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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병원 불참에 병원계 충격 "사업 선정되더라도 중도 포기"

발행날짜: 2022-07-11 05:30:00 업데이트: 2022-07-11 11:57:19

외래 감축 시범사업 신청 후폭풍…상종 이구동성 "속빈 보상책 불과"
교수 감원·진료과 반발·사업 지속성 등 문제점 산재 "병원 희생만 강요"

대형병원 외래 축소를 위한 정부의 시범사업에 빅5 병원 절반 이상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병원계 파장이 거세지고 있다.

시범사업 신청서를 제출한 상급종합병원조차 사업 참여 여부를 고민하고 있어 이달 말 선정 결과 발표와 상관없이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상급종합병원 내부에서는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신청 여부와 무관하게 보건복지부가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부정적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진료 강화 시범사업에 빅5 중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앞서 복지부와 심평원이 6월 30일 마감한 해당 시범사업에 상급종합병원 16곳과 종합병원 1곳 등 총 17곳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복지부는 신청 병원 명단 공개를 함구하고 있으나, 빅5 병원 중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한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3곳이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 관심은 대형병원 3곳의 불참 이유이다.

결론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시범사업의 타당성 검증을 위해 자체 시뮬레이션을 수차례 시행했다.

복지부는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 무관하게 외래 내원일수를 매년 5%, 3년간 15% 감축을 평가기준으로 제시했다. 첫 제시한 3년간 30% 감축보다 완화된 기준이다.

■세브란스·서울아산·서울성모, 신청서 미제출…서울대·삼성서울, 정치적 이유 '신청'

병원별 평균 외래 내원일당 진료비와 감소된 외래 내원일수를 산출한 요양급여 비용 그리고 비급여 진료비 손실액까지 보상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보상금액 예시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외래감축 15% 성과를 보인 A 병원은 보험자 부담금+본인부담금을 합친 520억원에 비급여 진료비 64억원을 합친 584억원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인센티브를 한 꺼풀 벗겨보면, 외래 환자 진료비 감축분 11%에 해당하는 비용을 비급여 진료비로 책정한 셈이다.

복지부는 7월 말 신청서를 제출한 병원 17곳 심의를 거쳐 시범사업 최종 병원을 선정할 예정이다.

병원 입장에서 외래 환자의 검사와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급여 진료비를 당근책으로 제시한 것 자체가 실효성이 떨어진다.

어차피 발생할 비급여 진료비를 조금 더 얹혀 보상하겠다는 얄팍한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성모병원 보직교수는 "복지부가 제시한 평가기준과 보상기준을 토대로 수차례 시뮬레이션 결과를 도출했고, 교수들과 토의를 했다. 아무리 돌려봐도 실익이 없었다. 정부 정책에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신청서 제출 이유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병원장 인선과 삼성 문제 등 정치적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외래 감축에 따른 교직원 감소 문제도 일조했다.

일일 외래 환자 수가 5천명에서 1만명을 넘는 이들 대학병원에서 연간 5% 환자 축소는 의료 인력과 행정 인력 슬림화를 의미한다.

■외래 축소, 임상교수 감원 불가피 "세브·아산, 분원 의료진 확보 위해 불참"

문제는 개원을 준비 중인 분원에 투입할 임상 교수와 간호사 채용, 행정직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송도에, 서울아산병원은 청라에 이미 분원 설립을 확정지은 상태로 의료진 확보가 필수이다.

외래 감축 시 진료 교수와 간호사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분원 준비 과정에 차질일 발생할 수 있다.

연세의료원 보직자가 "당장 내년에 중입자 암치료센터 오픈과 송도병원 개원 준비을 위해 많은 임상교수를 채용해야 한다. 시범사업에 참여해 외래 환자를 줄이면 현실적으로 교원 채용이 어렵다"고 말한 이유이다.

상급병원 병원장들은 외래 축소 강제화 정책보다 의료전달체계 및 수가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의 미신청 핵심은 시범사업의 지속 가능성이다.

앞서 언급한 어려움을 감수하고 사업에 선정되어 참여할 경우 통상적인 3년의 시범사업 이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복지부가 3년 이후 시범사업 중단을 선언하면 뒷감당은 온전히 병원 몫이다.

신청서를 제출한 상급종합병원들이 불안해하는 주된 이유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상급종합병원 보직자는 "빅5 병원 중 3곳이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실익이 없다"면서 "복지부에 찍히면 안 된다는 경영진 판단에 마감 직전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울권 상급종합병원 병원장은 "시뮬레이션 결과는 불참이었으나 빅5 병원이 모두 낼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며 "빅5 병원 중 절반 이상이 불참한 이유가 있다. 최종 지정되더라도 참여를 반납하거나 사업 도중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눈치 보며 신청서 제출한 병원들 초긴장 "복지부, 상종 목줄 쥐고 강행"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하고 신청서를 제출한 15곳 병원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시범사업 평가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경증 중심 진료과와 임상 교수의 외래 진료 축소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중증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증 질환 진료과와 임상 교수도 예외가 아니다.

영남 지역 상급종합병원 병원장은 "시범사업에 최종 선정되더라도 기준 충족을 위해 진료과와 교수 협조가 필요하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른 논의 과정에서 환자들의 민원은 차지하더라도 외래 축소에 따른 교수진 반발을 가장 염려했다"면서 "빅 5 병원이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지금으로선 난감하다. 설득은 해보겠지만 안 되면 중도 포기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병원장은 "환자쏠림 해소의 본말이 전도됐다.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상급종합병원 외래와 입원 수가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 다가온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빌미로 대학병원 목줄을 쥐고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의 정책을 언제까지 지속할 셈인가"라고 반문했다.

복지부는 7월 20일 전후 평가를 통해 신청서를 제출한 병원 17곳 중 시범사업 참여 병원을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보상금액 개선 등 보완대책 없이 시범사업을 강행할 경우, 내년도 시행에 앞서 참여를 자진 반납하는 병원이 속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립대병원 병원장은 "국립대병원 중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병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지역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외래를 축소하라는 것은 무리한 정책"이라며 "복지부가 약속한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나 몰라라 하면서, 속빈 보상방안을 던져놓고 병원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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