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분야에서 남아 있는 큰 항목인 관절 MRI 급여화 논의에 힘이 빠지면서 의료계는 표정 관리하는 분위기다.
일부 관절 관련 중소 의료기관은 이참에 기존 보장성 강화 정책을 수정해 중증질환과 필수의료에 지원하는 '핀셋 급여'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9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척추 MRI 급여화 시행 이후 보장성 강화 관련 협의체 논의를 사실상 중단했다.
전정부가 추진한 의학적 전면 급여화 중 현재 남아 있는 굵직한 항목은 근골격 MRI와 근골격 및 혈관 초음파 등이다.당초 2021년 급여화를 목표로 했으나 코로나 장기화로 추진 일정에 차질을 빚은 셈이다.
의료계 일각에서 윤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로 인해 근골격 MRI 등 보장성 강화가 사실상 중단됐다는 시각이다.
기재부에 이어 감사원의 감사결과 등 건강보험 재정 지출 최소화에 방점을 찍은 현정부에서 전 정부 정책을 답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미다.
보험 분야에 정통한 의료계 인사는 "감사원 감사결과는 무차별적인 보장성 강화를 더 이상 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복지부가 감사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수용할지 단정할 수 없으나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항목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복지부는 말을 아끼면서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예비급여과 공무원은 "근골격 MRI와 초음파 보장성 검토는 지속하고 있다. 급여기준 마련과 재정 등을 감안할 때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보장성 강화는 국민과 약속인 만큼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연내 협의체 구성과 운영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확답할 상황은 아니다. 여러 상황을 살펴보며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사원 감사결과 여파, 근골격 MRI·초음파 보장성 후순위로 밀리나
근골격 MRI 역시 암 등 4대 중증질환은 박근혜 정부에서 급여화가 됐다. 현재 4대 중증질환을 제외한 관절 분야 MRI 검사는 진단 후 1회만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앞서 근골격 MRI 급여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던 관절 관련 중소 의료기관들은 전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책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경기 지역 중소병원장은 "그동안 MRI와 초음파 급여화로 중소 의료기관이 많은 홍역을 앓았다. 복지부는 급여기준에 입각해 통제하고 있다고 하지만 가격부담이 줄어든 이후 무조건 검사해 달라는 환자들 민원이 지속됐다"며 "감사원 감사 지적과 같이 보장성 강화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권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선심성 보장성 강화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다만, 4대 중증질환을 제외하고 재발 우려가 높은 관절 질환 MRI 검사를 1회로 제한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일 수 있다. 의료현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급여기준과 수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복지부의 추진 일정이 불투명한 상태이다.
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은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의 부작용은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언제까지 포퓰리즘에 입각한 보장성 정책을 지속할 셈인가"라고 반문하며 "중증질환과 필수의료 의료진 처우와 수가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복지 뿐 아니라 보건의료 분야도 핀셋 급여화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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