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안정화'라는 말 뒤에 숨어 있던 공공의대 신설, 의사 증원 문제가 꿈틀거리고 있다. 정부가 대화를 다시 하려고 하고, 국회는 묵혀뒀던 법안 심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10년 동안 의과대학 정원 4000명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2020년 7월 당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협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결정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공공의료 부족 및 진료인력 부족을 겪었고, 해결을 위해서는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던 의료계는 강하게 반대했다.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은 진료 현장을 떠나 거리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은 대한의사협회와 정부, 여당이 '합의'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종료됐다. 정부는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했다.
그렇게 2년이 훌쩍 넘은 현재 '의사인력' 증원 및 공공의대 설립 문제가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필수의료 부족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의사 정원 확대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는 합의문에 있는 코로나19 안정화 시점이 왔다며 의정협의 재개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도 대화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새 정부가 들어오면서 방역정책도 보다 자유롭게 바뀌고 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실내 마스크를 벗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코로나19를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뀐 것은 사실.
실제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8일 열린 필수의료 대책 관련 공청회에서 "의료계와 코로나19 안정화 시점 이후 논의하기로 했는데, 마냥 기다리지는 않겠다"라며 "협의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본다"라며 대화 추진 의지를 보였다.
국회, 2년 넘도록 잠자던 공공의대 설립법안 공론화
국회에서는 수면 아래 있던 공공의대 설립 법안 추진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9일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및 운영 법안 관련 공청회를 연 게 그 신호라고 볼 수 있다.
공청회에는 4명의 진술인이 참석했는데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을 제외한 3명이 공공의대 설립 찬성 목소리를 냈다.
복지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서남의대 폐교로 붕 뜬 49명의 정원을 활용한 의대 신설을 추진해 왔다. 2019년에도 정부 예산으로 3억원을 편성하고 남원에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부지를 물색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교육부와도 49명 정원을 활용한 의대 신설에 대한 합의를 끝낸 상황이다. 다만 근거법이 없어서 속도감 있게 추진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국회도 당시 여당을 중심으로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근거법을 꾸준히 발의해왔다. 하지만 의료계 강한 반대와 야당의 미온적 대응에 좀처럼 추진이 안되는 터였다.
이제는 공공의대 설립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존재감을 보였던 '공공'의 성격을 띤 의대를 새롭게 짓는다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의사 정원을 늘리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정원을 활용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의료계 반대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9일 개최한 공청회도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만 논의를 했다. 특정 지역에 의대 신설을 담은 법안들은 모두 배제했다.
이종구 전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10년 전에도 공공의대 신설 논의가 있었고, 10년 만에 법안을 갖고 국회에서 논의가 정리되는 모습"이라고 반색하며 '공공'의대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꾸준히 의정합의 재개를 주장하고 있는 인물. 그는 전라남도 목포가 지역구이며, 지난 5월 목포의대 특별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정부가 의사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의대없는 지역 의대 신설을 추진했지만 하나도 이뤄진 게 없다"라며 "코로나19 안정화라는 말은 너무 자의적이다. 의협이 적극적으로 공공의대 설립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의대 신설 문제는 지역의사제를 강제화하는 논의와 함께 가야 한다"라며 "독일 뮌헨대는 1년에 의대생을 500명 뽑는데 10분의1을 지역의사에 할당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있는데, 왜 이런 해외사례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김윤 교수도 "국민에게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은 특정 정권이나 이데올로기와 무관하다"라며 "정부가 일단 수립한 정책과 원칙은 지속성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이미 계절성 독감으로 전환돼 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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