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대한의사협회의 만남이 성사되면서 의료계가 또 다시 술렁이고 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의 면담과 관련해 의협 내부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감지되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추석 연휴 동안 의료계와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정부 측에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논의 필요성을 피력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의료계 내부에서 의협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의협은 의료계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조건 중 하나로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협이 한동훈 대표의 태도 변화를 강조하는 것은 협의체 참여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읽힌다는 주장이다.
때마침 불거진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표성 논란도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전공의 신분이 아닌 박단 위원장이 전공의를 대표하는 것에 이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그와 한동훈 대표와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으면서다.
더욱이 전공의들이 수련병원 근무, 봉직의·개원가 취업, 사직 중으로 나뉘면서 대전협 내부가 와해 직전이라는 의혹도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감사한 의사' 블랙리스트 등이 더해지면서 감정의 골까지 생겼다는 것.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박 위원장의 대표성에 이견은 없지만, 대학병원에 남은 일부 전공의들 사이에서 대표자를 새로 뽑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며 "모든 대화를 차단하고 두문불출하는 박 위원장의 투쟁 방식에도 비판적인 시선이 있기는 하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의협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명분이 실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박 위원장의 대표성 논란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다른 전공의를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토록 하고 그에게 대표성을 부여하려는 방편일 수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의협이 국민의힘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 의사단체 임원은 "박 위원장의 대표성이 이렇게 외부로부터 흔들리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박 위원장의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가능성이 없으니 다른 전공의 내세우고 대표성을 부여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의협이 국민의힘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본다. 실제 이를 비판하는 회원 목소리도 있다"며 "의협이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긴 하지만 현 사태의 주체는 전공의고 협의체 참여 여부도 이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역시 전공의·의대생 없인 대응하지 않는 것을 대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과 관련해 아무런 논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는 태도 변화에 대한 것일 뿐 협의체와는 하등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의협 채동영 부대변인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태도가 많이 바뀐 것이 사실이다. 의협이 정치권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만남을 가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본다"며 "이는 협의체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협의체 참여는 정부의 태도 변화와 전공의·의대생들의 참여가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 사태를 누가 해결할지보다 회원의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방향성에 대해선 주류가 되는 의견을 청취할 수밖에 없다"며 "의협이 가장 중요한 대원칙은 전공이나 의대생 없이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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