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의 한 까페에 무통분만 관련 환불사례가 소개되면서 무통분만을 시료받은 환자들이 진료비 일부를 환불해 달라는 민원이 폭주, 일대 혼란을 빚고 있다.
지난 2001년 복지부가 무통분만에 대해 '100분의 100' 전액 본인부담으로 수가를 책정했으나 이를 임의 비급여로 오인한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재료대를 포함한 치료비 일체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100분의 100'은 환자 치료에 보험급여 지원은 전무하지만 급여항목으로 책정돼 심평원의 삭감이 가능한 항목으로 치료비 청구에 제한을 두고 있어 의료계에서 이른바 '생색내기형 정책'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마취과 의사 초빙료 등 일선 개원가에서 무통분만을 실시하는데 소용되는 비용이 원가에도 못미치는 한도로 책정돼 무통분만 시술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보험으로 묶어 가능한 것처럼 책정돼 있다는 주장이다.
"빵 사먹으면서 밀가루 값만 받으란 말인가"
22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현행 의료보험 보수규정의 수가로 (무통분만)시술을 한다는 것은 산부인과 스스로 손해 보는 지출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강요받는 것을 의미한다"며 "빠른 시일 내 이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무통분만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현 의료보험제도는 무통분만의 방법으로 경막외마취, 수술후 통증조절에 쓰이는 PCA(Patient Controlled Analgeisa)를 재료비(epidural set, PCA set)와 투여한 약값만을 인정하고 있으며 재료보관 비용이나 관리비용도 누락돼 있다.
해당 시술 set를 사용하다 파손되거나 잘못 사용해 버리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대한 비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
또한 무통분만에 쓰이는 경막외마취는 마취과 전문의 없이는 시행이 어려운 시술임에도 불구 마취과 전문의 초빙료가 포함돼 있지 않으며 수술시에만 인정되는 초빙료도 28,750원으로 실제 8~10만원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산부인과의사회는 주장했다.
산부인과의사회 최안나 홍보이사는 "자본주의국가에서 원가만 받고 시술하라는 국가는 우리나라의 의료밖에 없다"며 "빵을 먹으면서 밀가루 값만 주겠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밀려드는 환급요구, 도둑 취급까지
일선 산부인과 개원가에서는 무통주사를 맞은 환자들이 환급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심지어 6~7년전 진료분까지 환불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증 보관기관이 5년이지만 근거가 없어도 일단 민원이 제기되면 실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운영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병원들이 울며겨자먹기로 환불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의 T산부인과 원장은 "최근 병원 홈페이지에 환불을 하지 않으면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협박성 글도 올라왔다"며 "정당한 진료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것이 그렇게 큰 죄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다른 산부인과 병원장 C씨도 "15만원정도하는 무통분만 비용을 받고 있는데 이중 마취과 의사에게 들어간 것만 10만원이 넘는다"며 "재료대 빼고 거의 원가인데 환불을 요구하면 해당 마취과 선생에게 돌려달라고 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최근 산부인과를 인수해 개원한 K씨는 "예전에 있던 원장에게 받은 무통주사 비용을 환불해달라는 황당한 요구도 있었다"며 "완전히 도둑놈 취급을 하는데 질렸다"고 토로했다.
환불사례가 처음 알려진 인터넷 포털싸이트 DAUM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cafe.daum.net/pregnant)' 카페 회원은 12만1498명으로 신규회원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100/100은 사회주의 의료 반증" 정부책임론 대두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100/100 정책이 첫 시도됐던 2001년에는 235개 항목 등재로 시작해 최근에 이르러서는 354개 항목으로 점차 증가추세에 있다.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8조에 의거 비급여대상을 제외한 급여항목 중 요양급여비용의 100분의 100을 본인이 부담하는 항목을 '행위급여, 비급여 목록표 및 그 상대가치점수'로 고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특정항목에 대한 100분의 100 본인부담제가 적법한 제도로 인정한 판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환자 본인이 전액부담하는 것이 어떻게 급여항목이냐며 이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재정때문에 혜택을 줄 수 없다면 오히려 국민에 대해 양해를 구해야 할 문제인데 의료기관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인사는 "급여가 전혀없는 환자 전액 본인부담이 어떻게 급여항목이냐, 100대 100 항목은 사회주의 의료를 반증하고 있다"며 "보험자가 수가에 보상없이 간섭만 하는 의료행위로 가장 큰 모순"이라고 건강보험제도 자체를 지적했다.
한편 산부인과의사회는 "무통분만을 위한 경막외마취를 현재 의료보험 수가 때문에 산모에게 해줄 수 없거나 꺼려한다면, 산모는 출산의 두려움으로 제왕절개수술을 선택하는 확률이 높아져 결국 제왕절개수술율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로 인해 발생하는 환자의 불편을 포함한 모든 문제는 비현실적인 의료수가를 강요하는 정부 정책에 있다며 회원들이 더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계 당국과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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