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보고 의무화를 규정한 의료법의 궁극적 목적은 완전한 비급여 통제다. 입법목적이 전혀 정당하지 않다. 너무나도 부당하다."(의료계 주장)
"과도하게 비급여 진료를 하는 의료기관을 조사, 적발하려는 게 아니다. 설사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더라도 비급여 보고 및 공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국민 이익이 훨씬 더 크다."(보건복지부 주장)
비급여를 의무적으로 보고토록 하는 의료법 조항의 위헌성을 놓고 의료계와 정부가 법정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헌법재판소는 19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4시간 넘도록 비급여 진료비의 보고 및 공개를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의 위헌성을 들여다보기 위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의료계와 치과계는 지난해 비급여 보고 제도에 반대 목소리를 내며 잇따라 해당 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문제가 되고 있는 법 조항은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및 제2항 등 총 5개 조항.
의료계 "입법 취지부터 잘못됐다" 맹공
의료기관의 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비급여 진료비의 항목, 기준, 금액, 진료내역 등을 보고하게 하고 복지부 장관이 보고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비급여 진료비 등의 현황을 조사분석해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급여 현황조사 분석 및 결과 공개의 범위, 방법, 절차 등의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계 법률 대리인으로 나선 김연희 변호사(법무법인 의성)는 비급여 진료비 현황조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법 조항이 입법취지부터 잘못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복지부는 환자의 실질적인 의료기관 선택권 보장, 가계 의료비 부담 완화를 입법 취지로 내세우고 있다"라며 "건강보험 보장성, 의료의 질,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성 악화는 요양급여 내실화, 선진국 대비 지나치게 낮은 건강보험료 부담률 상승 등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비급여 진료 통제는 적절한 수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포괄위임금지 원칙 위반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비급여 조사 방법과 범위 등 일체의 내용을 복지부령으로 포괄위임하고 있다"라며 "복지부령은 비급여 진료비, 진료내용 등에 관한 범위, 내용, 절차 등 일체 사항을 고시로 재위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급여 비용, 진료내용 등 조사 및 공개와 관련해 무제한적으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형국이 된 것"이라며 "강제보고 내용, 범위 등은 고시로써 언제든지 변경 가능하고 1인이 운영하는 의원의 현실적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인식하지 못한 탁상행정식 주장"이라며 꼬집었다.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의료인의 ▲행복추구권(행동 자유권) ▲직업선택의 자유(직업수행 및 경쟁의 자유) ▲평등권 ▲환자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더했다.
의료계에서는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임민식 부회장, 단국의대 박형욱 교수, 서울시치과의사회 김민겸 회장이 참고인으로 나와 임상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비급여 보고법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임민식 부회장은 "비급여는 환자와 의사의 사적 계약 관계인데 정부가 입법을 통해 사적 관계에 대해 어디까지 관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부는 비급여 보고를 통해 비급여를 획기적으로 줄여 국민이 부담하는 의료비를 낮춘다고 하지만 단지 보고를 받는 것만으로 어떻게 비급여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지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비급여를 신고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루에 환자가 30명만 와도 1년 동안 모으면 그 숫자는 엄청 많다"라며 "1년 치를 한 번에 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의원은 행정인력도 없어 원장이 직접 며칠 동안 해야 한다. 누락하면 과태료가 나오기 때문에 대충 할 수도 없다"라고 행정적 부담도 토로했다.
정부 측, 국민 알 권리와 의료 선택권 보장 앞세우며 반박
정부는 국민의 알 권리와 의료 선택권 보장을 앞세우며 의료계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정부측 변호인은 "비급여 보고 대상 및 범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유보 및 포괄위임금지 원칙을 위반한 게 아니다"라며 반박하며 "대상 조항의 위임 조항은 하위법령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위임의 구체성, 명확성 요건을 완화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조항이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국민의 이익이 훨씬 더 크다"라며 "의료서비스 공공성을 보면 의원이 일반 자영업자와 같지 않고 명확하게 구분된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의원과 병원은 의료서비스 제공자로서 동일성을 갖고 있고 의원은 전체 의료기관의 94%를 차지하고 있다"라며 "의료소비자의 선택적 속성이 큰 비급여 항목 영양주사, 도수치료, 예방접종 등에서 의원급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의원급 비급여 보고 및 가격 공개 필요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측 참고인으로는 비급여 보고 및 공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 서남규 비급여관리실장이 자리했다.
서 실장은 "우리나라 의료현장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비급여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 실체가 파악이 안되고 있다"라며 "시장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는 게 비급여 보고의 1차적 목적"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비급여 보고는 통제, 이를 기반으로 심사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데 제도 자체만 본다면 통제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비급여가 급여가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심사할 근거도 없다. 말 그대로 공개를 해서 환자의 권익을 높이려는 제도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라고 설명했다.
비급여 보고법은 2020년 12월 만들어졌는데 1년이 넘도록 시행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의료계와 협의를 충분히 하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는 의견도 더했다.
양측의 입장을 모두 들은 헌법재판관들의 관심은 '개인정보'에 쏠렸다.
비급여 진료비 보고 시 환자의 개인정보가 어디까지 들어가며, 비급여 보고 내용만으로 환자가 특정될 수 있는지 등를 확인하며 개인정보 침해 우려점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 변화해 왔는데 정권이 바뀌었다. 고시의 흐름이 계속될까"라는 정치적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비급여 진료내용, 항목 등 세부 결정 사항에 대해서도 물었다.
헌법재판소는 공개변론에서 들은 답변, 추후 들어올 서면 답변 등을 반영해 비급여보고법 위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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