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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일한 지방 소청과의사가 본 현실

경남도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대책위원장
발행날짜: 2025-01-20 05:00:00

경남도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대책위원장

1990년 의사가 되어 1995년 소아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30년간 창원의 2차 의료기관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며 나는 지방 의료와 소아청소년과의 처참한 현실을 온몸으로 체감해왔다. 이 뼈아픈 경험을 토대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암울한 현재와 더욱 절망적인 미래를 직시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의료는 이미 파국적 상황에 빠져들었다. 의사 증원이라는 허울뿐인 정책은 철저히 정치적 계산으로 변질되었고, 그 과정에서 무고한 국민들은 말 그대로 생존의 위협에 내몰리고 있다. 의료 현장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진들은 극도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매일같이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 모든 참상의 시발점은 다름 아닌 지방 소멸과 그로 인한 지방 의료의 완전한 붕괴다.

정치권은 이 심각한 문제를 철저히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한 도구로 전락시켰고, 의사와 국민 간의 오랜 신뢰 관계를 산산조각 냈다. 사법부는 의료 현장의 극도로 복잡한 현실과 특수성을 완전히 외면한 채 무책임한 판결만을 쏟아내며 의료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정부의 맹목적이고 즉흥적인 정책들은 의료진과 국민 모두를 극도의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언론은 객관성을 완전히 상실한 채 갈등을 부추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근시안적 정책은 결코 지방 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 지방 소멸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 전체의 붕괴는 불가피하다. 의료계는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하고자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는 처참히 실패했다. 의사들은 환자 진료에 온 힘을 쏟으며 자신의 건강마저 파괴되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특권층이라는 터무니없는 오해를 받고 있다. 이는 의료 단체가 국민과의 소통에 완전히 실패했음을 의미하며 내부 조직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리더십이 초래한 참담한 결과다.

과거의 의사 파업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강력한 연대를 통해 힘을 얻었으나 당시 전공의들은 선배 의사들에 대한 깊은 불신과 분노를 품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그들이 이제는 선배 의사가 되었음에도 의료계의 근본적 문제들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고 내부 소통의 실종은 의료계의 치명적인 분열을 초래했다. 전공의들의 대규모 사직과 의대생들의 결연한 단체행동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론은 요지부동이었다. 이는 국민들이 의료계가 직면한 위기의 실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파국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철저히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의사 단체는 내부의 극심한 분열을 즉각 중단하고, 단체 대표들은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유치한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전공의 사태가 의료계의 최대 화두로 부상했지만, 이는 대한민국 의료 붕괴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방 소멸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전국적인 의료 시스템의 완전한 붕괴는 시간문제다.

최근 출범한 새로운 의사협회 집행부는 젊은 세대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나 이들의 심각한 경험 부족은 또 다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 문제도 시급하지만 지방 의료의 완전한 붕괴라는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 인지가 진정한 과제다. 집행부 참여는 결코 개인의 영달이 아닌, 자신을 완전히 희생하며 의료계 전체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어야 한다.

과거의 치명적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력 그리고 철저한 자기반성이 절실하다. 상대방을 무차별적으로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을 엄중히 돌아보고 의료계 전체가 하나로 뭉쳐 대한민국 의료의 파국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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