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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입증 CTEPH 치료제, 정책 결단 필요

폐고혈압학회 최정현 기획이사
발행날짜: 2026-04-16 10:01:32 업데이트: 2026-04-16 10:02:28

대한폐고혈압학회 최정현 기획이사(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수술을 했는데도 얼마 전부터 다시 숨이 차기 시작했어요…방법이 없을까요? 너무 답답합니다."

얼마 전 진료실에서 만난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 환자의 말이다. 이런 질문에 시원하게 답변할 수 없을 때가 의사로서 미안하고 막막한 심정이다. 만성 혈전색전성 폐고혈압(이하, CTEPH)은 폐동맥 안에 남아 있던 혈전이 섬유화되며 혈관을 서서히 막아가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발병률은 인구 100만 명당 약 5명. 통계만으로 보면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수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호흡곤란, 어지러움 등으로 일상적인 활동조차 버거워지고, 수술이 불가능한 중증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약 30%에 불과하다. 진료실에서 느끼는 '환자들의 삶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CTEPH의 근본적 치료는 섬유화된 혈전을 외과적으로 제거하는 폐동맥내막절제술(PEA)이다. 그러나 교과서적인 치료가 현실에서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환자의 약 40%는 병변의 위치나 동반 질환으로 인해 처음부터 수술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다. 어렵게 수술을 받더라도 약 10~35%의 환자에서 폐고혈압이 지속되거나 재발한다. 수술이라는 선택지조차 허락되지 않은 환자들, 수술 이후에도 여전히 숨 가쁜 환자들을 진료현장에서 반복해서 만나고 있다. 희귀질환이라는 특성은 환자들에게 또 하나의 장벽이 된다. 질환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고, 진단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치료에 대한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부산대병원이 15년째 폐고혈압 클리닉을 운영하며 매년 5월 환자의 날을 마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도 5월 7일 '숨쉬는 오늘, 나누는 이야기'라는 주제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폐동맥 고혈압을 포함한 폐고혈압 환자와 보호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환자들이 서로의 경험과 어려움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소중한 자리로 자리 잡았다. 필자에게 진료를 받는 CTEPH 환자들 역시 이 자리에 참석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전할 예정이다. 함께 숨쉴 수 있는 희망을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환자들이 마주한 현실을 바꾸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환자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실제로 병의 경과를 바꿀 수 있는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이다. 공감만으로는 숨 가쁨을 멈출 수 없고, 제도적 뒷받침 없이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넘기 어렵다. 수술이나 시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후에도 폐고혈압이 남아 있는 CTEPH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는 건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된 유일한 CTEPH치료제 '아뎀파스'는 2014년 폐동맥 고혈압과 CTEPH 모두에서 허가 받았으며, 폐동맥 고혈압에는 지난해부터 급여가 인정됐다. 하지만 CTEPH에는 여전히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다. CHEST-1 임상연구에서 아뎀파스는 16주 치료 후 6분 보행거리를 평균 39m 개선시켰으며, 위약군에서는 오히려 평균 6m 감소했다. 폐혈관저항(PVR)과 심부전 지표인 NT-proBNP 수치에서도 유의미한 개선이 확인됐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FDA와 EMA의 승인을 받았고, ESC와 ERS 가이드라인에서도 Class I 등급으로 권고되고 있다. 전 세계 진료 현장에서 10년 이상 사용되며 효과와 안전성이 축적된 치료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진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본인 부담으로 약값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건강보험을 통해 치료 접근성을 보장하고 있지만, 국내 환자들은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미루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결국 치료가 가능한 환자마저도 '급여'라는 큰 장벽에 막혀 돌아서게 된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는 CTEPH에 대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코드조차 없어, 질환에 대한 통계적 파악과 제도적 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CTEPH는 사실상 희귀질환 관리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CTEPH 환자들이 더 큰 소외감을 느끼는 이유다.

CTEPH 환자들은 충분한 임상 근거와 해외에서 오랜 사용 경험이 있는 치료제가 존재함에도 치료받지 못한 채로 오늘도 숨 가쁜 일상을 간신히 살아내고 있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CTEPH 역시 진단 시점에서 얼마나 빨리 충분하게 환자의 상태를 개선해 주느냐가 예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제는 정부가 '한 시라도 빠르게'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희귀질환 환자들이 제도 밖에 머무르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을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의료진은 기억하고 있다. 대한폐고혈압학회는 아뎀파스의 급여화와 KCD 코드 신설을 포함해 CTEPH 환자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논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정책이 한 걸음만 더 환자 쪽으로 다가온다면, '희귀하다'는 이유로 눈앞에 있는 숨쉴 수 있는 희망을 놓치는 환자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매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진료실에 들어서는 환자를 직접 마주하는 의사로서, 그 변화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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