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환자가 접수한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의료인이 조정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를 조정중재원에 통지함으로써 조정절차가 개시되도록 하는 조항을 없애고, 조정신청서를 접수하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이 지체 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정통보를 받은 의료인이 14일 이내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신청이 각하된다는 내용이다.
이와 같은 개정안에 대하여 많은 의료인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어야 한다. 의료분쟁조정법은 ‘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제1조).
이와 관련하여 의료분쟁조정 실무상 조정기일은 1회 기일로 종료되므로, 그 신속함은 담보되는 것으로 보인다. 민사소송절차의 경우 수회의 기일을 거치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1회 기일로 종료되는 조정제도가 신속한 제도라는 점에는 모두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조정제도가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는 많은 의료인들이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다. 총 5인의 위원 중, 의료인이 2명밖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감정부의 구성이 가장 큰 이유이다(제26조). 의료행위에 대한 감정결과를 판단하는 감정부에 비의료인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는 점은 감정결과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둘째, 감정결과가 다른 제도에서 중요한 증거로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감정결과를 쉽사리 신뢰하지 못할 상황인데, 향후 관련 민사소송이 진행되어 동 감정결과가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된다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관련 사건에서 일방이 고소를 하여 형사사건화 되는 경우 감정결과는 유죄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동 결과에 순응하지 못하는 쪽으로서는 큰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셋째, 의료사고 조사에 대한 부담감이다. 감정부는 피신청인으로 하여금 출석하게 하여 진술하게 하거나, 조사에 필요한 자료 및 물건 등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나아가 감정위원이나 조사관이 해당 의료기관에 출입하여 관련 문서 등을 조사 열람 복사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하여 의료인이 불응하는 경우 벌칙까지 받을 수 있다(제28조, 제54조). 따라서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의료인으로서는 의료사고에 대한 출장조사·출석진술 등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넷째, 의료분쟁조정 제도의 악용이 우려된다. 환자가 입은 의료사고는 구제되어야 하지만, 의도적으로 의료분쟁조정제도를 악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환자가 의도적으로 불만을 갖고 조정신청을 하는 경우 해당 의료인으로서는 피신청인의 신분으로 의료기관을 비운 채 조정기일에 참석해야 할 것이다. 만일 이러한 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고, 대상금액이 비교적 소액일 경우 의료인 측에서는 굳이 조정절차가 아니라 환자와의 비공식 협상에 응하는 것이 어떨까 싶은 내적 갈등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건대, 헌법재판소는 최근 현행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 제도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그 이유 중의 하나로 '조정절차 개시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여 조정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을 논거로 제시했다.
즉 헌법재판소가 사망 등 중대사고의 경우 적용되는 현행 조정 자동개시 제도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이유는, '그 외의 사고의 경우에 의료인에게 참여할 수 있는 선택권이 부여되어 있음'을 고려한 것이라는 점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의료분쟁조정법 제1조가 명시하고 있듯이, 신속할 뿐만 아니라 공정한 제도로서 인식이 되어야 의료인들이 자율적으로 응하는 분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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