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불행하게도 다시 한번 의료 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2월 1일 대통령의 민생토론회에서 개념을 설명하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월 6일 발표한 2025년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정책 발표다.
개념조차 정확하지 않은 '필수의료'라는 단어를 기반으로 했기에 그 정책 패키지에 대한 평가는 출발부터 문제가 있다.
그렇더라도 이 정책들을 중장기 계획이라는 전제를 놓고 본다면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중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할 부분보다도 즉각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더 크다는 것이 간과되고 있다.
의사들은 이 정책 패키지에는 지금 당장 의사들이 떠나가고 있는 분야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고,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하다고 건의한 내용들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는 더욱 큰 문제이다. 일부 보고서를 근거로 2035년까지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모자라니 2025년부터 연간 2000명의 정원을 늘려야 된다고 한다.
의학교육 여건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의과대학은 현재의 정원에 부합하는 정도의 교수진, 교육시설, 교육지원시설 등을 갖추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기초의학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는 지금의 학생 수에도 기준을 맞추기 힘들 정도로 모시기 어려운 형편이다.
임상의학 역시 단순한 강의식 교육이 아닌 다양한 기법의 강의와 심도 깊은 임상실습 교육을 위해 과거보다 훨씬 많은 교수진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의사들은 이런 교육 여건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전체 정원 확대 인원을 2000명으로 정해 놓고 이후에 각 대학별로 정원을 배분하겠다는 논리는 과연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가 묻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이 의사로서 역할을 하게 될 2031년 이후의 인력대책이 되는 것이니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아무런 역할이 없고 오히려 대한민국 이공계를 고사시키는 나쁜 정책이라는 지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과거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운영하면서 뼈저리게 겪었던 점인데 왜 이것을 반복하는가! 의사들은 의사 수를 늘리는 것에 절대적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다. 논리적, 합리적 결론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의사들을 분노하게 하는 것은 복지부의 태도다.
정원 확대를 발표하기 직전까지 인원을 알려주지 않다가 발표 전일 부랴부랴 형식적으로 의료현안협의체를 통과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예정되지 않은 회의를 소집했다.
들러리를 세우겠다는 이런 자리에서 협상단은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밖에는 없었고 우려했던 대로 설 연휴 직전인 2월 6일 어이없는 숫자를 발표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하면서 이 원인이 의사들에 있으며 의사 수를 늘리면 해결될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의 경우 의대정원 확대 발표 이후 연일 의사들은 자극하는 발언을 일삼고 있다.
의사단체에서는 꺼내지도 않은 파업이라는 단어를 먼저 사용하면서 업무개시명령이니 의사면허취소니 하는 협박성 발언을 매일 수도 없이 반복하고 있다.
젊은 의사들이 사표를 던지고 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이번 주부터는 훨씬 많은 이들이 지키고 있던 자리를 비우게 될 것이라 예고하고 있다.
환자 곁을 지키는 것이 의미 없게 되었다는 자괴감을 갖게 만들어 놓은 당사자들이 업무복귀명령이나 의사면허취소라는 협박으로 전공의들이 자리에 돌아와 환자 곁을 지키게 할 수 있다고 정녕 믿고 있는 것인가?
이들이 떠난 대학병원은 1주일도 그 기능을 다할 수 없다. 복지부는 지금까지의 독단과 독선을 내려놓고 제대로 된 논의의 장에 나와야 할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 의료 대란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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