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경찰서 수사관들이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의료, 제약업계 전반에 걸쳐 큰 긴장감을 주고 있다. 의약품 유통의 투명성을 높이고 불법 행위를 근절하려는 선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것이 최근의 의료파업과 관련하여 정부의 기조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수사관들도 사람인지라, 하달, 실적, 보고 등과 관련이 있는 사건들은 본인도 모르게 무리를 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수사를 받는 입장에서도 평소보다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의 분위기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와 복잡한 정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수사의 단초
과거 리베이트 쌍벌제가 막 시행되던 시기에, 필자가 소속된 로펌은 많은 제약사 및 의약품도매상과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자문 업무를 수행하였다.
당시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제약업계 의뢰인들이 문의하는 사건의 90% 이상은 내부 제보자와의 다툼이었다. 영업사원과의 해고 분쟁이 리베이트 제보 협박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CSO, CMO 등 관계사의 대표자와의 사소한 다툼이 리베이트 진실공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특정 제약사의 특정 지역 담당자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가지고 검찰에 들어가버리면, 그 지역에 있는 개원의들이 전부 수사의 대상이 되는 식이었다.
일단 자료를 가진 내부자의 진술이 확보되면, 그 다음부터의 수사는 일사천리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부자 제보는 모두가 두려워한다. 그러다 보니 제약사들의 화두는 항상 내부 통제에 있었고, 수사를 받게 되었을 때에도 항상 누가 제보자인지 특정하여 거기서부터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제약사 영업사원의 초기 진술이 가장 중요한 수사의 단초가 되다 보니, 영업사원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약속을 지켜준 의사만 영업사원의 유리한 진술을 통해 보호받고 살아남는 아이러니한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병원 영업이 잘 되지 않아서 처방이 많이 나오지 않았을 뿐인데, 영업사원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처벌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과거에 의사들을 상대로 한 리베이트 예방 교육을 할 때, 당연히 리베이트를 주지도 받지도 말아야 하지만, 불가피하게 모종의 관계를 맺을 때에는 항상 제약업계 사람들에게 매너를 지킬 것을 조언하곤 했다.
CSO 법인을 통한 리베이트 제공
기억에 남는 사례 중에, 규모가 있는 제약사의 외부영업 조직으로 기능하던 회사가 의사들에게 처방의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다가 적발된 케이스가 있다. 이들은 의사들에게 현금뿐만 아니라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을 제공하기도 했는데 가전제품 회사의 택배 배송내역을 통해 모든 혐의가 드러나 있었다. 물론 내부 제보로 인한 것이었다.
이 사건에서 CSO 대표자는 처벌을 피하기 어려웠으나, 제약사의 경우에는 애매한 면이 있었다. 제약사에서는 CSO에게 정당한 영업수수료를 지급했을 뿐 의사들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고, 또 CSO 법인이 취득한 수수료의 액수가 좀 크기는 했지만 업계에서 수긍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에서 CSO 직원의 자백으로 제약사 – CSO – 의사로 이어지는 처방의 대가 구조가 만천하에 드러나버렸고, 제약사 임원도 처벌을 피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지리멸렬한 진실게임이 이어졌고, 거짓말을 반복하던 CSO 대표자는 구속이 되고 말았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의약품판촉영업자, 소위 CSO가 유통시장에서 어떠한 부정적인 기능을 하는지 잘 드러났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정상적인 CSO 사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사업자들은 이런 불법적인 사업체로 오해를 받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고, 이미 오해를 받고 수사를 받게 된 상황이라면 모든 계약서와 거래내역을 공개하며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압수·수색에 대한 대응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특정 병원, 제약사, 도매상 등의 리베이트 정황이 의심되어 수사가 시작됐다면, 압수·수색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말은,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확실한 증거를 보유하고 있어, 법원을 설득했다는 말이다. 즉, 확률적으로 봤을 때 완전 무혐의는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을 통해 이 사람의 억울함을 밝히겠다는 의도보다는, 내부 장부라던지,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데이터,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등을 추가로 확보하여 수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무조건 아니라고 발뺌을 하거나 수사관들과 척을 지는 상황을 만들기보다는, 상황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수사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잘못하지 않은 부분까지 다 인정하라는 취지는 아니다.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이 모두 유죄로 확정된 것은 아니므로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다. 영장 발부를 위해 명확하지 않은 범죄사실을 추가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영장을 꼼꼼히 살펴보고 어디부터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법리적인 검토로 중요하다. 내가 담당했던 사례 중에는, 법령이 제대로 정비되기 전, 특정 의료인이 아니라 행정부장에게 공식적으로 돈을 전달했던 사례가 있는데, 이 돈은 병원 부대경비로 사용됐다. 그런데 당시 법조문에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을 처벌하는 조항은 있어도 “의료기관”을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다.
(현재는 법령이 정비되어서 의료기관이 받은 리베이트도 다 처벌 대상이다.)
정리하자면, 압수·수색을 당하게 되었다면, 어느 정도 혐의가 소명된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못하지 않은 부분 및 죄가 되지 않는 부분까지 다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세심하게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자격정지처분 등
리베이트 사건의 수사는 형사처벌 자체도 무섭지만, 제약사는 약가 인하 등 행정처분을, 도매상은 업무정치처분을, 의료인은 자격정치 처분을 더 걱정하고 두려워한다. 특히 의료법 개정을 통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의료인에 대한 자격취소까지 가능해지면서 더욱 근심이 늘었다.
이에 관해 간단하게 짚고 가자면, 의사에 대한 자격정지처분은 수수한 리베이트의 액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기준이 생각보다 엄격하다.
부당한 경제적 이익등을 받은 경우의 행정처분기준 | ||
위반차수 | 수수액 | 행정처분기준 |
1차 | 2,500만원 이상 | 자격정지 12개월 |
2,000만원 이상 ~ 2,500만원 미만 | 자격정지 10개월 | |
1,500만원 이상 ~ 2,000만원 미만 | 자격정지 8개월 | |
1,000만원 이상 ~ 1,500만원 미만 | 자격정지 6개월 | |
500만원 이상 ~ 1,000만원 미만 | 자격정지 4개월 | |
300만원 이상 ~ 500만원 미만 | 자격정지 2개월 | |
300만원 미만 | 경고 | |
2차 | 2,500만원 이상 | 자격정지 12개월 |
2,000만원 이상 ~ 2,500만원 미만 | 자격정지 12개월 | |
1,500만원 이상 ~ 2,000만원 미만 | 자격정지 10개월 | |
1,000만원 이상 ~ 1,500만원 미만 | 자격정지 8개월 | |
500만원 이상 ~ 1,000만원 미만 | 자격정지 6개월 | |
300만원 이상 ~ 500만원 미만 | 자격정지 4개월 | |
300만원 미만 | 자격정지 1개월 | |
3차 | 2,500만원 이상 | 자격정지 12개월 |
2,000만원 이상 ~ 2,500만원 미만 | 자격정지 12개월 | |
1,500만원 이상 ~ 2,000만원 미만 | 자격정지 12개월 | |
1,000만원 이상 ~ 1,500만원 미만 | 자격정지 12개월 | |
500만원 이상 ~ 1,000만원 미만 | 자격정지 8개월 | |
300만원 이상 ~ 500만원 미만 | 자격정지 6개월 | |
300만원 미만 | 자격정지 3개월 | |
4차 이상 | - | 자격정지 12개월 |
그리고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집행유예 포함)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데, 의사면허가 취소된다고 해서 영원히 재취득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의사회ㆍ치과의사회ㆍ한의사회ㆍ조산사회 및 간호사회 등에서 40시간 이상의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고, 면허재교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면허 재교부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수사부터 재판, 그리고 행정처분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수사와 1심 재판 결과를 지켜본 후 대응 방법을 고민해도 늦지 않다.
맺음말
리베이트 수사는 이해당사자들에게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와 상의하여 신중하고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무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법리적인 검토와 행정처분과의 연계까지 함께 살펴봐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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