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택치료 전수조사가 한창인 가운데, 이번엔 이에 대한 공론화 여부를 두고 의료계 내부가 시끄럽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를 은밀히(?) 처리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다.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코로나19 재택치료 전수조사가 본격화하면서 의사단체들이 이로 인한 회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하다. 공단 중앙본부와 직접 만나 회의하는 한편, 지역본부를 방문해 선처를 촉구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건보공단이 의사단체를 회유,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보공단 측은 의사단체에 회원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조용히 전수조사를 마무리하는 편이 유리할 것이라고 의료계를 압박했다. '전수조사' 도마 위에 오른 의료계 입장에선 건보공단의 제안(?)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 의료계는 전수조사 근저에 깔려있는 정부의 강압적 행보가 부담스러운 표정이다.
이번 사태를 짚어보면 이렇다. 이번 공단 전수조사는 오미크론 당시 재택치료를 제공했던 1040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재택치료에서 한 환자에게 2번의 진료가 이뤄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의료기관이 제출해야 하는 자료가 적게는 1만 건, 많게는 10만 건에 이르러 일선 개원의들이 업무 과중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또 오미크론 혼란 초기 미흡했던 정부 지침 및 진료 지원 시스템 오류 등 불가피하게 자료 정리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는 불만이 나온다.
의사단체 입장에선 이런 회원들의 불만을 정부 측에 문제제기하고 부당한 부분을 개선해야 하지만, 공론화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번 전수조사를 은밀·신속히 처리하자는 공단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관련 상황을 공론화할 시 공단의 운신이 폭이 좁아져 원칙적으로 조사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럴수록 회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게 건보공단 주장이다. 이번 전수조사가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사항이었고, 오는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예정된 상황도 부담을 키우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렇게 정부가 단체를 압박하는 상황이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이를 조용히 처리한다고 해서 회원 피해가 더욱 적어질 것인지도 불확실하다는 것.
공단 본부는 의료계와 협조하며 전수조사를 완만히 마무리하자는 입장이지만, 일선 지사들은 본부 지시라며 강압적인 태도만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 시도의사회장은 건보공단 관할 지사장을 만나 표본 조사 선행 등 선처를 촉구했다. 하지만 본부에서 전수조사를 정했으니 지사는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처럼 중앙 본부와 전수조사 문제를 막후협상할 수 있다고 해도, 이를 실행하는 지사가 완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공론화되지 않으면 회원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확증이 있다면 모를까, 현재로선 공론화가 안 되더라도 회원 피해가 축소되거나 최소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애초에 재택치료는 정부가 먼저 요청한 사안이고 말로는 우리도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하겠지만, 실제 지역본부는 상당히 엄격하게 병·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진료 지원 시스템 자료에 대한 공단 태도만 봐도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내놨다. 재택치료 당시 이 의료기관은 이 시스템에 의무 기록을 작성했지만, 현재는 폐쇄돼 접근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전수조사 과정에서 병·의원은 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단은 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그는 "무엇보다 재택치료 시작 당시 정부는 기록을 안 하면 나중에 환수되거나 피해 볼 수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애초에 억울한 부분이 있는 데다가, 의료기관에 권리가 있는 의무 기록을 조작 가능성이 있다며 제공하지 않는 등 공단이 먼저 병·의원을 믿지 않고 있다. 이러면 다음 감염병 유행 때 어떤 의료기관이 참여하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공단 측은 이번 전수조사는 행정처분 없는 자율시정으로 병·의원에 혜택을 제공하는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공론화 관련 의사단체가 압박 받는 상황과 관련해선, 형평성 우려로 의사단체들과 긴밀히 처리하기로 협의한 것이 갑자기 외부로 알려지면서 발생한 해프닝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왔다.
또 전날 대한개원의협의회의와 간담회 이후 자료 제출 기간을 2주 더 연장하는 등 의료계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전수조사가 높은 참여율을 보이며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덧붙여 회유와 압박은 없었으며 소통과정에서 발생한 오해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실제 메디칼타임즈가 입수한 공단·대한개원의협의회 간담회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대상 의료기관의 95%가 여기 참여한 상태다. 다만 여기 불참한 3개 의료기관에 대해선 방문 확인 후 문제 발견 시 행정처분이 시행된다.
문제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 대해서만 증빙자료 제출 및 방문 확인을 해달라는 대개협 요청과 관련해선, 이미 앞선 표본 조사에서 부적정이 50%여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일선 병·의원 불만인 자료 제출로 인한 과도한 업무 부담과 관련해선, '공단안내 및 접수지원'으로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답했다.
미흡한 진료지침 및 업무 부담 폭증으로 자료가 미비할 수 있어 배려가 필요하다는 대개협의 요청도 있었다. 당시 진료 지원 시스템에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 확인을 받은 바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하지만 공단 측은 당시 발표한 '고시'에선 재택치료시 2회 통화 진료기록이 원칙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를 토대로 관련 내용이 있는 경우 모두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제일 1회 통화 후 해제·종료됨 등의 문구가 있는 경우도 인정한다.
하지만 환자 1회 전화 진료 내용만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인정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진료기록이 없는 경우 환자와의 통화 증명, 해당 월 통신비 폭증 등 간접 증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일 1회 전화진료만 한 경우 8만 원대 금액이 모두 환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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