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의료기관은 실손보험 청구에 필요한 의료자문을 요구하는 '손해사정사'의 선임 주체가 누구인지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환자 선임 손해사정인이 의료기관에 의료자문을 요구하는 것은 불법 소지가 있다는 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즉, 환자가 선임한 손해사정인의 요구에 의료기관이 무조건 응답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손해사정사의 의료자문 요청이 보험 가입자를 위한 보험금 청구 대리 일환으로 이뤄지는 것은 변호사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이익을 받고 유상으로 소송사건 등 법률사건을 대리하거나, 그 밖의 일반의 법률사건에 관해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것은 변호사법 109조 제1호에 위반한다고 봤다.
이는 손해사정인의 민원에 시달리던 한 중소병원 법무 담당자가 정부에 던진 질의를 통해 나온 답변이다.
일부 환자가 선임한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의료자문을 병원에 무리하게 요청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으며, 이를 거절하면 관할 보건소에 민원까지 제기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병원계 목소리다.
보험금을 받기 위한 의학적인 자문 내용을 '진단서'와 같은 것으로 보고 의료기관이 거부하는 것은 의료법에 어긋난다는 내용으로 민원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한 중소병원 법무 담당자는 "환자가 선임한 일부 손해사정인은 법률적 지식이 없거나 부족한 보험가입자, 즉 환자를 위해 보험금 청구를 대리하거나 보험금 청구 사건 처리를 주도하기 위해 의료자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라며 "병원이 소견 요청을 거부하면 보건소에 민원을 넣는 손해사정사를 여럿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자문은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해줘야 하는 서류가 아니다"라며 "의료법에서 말하는 진단서와는 엄연히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부가 이 같은 의료 현장의 혼선을 정리할 수 있는 답을 내려준 것. 법무부 판단은 지난해 10월 나온 대법원 판례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대법원은 손해사정사가 금품이나 보수를 받기로 하고 교통사고 피해자 측을 대리 또는 대행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자동차보험사 사이에서 이뤄질 손해배상액 결정에 중재나 화해를 하도록 주선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등으로 관여하는 것은 손해사정사 업무범위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법무부 역시 대법원 판결과 같은 취지의 해석을 내렸다.
법무부는 "손해사정사가 보험약관 및 관계 법규 적용의 적정성 판단을 위해 의료기관에 의료자문을 구하는 행위는 손해사정사 업무범위에 해당한다"라면서도 "손해사정사의 의료자문 요청이 보험가입자를 위한 보험금 청구 대리 일환으로 이뤄지는 것은 변호사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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