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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기 칼럼]"이치로를 아시나요?”(114호)

한독 백진기 대표이사
발행날짜: 2024-11-11 05:00:00

가을야구시즌이 되자 야구장은 북새통이다.

그렇다고 '야구'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 관심은 오로지 '사람'이야기다.

나는 야구장까지 가서 야구보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만 뛰어난 선수들을 살펴보는 것을 즐긴다.

야구선수들 중 으뜸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스즈키 이치로’다

이치로를 신문기사에서 만난 것은 아주 오래전이다.

이십년도 더 된 것 같다. 기억을 더듬어 정리해 본다.

야구연습이 끝나면 다들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가는 데

혼자 남아 자신의 글러브와 배트를 닦는 초등학교 학생이 있었다.

그 행동이 너무 신기해, 학부모들이

“선생님이 시키지 않았는데 왜 닦느냐?”라고 물으니

“글러브와 배트는 내 장사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매스컴의 단골메뉴는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다.

야구를 모르는 분도 오타니의 얼굴이 익숙할 정도다.

일본에서는 '오타니'로 난리다.

잘 생긴 외모에 키도 193cm 연봉은 약100억원?

요즘말로 ‘6각형’인간이다.

곳곳에 오타니 광고 사진이다.

지난달 하네다공항 CVS의 '입간판 오타니'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셀카로 그 '입간판 오타니'와 같이 찍었다.

머쓱했다.

오타니는 우리의 호프 박찬호가 있었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소속이다.

최근 오타니 쇼헤이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50홈런-50도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야구의 전설 스즈키 이치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후속기사가 있었다.

오타니는 이 기록들을 계속 갱신할 것이다

이치로를 넘어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치로를 으뜸으로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1) 우선 이치로는 MLB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 작고 호리호리한 체격이다.

오타니와 다르다. 그저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정도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4367개 넘는 세계 최다 ‘넘사벽’의 안타기록을 가지고 있다.

3) 무엇보다 ‘지속성장의 달인’이다.

MLB의 다른 선수들은 서른 중반에 다 은퇴한다.

1973년생인 이치로는 1992년 19살의 나이에 프로선수가 되었고

2019년, 46세에 27년간의 프로야구선수 생활을 접었다.

프로선수 접은 후 프로야구팀에서 자문을 맡고 있다.

내가 볼 때는 51세인 지금도 현역이라는 얘기다

어떻게 1) 2) 3)이 가능했을까?

이치로는 많은 시도를 했지만 그 중 세개를 소개한다.

우선 이치로는 정말 지독한 자기관리형이고, 절제의 끝판왕이다.

● 경기장 도착부터 모든 행동이 분 단위로 이뤄진다.

● 매일 똑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음식을 먹고,

● 먹을 때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오래 씹어 먹고 (보통 식사 시간이 1시간이 넘는다고 한다)

● 출근길 코스는 물론 차선도 일정하다.

● 1년 동안 몸무게 변화는 1파운드(450g)를 벗어나는 법이 없다.

● 365일 중 3일휴식은 학창시절부터 시작되었다

● 허리 보호하기 위해 철의자만 앉는다.

● 시력보호를 위해 TV볼때도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 체지방을 7%유지한다.

●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등번호를 51번으로 정한 이유가 51세까지 프로로 뛰고 싶어서다 등이다.

정말 로봇 같은 삶의 방식이다.

주위에서 나도 ‘계획적이고 자기관리, 절제 잘하는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치로의 기록과 그에 대한 매스컴의 기사들,

그의 삶과 말을 정리한 책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는 ‘끝판왕’이고, 그에 비하면 나는 ‘새 발의 피’다.

둘째로 이치로는 상황대응적, 과학적 접근을 시도했다.

일본에서는 일본방식, 미국에서는 시계추타법처럼 미국에 통하는 방식을 만들어 접근했다.

이치로 연구자인 고마쓰 히로미는 자신의 저서 <최고봉을 향하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치로가 일본에서부터 메이저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을 연구했고, 100명이 넘는 투수를 공략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가동해왔다"

셋째는 철학자가 된 이치로이다.

나는 이점 때문에 이치로를 오랫동안 관심있게 봐왔다.

매스컴에는 그에 관한 기사들은 차고 넘친다

그는 이렇게 얘기했다.

“ 최상의 몸 컨디션을 유지해야만 타석에 서는게 즐겁다”

“ ‘이치로만이 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하고 싶다"

" 난 천재가 아니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것을 갈구했기 때문에 피나는 노력을 계속했을 뿐이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천재가 있다면 나는 천재가 아니다”

“한번도 자기하고의 약속을 어겨본 적이 없다”.

기자들은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실력뿐 아니라 품성까지 고루 갖춘 진정한 명품인재다”.

나는 그를 초등학생때부터 ‘야구’라는 ‘화두(話頭)’를 안고 산 철학자라고 부른다.

부럽고 존경스럽다.

그의 말에는 힘이 실려 있고

행동이 그가 뱉은 말들을 증거하기 때문이다.

이치로의 안타기록도 언젠가는 후배들에 의해 깨질 것이다.

그러나 ‘지속경영방식’은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다.

내 책상 왼켠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치로메시지>란 책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 스포츠업계는 어떤지?

우리 스포츠맨들은 어떤지?

우리 기업들은 어떤지?

나는 무슨 메시지를 화두로 붙잡고 있으며?

오늘 나는 ‘글로브와 배트’를 닦기나 하고 잠자리에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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