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정부 의대 증원 발표 소식에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임기 처음으로 총사퇴를 입에 담는 등 전에 없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의협은 오는 19일 의대 증원 발표가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판단, 향후 의료현안협의체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17일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엔 온·오프라인으로 81명이 참석했다.
오는 19일, 보건복지부가 구체적인 의대 증원 규모와 일정을 발표한다는 소문이 무성해지면서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특히 그 규모를 1000명 이상이나 3000명까지 예상하는 언론보도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이날 회의는 복지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하겠다는 소식이 부풀려졌다는 결론으로 마무리 된 모습이다. 정부가 오는 19일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는 것.
의료계 대표자 결의문 역시 9.4 의정합의를 준수하고 필수·지역의료를 살릴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특히 의협 이필수 회장은 회의 이후 진행된 백프리핑에서 "지난 주말 당정과 소통하며 의대 증원 발표가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닌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는 19일 예정된 대통령실 브리핑에서도 관련 내용은 제외됐다는 것.
다만 이필수 회장은 이번 정부 의대 증원 발표 소식으로 의료계가 전에 없이 분노 했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만에 하나 19일 의대 증원 발표가 강행된다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이와 관련 의협 이필수 회장은 "이날 회의에선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2~3일 간 상황을 보면서 대응하기로 했다"며 "이번 정부 발표 소식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이 같은 상황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의대생, 전공의 등 아래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가 엄청나고 2020년 파업보다 더 강력한 투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정부의 의대 증원을 강행한다면 의료계 분노는 걷잡을 수 없고 투쟁이 불가피하다.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추진한다면 로드맵에 따른 투쟁 불가피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파업은 회원 의견 수렴이 필요해 관련 투표가 선행돼야 하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 서정성 총무이사 역시 그동안의 투쟁으로 이미 로드맵이 준비돼 있으며, 19일 의대 증원 발표가 이뤄질 시 즉각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의대생과 전공의들 역시 일방적인 의대 증원 시 이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정부가 그동안의 정책 실패로 인한 문제들을 의대 증원으로 덮으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의협을 향해 의대 증원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해 본인들의 업무를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필수 회장은 그동안 의협이 정부와 소통하며 신뢰 관계를 구축한 것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으며, 의협 역시 오는 15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논의를 진행하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이겠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이필수 회장은 "이번 논란이 정부의 진심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일방적 강행에 대한 의대생·전공의 투쟁 열기가 강해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2020년 파업으로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는데 이번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 정원은 전문가인 의료계와 함께 과학적인 근거로 풀어나가야지 단순히 숫자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의료정책연구원을 통해 의대 증원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의료현안협의체가 열리면 데이를 근거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 앞서 의협 이필수 회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을 강력 비판했다.
그는 이번 의대 정원 확대는 객관적인 근거나 명확한 원칙 없이, 일부 편향적인 학자들의 사견이나 여론·정치적 효용성 등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필수·지역의료 문제는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며, 분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의사 인력의 양적 확대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의대 정원 확대를 대한의사협회와의 협의 없이 이행하지 않겠다는 9.4 의정합의를 위반하는 행위라는 것. 또 의료계 역시 필요 시 유연성을 가지고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부연했다.
이를 무시하고 의대 증원을 강행한다면 지난 2020년 의사파업 때보다 더욱 심각한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다. 의협 집행부 역시 총사퇴를 각오로 이에 강경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의협 이필수 회장은 "14만 회원의 권익보호를 책임지는 회장으로서 무겁고 엄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온몸을 던지겠다"며 "의료계 지도자 여러분들과 회원 여러분들에게 의협과 함께 힘을 모아 주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정원 문제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고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미래를 결정할 만큼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라며 "만약 정부가 의료계와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할 경우 41대 집행부는 전원 사퇴할 각오로 최선을 다해 강경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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