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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비닥터]'메드띵크' 북한이탈주민 의료봉사

가톨릭관동의대 3학년 안하은
발행날짜: 2025-02-10 10:41:08 업데이트: 2025-02-10 10:41:49

가톨릭관동대 의과대학 본과 3학년 안하은

의대생이 만드는 종합정보 매거진 투비닥터(TO BE DOCTOR) 3호가 1월 출간되었습니다. 메디칼타임즈는 좀 더 많은 의대생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투비닥터의 협조를 얻어 이중 일부 기사를 게재합니다[편집자 주].

나는 2021년 의료봉사 동아리 '메드띵크'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호기심과 봉사 시간, 그리고 막연한 의료봉사의 꿈에서 시작했다. 또한 북한이탈주민 대상 의료봉사라는 문구가 관심을 끌었다.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인해 본격적인 의료봉사는 해보지 못했으나 우연히 동아리 단체 대화방에서 남북한 청년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다.

실제로 북한이탈주민을 만나볼 기회가 없었던 나는 이번 기회로 직접 북한이탈주민과 이야기해 보고, 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분들은 북한이탈주민부터 북한이탈주민 대상 기관에서 일하는 청년, 북한 인권에 관심이 많은 청년까지 다양했다.

의료봉사 동아리 '메드띵크'가 북한이탈주민 의료봉사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네트워킹 프로그램인 만큼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게임을 통해 친해질 수 있었다. 사실 낯가림이 심한 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 북한이탈주민을 '낯선 사람들'이라고 은연중에 규정짓고 첫 만남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이들과의 첫 만남은 너무나 따뜻했고, 익숙한 느낌마저 들었다.

나와 내 친구, 내 지인과 다를 바가 없었고, 다른 점을 찾는 게 더 힘들 정도였다. 또한 이야기를 나누며 북한의 실상과 인권 문제에 대해 알아가게 되었고,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메드띵크에서는 마침 2024년을 맞아 새롭게 동아리를 재단장하였고, 기존 부원이었던 나는 더욱 열심히 해보겠다는 다짐과 함께 홍보팀 팀장을 맡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휴식기로 인해 많은 부원들이 떠나가고 소수만 남아있던 메드띵크는 신입 부원을 모집하며 28명의 제법 규모 있는 동아리가 되었다.

신입 부원들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한 메드띵크는 남북한통합문화센터의 연결로 북한이탈주민 가족분들을 위한 봉사를 기획하게 되었다. 충남 예산군에 살고 있는 이 가족은 북한이탈주민 어머니와 남한 분인 아버지, 7남매 자녀들로 이루어진 다복한 가정이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아이와 우울증이 의심되는 아이가 있었고, 자녀들 모두 영양이 부족하여 의료적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 가정을 위해 봉사를 하고 계셨던 소금 봉사회에서는 병원의 도움을 받기를 부모님께 제안드렸지만 병원과 집이 멀어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 힘들어하신다고 하였다. 우리는 이 가정을 위해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의 도움을 드리고자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봉사를 위한 첫 회의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먼저 의대생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의료 행위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도움을 주실 수 있는 의사 선생님을 섭외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진단 및 필요한 의료행위는 의사 선생님께 부탁을 드리고, 우리는 간단한 신체 진찰 및 검사지를 이용한 검사를 맡기로 하였다.

또한 아이들이 많은 가정이었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께서 진료를 보실 동안 어린아이들을 놀아줄 수 있는 놀이봉사도 계획하였다. 그 외에도 아이들의 영양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이 가정을 위한 정부 지원책을 알아보는 등 의료적 도움 이외에도 줄 수 있는 도움에 대해서 고민하였다.

이후 우리는 의사를 섭외하기 위해 충남의 대학병원 및 각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한 곳 한 곳 연락을 드려 도움이 필요함을 절실히 이야기하였다. 그중 한 소아과 교수님께서 시간을 내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고, 우리는 교수님의 진료를 보조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였다.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각자 역할을 분배하고, 조사한 내용을 정리하고, 선별하여 필요한 인원 및 물품, 활동 타임라인을 확정하였다.

또한 본격적인 봉사활동 전, 알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의료적 지식과 주의사항에 대해 자체적으로 교육을 실시하였다. 우리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갑자기 낯선 사람들이 집에 방문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분들이 거부감을 느끼시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또한 이 가정과 미리 알고 지내던 봉사회 분들이 말씀하시기를 아버님께서 아이들의 장애를 이야기하는 것이나 사진을 찍는 것 등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신다고 하였다. 어쩌면 좋은 마음에서 시작한 봉사활동이 이분들께 피해가 될 수도 있기에 우리는 최대한 진단 결과나 이야기를 전할 때 기분이 상하시지 않게 조심히 전달하도록 준비했다.

2024년 6월 15일, 준비를 마친 우리는 충남 예산군을 향해 출발했다. 이날은 가족분들이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준비하는 날이어서 소금봉사회 분들께서 먼저 도착하여 이사를 돕고 계셨다. 집 내부에서 봉사회 분들이 집을 정리하고 계셔서 우리는 밖에서 잠깐 동안 대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혹여나 우리에게 거부감을 느끼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고, 부원들은 모두 긴장이 역력한 얼굴이었다.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걱정과는 달리 아버님께서는 환한 얼굴로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셨다. 한 명, 한 명 조심스럽게 집으로 들어갔다. 아이들도 처음 보는 우리를 낯설어했지만 금세 마음을 풀고 웃어주었다. 먼저 우리는 아이들의 발달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키와 체중을 측정하고, K-DST 발달 평가표를 이용하여 평가하였다.

나이가 어린 막내와 여섯째의 경우 체중계에 똑바로 서 있지 못해 고군분투 끝에 키와 체중을 측정할 수 있었다. 몇 명의 아이들은 저체중이어서 영양 보충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부모님께 결과를 상세히 설명드렸다. 이후 챙겨간 놀이 도구들로 비눗방울 놀이를 진행하였고, 아이들은 오랜만의 외출에 정말 즐거워하였다.

아이들은 긴장을 풀고 우리와 점점 많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라포를 쌓을 수 있었다. 비가 와서 들어간 카페에서는 마음의 문을 연 아이들과 가정, 학교에서의 생활, 관심사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동시에 20문항으로 이루어진 CES-DC 우울증 검사를 실시하였다.

그동안 다른 부원들은 교수님을 모셔왔고, 교수님께서는 혈압 혈당 측정과 함께 부모님과 아이들의 전체적인 건강을 진료해 주셨다. 한 명, 한 명의 건강 상담을 진행해 주시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우려와는 달리 부모님께서는 교수님의 말씀을 잊지 않겠다고 말씀하셨고, 교수님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도움을 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우리가 이 가정에 대단한 도움을 드리지는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연신 감사를 전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에 부원들은 모두 뿌듯함을 느꼈고, 따뜻함을 전하는 봉사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메드띵크의 첫 봉사활동인 만큼, 우리는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열심히 봉사를 준비하였다. 비록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지만 한 달이 넘는 준비 기간 내내 7남매 가정만을 생각하며 의대생으로서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다.

북한이탈주민 가정의 경우 의료혜택에서 소외되는 경우도 있고, 복지 혜택 또한 직접 알아보지 않으면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아이들의 경우 학교에서, 어른들의 경우 직장에서 같은 한국인이라는 소속감을 갖지 못하고 소외되는 경우도 많다.

이번 봉사활동으로 이 가정이 의료 사각지대에서 소외받지 않고 한국 사회에 잘 녹아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추후에도 자녀들이 병원에 방문하여 정식으로 진단을 받고 꾸준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또한 전국에 있는 북한이탈주민분들이 의료 사각지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의대생은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의료 행위에 제한이 있다. 임상 경험이 없으므로 의학적 지식이 있더라도 환자를 대하고 진료하는 것에도 미숙하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작은 도움을 드리는 것이 의료취약계층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병원 방문으로 이어지는 발걸음이 될 수 있다.

또한 나 스스로도 여러 가지 측정 및 검사를 직접 해보며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고, 교수님의 진료를 보고 들으며 '나도 의사가 되어서 대가 없이 선뜻 의료봉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다짐이 피어났다. 호기심과 봉사 시간, 그리고 막연한 의료봉사의 꿈에서 시작한 봉사활동은 보람과 소중한 경험, 의대생으로서의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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