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부가 K-방역을 자화자찬하면서 떠났다. 그들이 주요 성공 지표로 삼은 것은 코로나 치사율인데 우리나라의 누적치사율은 0.13%로서 세계에서 가장 낮은 것이 맞다. 그런데 필자가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지표를 부적절하게 선정하면 결과를 왜곡하게 된다. 치사율의 분자는 확진자인데, 확진자의 정의가 PCR 또는 신속항원 양성자로서 검사량에 크게 영향을 받는 지표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검사량이 매우 높은 국가이다. 예를 들어 가까운 나라 일본 대비 거의 10배 가량 검사량이 높았다. 무증상 감염율이 높은 코로나의 특징상 검사를 많이 할수록 검사 양성자인 확진자가 늘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치사율의 계산식상 분모가 매우 커지기 때문에 당연히 치사율이 낮아진다. 그러므로 검사량이라는 큰 교란변수를 갖는 치사율은 방역의 지표로서 매우 부적절하다.
그렇다면 적절한 지표는 무엇인가? 인구당 사망자수가 비교적 적절한 지표인데, 이 또한 코로나의 중증도가 미국/유럽 vs. 동아시아는 초기부터 달랐기 때문에, 즉 동아시아의 코로나 중등도가 미국/유럽 대비 코로나 초기부터 낮았기 때문에 미국/유럽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당연히 낮게 나오기 때문에), 동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Ourworldindata에 따르면 2022.5.9. 기준 동아시아 국가들의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수는 대만 39 일본 237 싱가포르 247 태국 417 베트남 438 한국 457 순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수준은 베트남, 태국에 가깝고 일본/싱가포르의 2배 정도로 높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지난 2년여간 죽도록 방역에 힘쓴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과연 이 결과가 자화자찬할 만한 결과인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어쨌든 과거는 과거이고, 돌이킬 수 없다. 다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코로나방역 정책들이 그때 그때 임기응변식이었고, 시스템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인데, 검사의 질을 관리함에 있어서 시스템화는 매우 중요하다. 시스템화하면 검사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감소하고, 떨어졌을 경우 미리 감지할 수 있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 시스템화하지 않으면 검사의 질이 크게 떨어졌을 때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그 전에 잘못 나간 결과들을 어떻게 하기 어렵게 된다. 그런데 사실 시스템화는 검사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그 quality를 결정하는 요소이다. 임기응변을 아무리 잘한들 시스템화하는 것보다 나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방역은 어떻게 감염병 대응을 시스템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시스템화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첫째, 감염병 대응 병원을 예비군화 해야 한다. 필자가 군대는 잘 모르지만 우리나라에는 예비군 제도가 있다. 그들은 1년에 한 번 훈련을 하며, 유사시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이와 같이 감염병 대응병원도 예비군화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을 구별할 필요가 없다. 전국민의료보험 체계에서 사실상 민간병원도 일종의 공공의 역할을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초등 대응을 하는 동네 병원, 중등증 입원 진료를 하는 지역종합병원, 중증 중환자실 진료를 하는 (상급)종합병원 등을 예비군화해서 그들이 감염병 대응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정기적으로 교육 및 점검을 하고, 유사시 즉 코로나가 다시 증가하거나 새로운 감염병이 전파될 때 동원하되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아산병원은 국립병원도 아니고 국가의 지원이 없었음에도 감염병 환자를 위한 수술실, 입원실, 중환자실을 한 건물에 갖춘 감염관리센터를 열었다. 이런 자발적인 노력에 정부는 호응하고 지원해야 한다.
두번째, 전문가들이 집단 지성으로 방역정책을 짜고, 행정기관은 그 방역정책이 구현되는 플랫폼을 만드는 효율적인 분업을 해야 한다. 이런 분업이 기적적으로 이루어졌던 경우가 바로 신천지 집단감염시 대구/경북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필자가 여러 차례 칼럼을 통해 언급했지만 전 정부의 방역 정책에는 전문가들의 집단 지성이 없었고(소수 전문가들의 개인 지성에 의존), 정치/행정기관이 주도했다. 정부가 원하는 방역정책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중앙임상위원회가 2020년 5월경부터 사라진 것은 우리나라의 코로나 방역 대책이 안드로메다로 가면서 '앞으로 2주가 고비', '전국민 백신접종 80%'를 외치는 비정상적인 방역이 되게 했다. 행정기관이 의료기관을 쥐어짜는 방역이었다. 이런 구조에서 결국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신천지 집단감염시 대구/경북의 기적은 전문가와 행정조직의 효율적인 분업으로 가능했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라며, 그 때의 분업시스템이 국가 전체로 확장돼야 할 것이다.
세번째, 소소한 것들로서 먼저 3~7일 정도 바이러스 배출량이 높은 유증상 초기기간 격리는 유지해야 한다(지금처럼 검사양성일 기준은 타당하지 않으며 증상발생일을 기준으로 해야 함). 집단감염의 대부분이 유증상 환자들이 증상을 숨기고 출근해서 벌어졌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증상이 있는 경우 그 개인을 분리하는 것은 그 개인의 회복뿐만 아니라 집단감염을 막는데 필수적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아팠을 때 쉬는 것보다 아파도 일하는게 미덕으로 여겨지는 잘못된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의무 격리를 유지하는 것이 이런 잘못된 문화 속에서 개인 및 사회를 보호하는데 필요하다.
또 진단방법을 다양화 해야 한다. 신속항원, PCR 또는 임상 증상 및 증후에 기초한 진단 모두 인정해야 한다. 이제 거의 모든 의료진이 코로나를 경험하게 됐는데 지나치게 검사를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료진들의 전문성을 믿고, 독감을 다양한 방법으로 진단하듯이 코로나도 그렇게 가야 한다. 물론 중등도가 높은 변이가 출현한다든지, 새로운 감염병이 출몰할 때에는 민감한 PCR을 활용해야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또 국민들에게 감염에 대한 공포를 갖지 않고, 일상의 건강관리를 잘 하도록, 즉 비타민 D 합성을 위해 햇볕을 쬐면서 걷거나 운동을 하고, 혀를 포함 구강 관리를 잘 하고, 미세먼지 나쁨이라도 환기를 30분 정도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 등 생활의 지혜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백신보다 더 중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가장 본질적인 고민이다. 코로나 판데믹 상황에서 가장 고위험군은 요양원의 어르신들이었다. 우리나라 노인의 삶이 요양원 -> 요양병원 -> 종합병원에서 사망하는 sequence가 되고 있다. 코로나 중증 환자가 돼 인생의 마지막 일주일을 기계호흡, ECMO, CRRT 등의 치료로 마감했다. 누구나 나이가 들고 늙는다. 우리 인생의 마지막 sequence와 마지막 일주일에 대해서 우리 개인 뿐만 아니라 국가도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장기적 고민과 함께,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백신부작용에 대해서도 새 정부가 후보 시절 내세운 첫번째 공약인 만큼 전향적 대책을 반드시 신속하게 행해야 할 것이다. 백신부작용 피해자들에 대한 새정부의 모습은 새정부가 어떤 정부가 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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