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빅파마' 탄생? 제약업계 "신약 생태계 구축 시급"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잇달아 신약 개발 확대 구상을 내놓으면서 이른바 '한국형 빅파마(Big Pharma)' 탄생 가능성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다만, 업계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구조상 글로벌 빅파마 수준의 신약 개발은 현실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중한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동안 위탁생산(CMO)과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국내 바이오 산업이 자체 신약 개발이라는 장기 영역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움직임은 분명해졌다. 정부 또한 신약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정책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이 모인 세계 최대 헬스케어 투자 행사인 '2026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와 연구개발(R&D) 강화 방침을 직접 언급했다. 단순 생산·개발 위탁 기업을 넘어 신약 개발사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셀트리온은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다중항체를 중심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신약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셀트리온 경영사업부 서진석 대표는 "2025년 11개, 2030년 18개, 2038년까지 총 41개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삼성에피스홀딩스 역시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 개발 전 주기를 수행하는 '한국형 빅파마'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회사는 최근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후보물질 SBE303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서(IND) 승인을 획득했으며, 내년부터 본 임상 단계의 신약 후보물질을 매년 1개 이상 추가할 계획이다.같은 신약 개발 기조 속에서도 기업별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엿보인다. 최근 본사와 연구 거점을 인천 송도로 이전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신약 개발과 관련해 비교적 절제된 메시지를 내놨다.SK바이오사이언스는 19일 송도 국제도시에 구축한 '글로벌 R&PD(Research & Process Development) 센터'로 본사 및 연구소 이전을 완료했다.송도 글로벌 R&PD 센터 전경(제공=SK바이오사이언스)해당 센터는 연구개발(R&D)과 공정개발(PD), 품질 분석 기능을 하나의 개발 흐름으로 연결하도록 설계됐으며,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폐렴구균 등 프리미엄 백신 포트폴리오 강화와 주요 백신 개발 역량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회사 관계자는 신약 개발 확대와 관련해 "당연히 개발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전보다 신약 개발에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내부 논의와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빅파마 도약'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개발 역량을 단계적으로 쌓아가겠다는 계획이다.업계에서는 국내 바이오 산업이 '제조' 경쟁력에 더해 '혁신' 경쟁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글로벌 빅파마와의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에는 산업 구조와 생태계 모두 아직 미완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의 빅파마는 수십 년에 걸친 기초과학 투자와 대학·벤처·대형 제약사 간 유기적인 생태계를 바탕으로 성장해왔다"며 "이런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현재 국내 환경에서 곧바로 블록버스터 신약을 목표로 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접근"이라고 분석했다.이어 "글로벌 빅파마들은 자체 개발뿐 아니라 벤처기업이 만든 기술과 파이프라인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하며 신약을 만들어왔다"며 "하지만 국내 바이오 산업은 대기업과 벤처가 각자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아직 자리 잡지 못했고, 오히려 CDMO나 바이오시밀러 분야가 현재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