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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로 번지는 의료 AI 열풍…한국 기업들의 현 주소는?

발행날짜: 2026-05-18 05:30:00 업데이트: 2026-05-18 10:15:36

각국 의료 인력난에 수요 폭증…자국 중심 보안 규제는 진입 장벽
가로막힌 현지 법인 전환 우려…실증 확대 및 전문 지원 체계 시급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본격화되면서 의료 인력 부족이 국가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의료 인공지능(AI)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국내 의료 AI 기업들도 기회를 맞고 있는 상황.

다만 인공지능이 신수종 사업으로 떠오르면서 각 국가 정부들은 규제 장벽을 세우며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들어간 것도 사실이다. 결국 국내 기업들은 기술적 우위를 증명하며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이다.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해외 주요 국가들의 의료 AI 정책과 시장 수요를 살피고 이에 따른 우리 기업의 수혜와 난관을 함께 짚어왔다.

■글로벌 시장 가치 기반 의료로 전환…주요국 AI 로드맵은

15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의료 AI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시에 AI가 안보 문제로 부상하면서 자국 기업과 정보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은 진료 건수 중심 행위별 수가제에서 치료 결과와 비용 효율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가치 기반 의료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병원 수익성이 비용 대비 치료 효과에 좌우되면서, 의료비 절감이나 행정 효율화를 정량적 수치로 입증할 수 있는 AI 솔루션에 투자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특히 의료진 번아웃을 해소하기 위한 앰비언트 인텔리전스 기술과 비임상 워크플로우 자동화 솔루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사전 결정된 변경 통제 계획을 도입해 알고리즘 업데이트 시 추가 허가를 면제하는 등 규제 보완책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시판 후 실제 데이터 기반의 지속적인 성능 모니터링을 요구하고 있다.

호주 정부 역시 대형 언어 모델과 멀티모달 모델이 의료를 포함한 전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2021년 발표한 AI 로드맵과 실행 계획을 통해 보건 분야 등 국가적 과제에 AI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또 의료과학 공동투자 계획을 발표해 디지털 헬스, 의료기기, 혁신 치료법 분야의 투자 기회를 지속해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에선 AI 기반 진단, 치료, 원격 모니터링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높게 형성돼 있다.

■초고령화 인력난, 지역 격차 어쩌나…신흥국 시장 수요 급증

일본에선 원격 모니터링 및 AI 기반 진단 자동화 기기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오는 2040년 의료·복지 분야에서 약 96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다. 더욱이 민간 병원의 61%가 영업 적자를 겪는 상황이어서, 업무 부담 경감 및 비용 절감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DX 솔루션과 진료지원 AI 서비스 도입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일본 규제당국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조기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해 DASH 등 지원 정책을 확장, 변경 업데이트 계획을 사전 승인하는 절차 간소화 제도를 운영 중이다. 다만 자동학습형 AI에 대해선, 보수적인 규제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 역시 고령 사회 진입과 대도시·농촌 간의 극심한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AI 솔루션 도입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특히 문진 대화나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알고리즘이 다수 승인됐다. 반면 의학영상 분석 기능은 5%에 불과해 정밀 진단 보조 솔루션 분야 성장 잠재력이 높게 평가된다.

러시아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확대를 목표로, 2030년까지 모든 지역에 최소 12종 이상의 AI 기반 의료기기 도입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 지자체가 AI 영상분석 기기를 도입하는 등 영상의학 분야 업무 부하를 줄이는 자동화 수요가 뚜렷하다.

인도에선 의료 인력·인프라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원격 의료 플랫폼 수요가 매우 높다. 만성 질환 관리와 영상의학 진단 수요도 폭증하는 상황이다. 이에 모니터링 등 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비용 절감형 솔루션과 병원 행정 자동화 수요가 큰 축을 이루고 있다.

■독자 기술로 경쟁력 확보…자국 보호주의, 관세 장벽 관건

이렇게 해외 주요국에서 의료 AI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기업이 현지 시장에 진입할 시 다양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은 의료 AI, 디지털 헬스, 의료정보시스템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대형병원의 풍부한 디지털 전환 성공 레퍼런스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 확보도 수월하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넘어야 할 난관 역시 크다. 가장 큰 장벽은 각국 정부의 엄격한 인허가 및 규제 체계다. 특히 미국의 경우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등급별로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인허가 경로를 통과해야 한다. 연방 법률뿐만 아니라 주별로 상이한 소비자 개인정보보호법을 동시에 준수해야 하는 이중 규제 구조에 직면하게 되는 것.

정치·외교적 리스크와 관세 장벽도 부담이다. 미국의 경우 추가 관세 부과 조치로 인해 한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비용 부담이 커졌고 무역확장법에 따른 추가 조사 위험도 존재한다. 일본 역시 까다로운 승인과 공적 의료보험 등재라는 이원적 심사 구조를 모두 통과해야만 시장 확산이 가능하다.

중국과 러시아 등은 자국 산업 국산화 자립 기조를 강화하고 있어 단순 수입 수요 발굴이 어렵다. 데이터 보안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자국 의료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현지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 구축에 따른 기술적·비용적 제약이 따른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적으로 구축해 놓은 의료 플랫폼 생태계 장벽과 현지 유통 네트워크 부족도 초기 판로 개척의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의료 AI의 알고리즘 투명성 부족으로 인한 오진 리스크와 의료 사고 발생 시의 법적 책임 소재 규명 문제도 있다.

이와 관련 KOTRA는 "국내 의료 AI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각국 규제 장벽과 데이터 보안 규정을 정밀하게 분석해 대응해야 한다. 주요국의 데이터 국외 반출 제한과 자국 산업 보호 기조도 초기 진입 시 주요한 난관"이라며 "아울러 보수적인 지침과 의료 사고 법적 책임 문제에도 장기적인 투자와 철저한 법적 방어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와 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에 시장 선점 수혜를 제공하고 있다"며 "특히 범용 모델 공백이 존재하는 특정 의료 프로세스 특화 경량 언어모델(SLM) 수요, 신흥국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원격 진단 소프트웨어 시장은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확립할 수 있는 유망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의료 AI 수요 급증으로 국내 기업에게 외연 확장 기회가 열리고 있지만, 실질적 시장 확대를 위한 난관이 여전하다.

■현지 안착 위한 제도 개선 시급…임상 실증 중심 지원 필요

다만 이 같은 난관을 뚫고 현지 시장에 안착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저변 확대는 더디다는 현장 우려도 나온다. 특히 선진국에선 자국 기업의 솔루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현지 법인을 통하지 않고서는 판로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에 본사를 두고 단순히 해외 지사만 설립하는 방식으로는 현지 의료기관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 실질적인 시장 확장을 위해선 현지 법인 설립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루닛이 볼파라를 인수해 루닛 인터내셔널로 재편하고, 로킷헬스케어가 자회사 로킷아메리카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국내 기업들 역시 현지 법인 설립을 넘어 아예 본사를 이전하는 전환(플립)까지 추진하고 있으나, 과도한 세금 부담과 까다로운 절차로 난항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법인으로 주식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기존 주주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요건도 걸림돌인데, 투자 유치 단계가 시리즈 B나 C 이상으로 넘어갈 경우 주주 구성이 복잡해져 사실상 법인 전환이 불가능해진다.

이와 관련 한 국내 의료 AI 기업 대표는 "의료기기는 개발 주기가 길고 진입장벽이 높아 해외 진출 시점에 이미 상당한 기업가치를 형성하게 된다"며 "이 상태에서 사업 확장을 위해 법인을 옮기려 해도 실제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막대한 양도세를 먼저 내야 하고 주주 전원의 동의까지 얻어야 해 진출 자체가 가로막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제도 보완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들이 해외 규제당국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춘 상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국내 의료기관에서의 임상 실증 기회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특히 의료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해 지식재산권 및 인허가 서류 작성 시 전문 용어 선택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 국책 과제 단계에서부터 실제 병원과의 연계를 의무화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국내 의료 AI 기업의 현지 법인 전환(플립)을 기술·인력 유출로 보고 지양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인이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며 국내 지사와 협력하는 구조는 국부 유출이 아닌, 글로벌 시장 개척의 일환으로 평가돼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IVD위원회 안치성 자문위원은 "해외 인허가 과정에서는 전문 용어 하나로 승인 여부가 갈리는 만큼 전문성을 갖춘 상시 상담 센터의 지원이 시급하다"며 "솔루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 대형병원 등 실제 의료현장에서 제품을 쓰고 개선할 수 있는 실증 기회 역시 제도적으로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AI 기업의 플립을 유출로만 바라보는 것도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는 보수적인 생각이다.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수익을 내고 외화를 유출하는 것과, 한국인이 국내에 지사를 두고 해외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기업의 위치만 달라졌을 뿐 기업가가 한국 국적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것을 가두어 볼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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