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조기박리로 태아가 자궁 내에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사 과실을 인정해 1500만원 상당의 위자료 지급을 권고했지만, 법원은 의사에게 무죄판결을 내려 그 배경에 관심이 주목된다.
2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이희승)은 태반조기박리로 태아가 자궁 내에서 사망한 산모 A씨가 의사 B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기각했다.
2022년 2월 임신 29주 5일차에 접어든 산모 A씨는 산전 진료를 위해 의사 B씨가 운영하는 병원에 내원했다. A씨는 2022년 2월부터 4월까지 5차례에 걸쳐 2주 간격으로 정기적으로 내원해 진료를 받았다.
마지막 내원 후 4일이 지나고 임신 38주 1일차에 A씨는 하복부에 통증을 느끼고 태동이 감소한 것이 느껴지자, 오전 11시 40분 B씨 병원에 내원해 외래진료를 접수했다.
병원은 A씨에 대한 내진 및 초음파검사와 함께 같은 날 12시 12분부터 30분까지 태동검사를 실시했다. 내원 직후 측정한 A씨의 혈압은 수축기 108~135mmHg, 이완기 70~87mmHg이었다.
당시 A씨를 진료하던 의사는 초음파 및 태동검사결과를 확인하고 "태아의 심장소리 및 태동검사 결과가 괜찮으니 집에서 기다리다 다시 오라"는 취지로 안내했다.
하지만 귀가 전 측정한 A씨 혈압이 수축기 145mmHg, 이완기 92mmHg으로 나오자 소변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단백뇨가 확인됐다.
B씨는 A씨에게 임신성 고혈압을 진단하며 바로 입원해 유도분만을 진행해야 하며, 혈압 상승 시 제왕절개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오후 1시 15분 입원수속을 위한 코로나 검사를 받은 다음 1시 55분경 분만실에 입원했다.
B씨가 분만실에서 태동검사 및 초음파검사를 실시한 결과 태동 및 태아심음, 태아심박동이 없는 것을 확인했고, 환자에게 태아가 자궁 내에서 사망했으며 태반조기박리일 가능성이 높으니 응급 자궁절개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후 3시 30분 환자 동의 하에 자궁절개술을 실시했고, 사망한 태아를 꺼냈다. A씨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50% 이상 떨어진 태반조기박리와 자군 내 태아사망으로 진단했다.
■ 중재원 "수술 대기시간 85분 단축됐다면 태아 사산에 이르지 않았을 수도"
이후 A씨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다.
A씨는 "태동검사 결과 태아의 심장박동수 감소가 확인됐음에도 의사는 중증도로 잘못 판단하고 귀가조치를 내렸다 뒤늦게 단백뇨가 확인되자 입원을 권유했다"며 "이후에도 코로나 검사 이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 입원 후에야 뒤늦게 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태아의 사망을 확인해 주의의무 위반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B씨는 "태동검사 결과 태아의 심장박동수 변이도가 다소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상범위에서 안정적 소견을 보였다"며 모든 검사결과를 종합해 볼 때 태반조기박리 등 태아의 상황을 의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신속한 분만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당시 중재원은 '내원 당시 검사의 적절성', '입원 및 분만준비 절차 과정의 적절성'에는 병원의 부적절한 의료행위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태동검사 및 처치의 적절성'과 관련해서는 심장박동수 변화를 확인하고도 신속한 분만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봤다.
코로나19 검사를 감안하더라도 태동검사를 마친 12시 30분부터 분만실에 입원한 오후 1시 55분까지 약 85분의 시간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중재원은 "태동검사에서 태아의 심박동수 감소가 확인됐는데 의사는 신속한 분만을 위한 노력을 해야 했다"며 "하지만 B씨 등은 산모의 임신중독증만을 염려하고 유도분만을 위한 입원을 권유해 시간이 허비되면서 뒤늦게 태아의 사산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 시간이 단축됐다면 태아가 사산에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사료된다"며 B씨에게 1500만원을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B씨는 중재원 조정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아, 해당 사건은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수원지방법원은 의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며 중재원과 판단을 달리했다. 태동검사와 관련해 진단과 처치상 일부 잘못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태아 사망과 관련해 직접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태반조기박리는 초음파검사나 태동검사를 통해 진단하기 매우 어려운 질환일 뿐 아니라 환자 A씨가 내원했을 당시 증상만으로 태반조기박리를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태반조기박리가 시작된 시점부터 태아 사망까지 소요된 시각 역시 전혀 추정할 수 없고 미리 예방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 질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A씨는 당시 태반조기박리의 통상적 증상인 질출혈이나 자궁수축 등이 없어 태아의 심박수 등을 기반으로 의료진이 태반조기박리를 의심하고 응급제왕절개술을 할 정도의 응급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85분의 대기시간 역시 통상적 유도분만을 위한 입원수속 절차 등에 비춰볼 때 이례적으로 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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