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은 국내에서 희귀 질환보다도 환자수가 적은 '극희귀 질환'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극희귀 질환이라고 하면 국내 유병인구가 200명이 안 된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 최근 유전성 재발혈 증후군 치료제 급여 여부가 임상현장 화두가 되고 있다. 치료제 급여 적용을 통한 환자 부담 완화 여부가 가장 큰 관심이지만, 질환의 인지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에 속하는 극희귀 질환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관심을 적게 받은 질환 환자와 그 가족 입장에서는 더 절실할 수밖에 없을 터.
20일 서울성모병원 정대철 교수(소아청소년과)를 만나 국내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치료 환경을 평가하고 주요 개선점에 대해 들어봤다.
치료옵션 부재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은 ▲CAPS(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 ▲TRAPS(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주기적 증후군) ▲HIDS(고면역글로불린D증후군)/MKD(메발론산 키나아제 결핍증) ▲FMF(가족성 지중해 열) 등을 포함하는 유전성의 희귀 자가 염증 질환이다.
주로 영유아기에 발생해 이유 없는 발열, 발진 등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평생 질환 관리가 필요하며, 증상이 장기화되면 삶의 질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이상, 아밀로이드증, 청각상실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해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문제는 극희귀질환이다보니 일부 질환들은 병 코드 조차 없거나 최근에 등록돼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다는 것. 환자수가 너무 적다 보니 환자들의 요구도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진단된다고 하더라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진단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전자 진단 기법 발전을 통해 환자들의 진단적 접근은 그나마 용이해졌다는 평가다.
정대철 교수는 "질환은 발열이 특징적이기는 하지만, 다른 임상 증상이나 징후의 동반 여부에 따라 진단적 접근이 가능하다"며 "비록 고가이기는 하지만 현재 NGS 등의 유전자 진단 기법이 어느 정도 보험 급여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에서도 점차 많은 진단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병원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주기성 발열이 있는 환자들에 대하여 지속적인 추적 관찰과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다면 소아뿐만 아니라 성인에서도 더 많은 진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진단 이후 의료진이 쓸 수 있는 '무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나마 최근 급여 논의가 진행 중인 '일라리스(카나키누맙, 한국노바티스)'가 의료진 입장에서는 가장 큰 옵션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현재 일라리스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최종 약가협상을 벌이고 있다. 타결만 된다면 하반기 급여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정대철 교수는 "일라리스 급여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사실 대안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중 FMF의 경우 콜키신이 1차 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는데, 이 약제는 국내에 통풍으로만 허가가 돼 있고, TRAPS, MKD와 같이 진단되더라도 현재 콜키신 이외 다른 치료 옵션이 전혀 없는 경우가 있어 환자를 보는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그나마 CAPS, 그 중에서도 CINCA 환자들이 국내 정식 식약처 허가를 받은 것이 아닌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들어오는 '키너렛'이라는 주사제를 쓰고 있다"며 "센터를 통해 들어오는 약제이기 때문에 공급이 불안정할 수 있고, 매일 보호자나 환자가 직접 피하주사 투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소아 연령에서는 매일 주사를 맞는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고 평가했다.
"극희귀 질환? 치료옵션 증가 시 달리질 수도"
현재 국내 유전성 재발혈 희귀질환 환자수는 극소수다. 대한소아임상면역학회 등에 따르면, CAPS 29명, TRAPS 4명, FMF 5명으로 확인된다. TRAPS와 HIDS/MKD는 아직까지 국내 발병률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고,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등록도 TRAPS는 2023년 HIDS/MKD는 2024년에 등록이 될 예정이다.
정대철 교수는 "FMF의 경우 홍반과 복통, 근육통과 부종을 동반한 관절통, 가슴통증이 있고 증상이 비교적 짧은 주기인 12~72시간 간격으로 나타난다. TRAPS의 경우 발진이 심해 피부과 치료를 고민할 정도이고, 눈이 아프고 증상이 7일 이상 장기간 지속된다"며 "HIDS이나 MKD는 복통과 함께 설사, 구토가 나타나고 예방접종이나 감염 등 외부자극이 있을 때 증상이 더 오래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에서 정대철 교수가 특히 더 관심을 갖고 있는 질환이 'FMF'다.
FMF의 경우 적게는 0.5%에서 30%까지 성인에서 진단된다고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반드시 가족력이 동반되지 않기도 하고 다른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에 비해 발열이 짧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진단적 접근이 어렵다"며 "일본에서는 FMF 진단율이 높고 특히 성인환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에서는 FMF 환자 중 처음 증상을 경험한 연령이 40세 이상인 경우가 15.1%, 20세 이상이 50% 이상으로 보고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최근 진단기법 발달과 함께 치료옵션으로 일라리스가 활용 가능해질 경우 진단 받는 환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정대철 교수는 봤다.
정대철 교수는 "유전적 특징이 비슷한 일본에서는 불과 10년 전까지 진단받은 환자가 없을 정도로 생소한 질환이었던 FMF가 전문가가 생기고 치료 옵션이 등장하면서 600명까지 진단을 받았다고 들었다"며 "이처럼 정확한 예상은 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도 치료 방법이 없어서 발견되지 못한 환자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FMF는 소아보다는 성인에서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일라리스의 급여가 적용되어 치료 옵션이 생긴다면 FMF 환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진단과 치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최종 급여 등재를 위한 공단과의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SJIA는 현재 다른 치료제가 있지만, HIDS/MKD는 환자가 진단되더라도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라, HIDS/MKD의 급여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논의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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