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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환자에 집중하고, AI가 기록을 담당한다"

발행날짜: 2025-08-04 05:30:00

세브란스-도우, 음성인식 의료기록 솔루션 '케어보이스' 공동개발
의정갈등 속 탄생한 혁신 솔루션…의료진 업무 효율성 혁신 기대

병동을 돌며 환자를 살피던 의사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녹음 버튼을 누른다. "환자분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네요. 오늘부터 약을 조금 줄여보겠습니다." 환자와의 대화가 끝나면 녹음을 종료한다. 잠시 후 스마트폰 화면에는 AI가 자동으로 요약한 진료 내용이 나타나고, 의사는 내용을 확인한 후 버튼 하나로 병원 전자의무기록(EMR)에 전송한다.

이는 세브란스병원과 의료 IT기업 도우(DOU, 대표: 손동욱)가 공동개발한 음성인식 의료기록 솔루션 '케어보이스(CareVoice)'를 활용한 모습이다. 작년 의정갈등으로 촉발된 의료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이 솔루션은 현재 세브란스병원에서 임상 테스트를 거쳐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있다.

권자영 교수는 케어보이스 공동 개발 취지를 밝혔다.

"의정갈등 이후 기록을 남기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의사는 환자 진료에 집중해야 하는데, 의무기록 작성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았다."

디지털헬스케어혁신연구소 스마트헬스케어사업단장인 권자영 교수(산부인과)는 케어보이스 개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공의 이탈로 인력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남은 의료진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됐고, 진료와 기록 작성 사이의 딜레마가 더욱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의정갈등 기간 동안 이 기술을 테스팅하면서 고도화시켰다. 미국은 이미 오랫동안 녹음 기반으로 차팅을 해왔기 때문에 관련 기술이 발달했지만, 한국은 이제 시작 단계다."

특히 입원환자 진료의 특성상 이 문제는 더욱 두드러졌다. 세브란스병원 정윤빈 교수(일반외과)는 "의료들은 입원환자 회진을 돌면서 디테일한 문제들에 대해 많은 설명한다. 환자들도 많은 것을 묻고, 시간적 여유가 외래보다 훨씬 많죠. 하지만 정작 기록을 남길 시간은 부족하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그 결과 늘 '상태 안정됨' 같은 의미 없는 기록들만 남고, 정작 의사가 설명한 내용이나 환자가 궁금해한 내용은 빠져있다는 것이 현재 의무기록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은 의료의 질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 정 교수는 "의무기록이 결국 인수인계장 역할을 하는데, 이 환자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기록이 있어야 다른 의료진들도 같은 눈높이에서 환자를 케어할 수 있다"며 "기록이 충실하지 않으면 AI를 활용한 의료 기능들의 정확도도 높아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권자영 교수(산부인과)는 케어보이스 개발에서 임상 실증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헬스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확산이 생각보다 빠르지 못한 이유는 임상 실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임상 실증을 통해 환자의 페인 포인트를 정확히 맞춰주는 기술인지, 활용도가 높은지, 어느 부분이 더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도출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케어보이스 사용법은 매우 간단하다. 정윤빈 교수가 직접 시연해 보인 화면을 보면, 환자 이름을 선택하고 녹음 버튼을 누른 후 환자와 대화하면 AI가 자동으로 대화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이를 의료진과 환자의 발언으로 구분해 정리한다. 이후 AI는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요약까지 제공한다. 의사는 이 내용을 확인한 후 'EMR로 전송하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정윤빈 교수가 케어보이스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또한 케어보이스는 단순한 음성인식 기술을 넘어 의료진 간 소통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공의 수가 줄어들면서 나타난 새로운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 교수는 "요즘 교수들이 전공의와 함께 회진을 돌지 않는다. 대부분 혼자 회진을 진행하는데 이 경우 병동 간호사는 이를 전혀 모를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케어보이스로 기록이 남으면 해당 교수가 어떤 회진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가령 갑자기 환자가 '교수가 점심부터 죽 준다고 했는데 왜 죽이 안 나오냐'고 묻거나 '선생님, 내일 퇴원하라고 했는데'라고 할 때, 간호사 입장에서는 알 수가 없다. 이같은 의료진간 소통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케어보이스는 진료지원간호사에게 업무를 전달할 때도 명확한 근거 제공이 가능하다. 의료진이 회진 중 특정 환자에 대해 'CT 찍어주세요, 피검사 해보고 결과 나오면 알려주세요'라고 말한 내용이 그대로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근거도 되지만 보다 명확하게 업무를 위임할 수 있다.

케어보이스의 활용 범위는 입원환자 회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양한 의료 상황에서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장점이다. 정 교수는 "시술하는 의사가 내시경을 하면서 시술 소견을 머릿속에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기록하는 대신,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을 켜놓고 시술하면서 음성으로 남기면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자영 교수는 회진시 케어보이스를 통해 업무효율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고 했다. 사진은 권 교수가 회진 중 케어보이스를 이용하는 모습.

보호자와의 전화 상담도 마찬가지다. 보호자와 전화로 설명할 때 그 내용을 케어보이스로 기록하고 EMR에 남겨둘 수 있다. 대게 보호자와 통화한 이후에 따로 시간을 내어 기록을 남기는데 이 같은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권자영 교수와 정윤빈 교수는 케어보이스의 개발처럼 의료현장과 IT기업 간 협업의 새로운 모델이 앞으로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윤빈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병원이 필요한 솔루션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어려워졌다"며 "반대로 IT 기술을 갖춘 기업들은 의료영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지만 여전히 병원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알기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병원은 임상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기업이 개발해 의료현장에 적용하는 협업 구조가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도우 같은 전문 디지털헬스케어 기업과 의료 현장의 문제에 대해 소통하면서 의료진이 원하는 솔루션을 빠르게 만들어내고 바로 현장에 적용하는 간결한 구조를 실증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권자영 교수는 기술 개발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했다. "세금으로 하는 연구이기 때문에 돈을 낭비하지 않게 책임감 있게 임상 실증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기술이 항상 성공하지는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개선할 포인트는 빨리 잡아서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돕는 케어보이스가 국내 의료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이런 병원-기업 협업 모델이 의료 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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