들은 내심 '비급여로 존치시키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셈.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미 치료제를 사용할 환자는 비급여라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탈모치료제 급여 확대는 신규 환자 확대보다는 기존 환자의 약값 덜기의 목적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급여 기준이 어디까지 설정될 지도 관건이다. 탈모치료제는 사실상 의료진 판단으로 자유롭게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급여기준으로 규제권에 끌어들이게 되면 의료진의 진료 영역에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모발학회 원종현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피부과)는 "탈모치료제가 급여화된다면 환자입장에서는 긍정적이겠지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얼마나 적용할지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재원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 탈모인의 어려움을 해결해준다는 간단한 명제로만으론 해결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 탈모클리닉 A원장은 "탈모가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은 아니기 때문에 환자마다 급하다는 시각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며 "결국 우선 순위에 대한 의견을 통일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로 재정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공감대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중요한 사안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급여화가 되더라도 기준 비급여가 불가피하게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도 제시됐다.
현재의 탈모치료제는 확연하게 탈모를 치료하진 못하기 때문에 장기간 해당 의약품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비급여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건보 공단이 해당 약물들을 1년 이상씩 급여를 보장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평생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결국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정도밖에 체감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편에서는 탈모치료제의 급여화가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도 나온다.
현재 탈모환자의 증가로 탈모약 시장이 커지면서 반작용으로 해외직구 등 불법으로 치료제를 구매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해외직구 탈모치료제는 프로페시아의 제네릭인 핀페시아와 아보다트의 제네릭인 두타놈. 인터넷 포털 블로그 등을 통해 탈모약 직구방법 등에 대한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탈모환자들이 해외직구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핀페시아 같은 경우 정당 100원 수준에 형성된 상황. 현재 국내에서 처방받을 경우 처방비 2만원과 약값으로 1정당 1500~2000원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가격차가 크다.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하는 탈모약의 특성이 있어 가격에 대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회 신현영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기간 발표한 자료를 봤을 때도 최근 3년 반(2018년 2월~2021년 6월) 동안 불법 의약품 온라인 구매 적발은 총 1만6809건이었다. 이중 탈모치료제는 3827건으로 전체의 22.8%를 차지했다.
즉, 탈모치료제가 급여화 돼 환자부담이 줄어들게 된다면 탈모치료제 해외직구 등 불법적인 경로의 유통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A 원장은 "해외직구를 찾은 환자들이 늘어난다면 정부가 먼저 명확하게 판단을 내려줄 수 있는 방안 고민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현실적인 제도에서 환자가 보호 받을 수 없는 부분이고 탈모약은 몇 년 혹은 평생도 먹을 수 있는 약이기 때문에 정부도 방치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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