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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성인·소아 '음식물 알레르기' 요주의

장종원
발행날짜: 2004-09-24 09:37:49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장윤석 교수

민족의 고유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온식구들이 둘러앉은 차례상에 형형색색의 푸짐한 음식을 보면 누구나 식욕이 돋는다. 그러나 과거 에 음식물 알레르기 경험이 있는 사람은 명절 음식에 대한 특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영유아나 소아는 음식물 알레르기 유병률이 5~8%에 이르고 있어 각별한 부모의 관리가 요구된다.

최근 서울의대,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알레르기 및 임상면역연구소, 연세의대, 아주의대, 경북의대에서 합동 조사한 결과, 알레르기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 1,452명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섭취하는 총 61가지의 식품에 대하여 피부단자시험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성인에서 번데기(10.1%), 새우(6.4%), 밤(3.4%) 등의 순으로 음식물 알레르겐에 감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아의 경우에는 메밀가루(10.7%), 새우(10.1%), 밤(9.5%), 계란(5.9%), 콩(4.7%), 땅콩(4.1%), 밀가루(3%)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밀가루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성인 남자에서 약 1.3% 정도의 감작율을 보인다. (2001년도 조사, 2003년도 천식 및 알레르기 학회지 보고) <주 : 감작되어 있다는 것은 그 음식물에 대하여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해당 음식물 알레르겐에 대한 특이 IgE 항체가 생성되어 있다는 뜻임>

음식물 알레르기란 섭취한 음식물 혹은 음식물에 포함된 첨가물이 항원으로 작용하여 면역반응인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서 여러 가지 임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음식물이라고 하면 입으로 섭취하는 것을 모두 포함하며, 하루 세끼 식사하는 것 외에도 간식, 음료수, 술 등도 해당되고 식품 첨가물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도 음식물 알레르기에 포함된다.

음식물 알레르기는 어떤 음식에 과민한 사람이 그 음식물을 섭취할 때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것으로 두드러기가 가장 흔하고 구토, 설사, 복통, 천식, 비염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도 일어날 수 있다. 이때 특정한 원인 음식물은 그 사람 개인에서만 과민반응을 일으킬 뿐이고 다른 사람에서는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혼동되는 질환중, 음식물 알레르기와 식중독은 구별되어야 한다. 식중독은 음식물내에 포함된 독성 물질 또는 세균이 원인이 되는 것으로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하였을 경우에 발생한다. 따라서 식중독은 그 음식물을 나누어 먹은 사람들이 동시에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흔히 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지급된 도시락을 먹고 구토, 설사, 복통 등이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식품공장에서 제조된 도시락이 세균에 오염되어 식중독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음식물 관리에 원인이 있는 것이므로 음식물이 오염된 경로를 추적하여 운인을 규명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음식물 알레르기, 식중독 이외에도 음식물을 먹은 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의 원인으로 소화효소 결핍이 있다. 예를 들어 우유 속에 들어 있는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lactase)가 결핍되면 우유를 먹었을 때 유당이 분해되지 않으므로 소화흡수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유당이 소장에 그대로 남게되고 설사, 복통 등을 일으키게 된다.

음식물 알레르기의 유병률은 소아에서 6-8%, 성인에서는 1-2% 정도로 나타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음식물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유발검사로 확인하면 실제로는 약 1/3 정도에서만 양성 반응을 나타낸다. 음식물 알레르기도 다른 알레르기 질환과 마찬가지로 알레르기 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많다.

어떤 음식물을 섭취한 후에 알레르기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되면 병원에 찾아 가서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가 임의대로 음식물 알레르기의 원인 식품으로 단정하여, 실제로는 음식물 알레르기가 아닌 경우에도 그 음식물을 장기간 금식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음식물 알레르기 환자인데도 이것을 모르고 원인이 되는 음식물을 계속 섭취하여 만성적인 알레르기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음식물 알레르기가 무엇이며, 음식물 알레르기가 아니면서도 그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은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이들의 진단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정확히 알아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쌀과 밀 등의 곡류, 과일, 채소, 육류, 생선에서부터 우유, 청량음료, 술까지 거의 모든 음식물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음식물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음식물은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지역적인 특색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연령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계란, 땅콩, 우유, 콩, 생선, 견과류, 갑각류, 밀가루가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성인에서는 갑각류 중 새우, 게, 가재와 땅콩이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외에 메밀, 복숭아, 번데기 등도 중요한 원인 식품이 되며 막국수나 냉면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메밀은 예민한 환자에게 쇽(shock)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식품 첨가물에 의한 음식물 알레르기도 발생하는데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설파이트, 합성색소, 글루탐산모노소디움 (monosodium L-glutamate, MSG), 아스파테임(aspartame) 및 벤조산나트륨(sodium benzoate) 등이 알려져 있다. 설파이트는 포도주의 발효 중에 자연적으로 생성되기도 하지만 주로 산화방지제 및 보존제로 음식물 및 약품 제조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합성색소로는 황색 5호 식용 색소와 타트라진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MSG는 비필수 아미노산으로 섭취하는 단백질 내의 20%를 차지하고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첨가하기도 한다. 벤조산나트륨은 음식물에 포함되는 방부제의 일종이다. 식품 첨가물에 의한 음식물 알레르기인 경우 회피요법이 중요하므로 정확한 진단 및 교육이 필수적이다.

음식물 알레르기의 증상은 입술 주위와 입안이 가려운 정도의 경미한 증상에서 두드러기, 혈관부종, 구역, 구토, 복통, 설사, 호흡곤란, 쌕쌕 소리가 나는 천명음, 콧물 재채기, 코가려움, 코막힘 등 비염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실신, 아나필락시스 쇽에 이르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혈관부종은 두드러기와 매우 비슷한 증상이지만 피부의 깊은 쪽에 생기므로 경계가 분명치 못하고 부은 모양으로 나며 가려움증이 별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나타나는 부위로는 눈꺼풀, 입술, 손가락, 생식기 등에 잘 생기며 심한 경우 얼굴이 잘 알아볼 수 없게 변하기도 한다. 이 증상도 두드러기와 마찬가지로 가라앉은 후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으므로 증상이 있을 때 의사에게 보일 필요가 있다.

두드러기와 혈관부종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혈관부종이 나타날 수 있는 부위로서 매우 중요한 곳이 후두인데 후두는 성대가 자리잡고 있는 곳으로서 공기가 지나가면서 목소리가 나오게 되어 있는 곳이다. 만약 이곳에 혈관부종이 생기면 좁은 곳이 부어서 더욱 좁아지거나 숨을 쉬지 못할 정도가 된다. 음식물 알레르기의 증상으로 목소리가 쉬고 숨쉬기가 답답해지면 증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음식물 알레르기의 진단은 어떤 경우에는 매우 쉽기도 하고 그 반대로 매우 어렵기도 하다. 환자 자신이 음식물 알레르기라고 자가진단해서 주먹구구식으로 무엇 무엇은 안 먹고 지낸다든지 해서는 치료도 안될 뿐더러 육식을 완전히 금하는 등의 편식으로 인한 영양의 불균형만을 초래할 뿐이다.

음식물 알레르기의 진단에는 병력 외에도 식이에 의한 진단법과 피부시험, 혈액검사 등이 이용되며, 확진을 위해 유발검사를 하기도 하는데 유발검사는 전문성이 요구되기에 반드시 알레르기 전문의가 시행하여야 한다.

음식물 알레르기에 있어서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에는 회피요법과 대중요법이 있다. 회피요법은 원인이 되는 음식물을 확인하였을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며 원인 음식물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에는 대증요법을 적용한다. 어느 질환에 있어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음식물 알레르기에서도 원인에 따른 치료로서 원인식품을 회피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이다.

일단 원인 식품이 확인되면 그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음식물을 조사하여 일람표를 만들어야 한다. 원인이 되는 음식물의 회피 기간에 대해서는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으며 음식물 알레르기의 증상이 저혈압, 쇽, 심한 기관지천식 등으로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할 때에는 평생 그 원인 음식물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비교적 경미한 경우 회피 요법을 시행하여 어느 시점에서는 음식물 알레르기가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원인 식품을 회피하기가 불가능하거나 모르고 섭취할 경우에는 증상을 일시적으로 가라앉히기 위해서 대증요법이 필요하다. 대증요법은 증상에 따라서 사용하는 약제가 다른데 가장 흔히 사용하는 약제는 항히스타민제이다. 최근에는 중추신경계로 침투하지 않는 항히스타민제가 개발되어 졸음 등의 부작용이 없이 사용되고 있으며 약제에 대해서는 전문의와 상의 후 자신에 적합한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부모 모두가 알레르기 질환이 있거나, 신생아 시기에 혈액검사에서 면역글로불린E치가 높았던 영유아는 음식물 알레르기가 발생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이런 위험 요소가 있을 때 알레르기성이 가장 적은 식품인 모유를 6개월 이상 수유할 것을 강력히 권장하며, 수유하는 엄마도 모유 수유 중에는 알레르기성이 강하다고 알려진 음식물인 우유, 계란, 땅콩, 메밀, 콩 등의 섭취를 피하고, 이유식에도 이들 식품은 3세 이후로 피하는 것이 음식물 알레르기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온 가족이 모두 모인 즐거운 추석 명절, 음식물 알레르기로 인하여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개인 스스로 음식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추석 명절 음식중에 계란, 우유, 밀가루, 메밀가루, 땅콩, 콩, 밤, 새우 등의 갑각류, 생선, 복숭아, 사과, 키위 등의 과일과 같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주요 10대 음식물<항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인이나 소아는 음식물 알레르기 예방차원에서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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