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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노사관계, 산별교섭 형태로 전환

장종원
발행날짜: 2004-12-23 06:23:20

총파업 ‘산고’ 겪어··· 휴우증도 만만치 않아

6월 23일 오전 2시45분 산별교섭 가조인식
아듀! 2004 의료계 10대 이슈

올해 의료계에는 어느해보다 굵직굵직한 사건이 많았다. 의협 직원의 13억7천만원 횡령사건을 시작으로 100분의 100파문까지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었다. 일년내내 개원가는 불황에 시달렸고, 올해 들어서만 7명의 의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가 하면 건식 열풍이 의료계를 휩쓸었고, 전문과목간 영역싸움도 그 어느해보다 치열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의료계의 올해 이슈 10개를 선정, 연재한다.<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①의협직원 거액횡령 해외도피
② 의사들 잇단 자살
③ 수가조정안 첫 의결
④ 병원계 산별교섭시대 돌입
⑤ 의료기관평가 시행
⑥ 물치사 입법청원 파문
⑦ 경제특구법 국회 상정
⑧ 병원 몸집불리기 열풍
⑨ 100분의100파문
⑩ 의료계 내부분열 심화
-------------------------------------------------------

올해는 병원계가 병원별로 노사협상 방식을 벗어나 최초로 단체 산별형태의 노사교섭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병원계의 새로운 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해로서 기록될 만하다.

병원 노사는 13일간의 총파업 후의 합의 도출, 산별합의안 13조 2항 논란 등을 겪으면서 다사다난한 산별교섭 원년을 보냈다.

개별 이익을 넘어 사회적 의제를 제시하고, 새로운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산별교섭의 본래 의미를 찾아가는 길은 이제 첫발걸음을 내딛었을 뿐이다.

결렬만을 반복했던 산별교섭

병원노사는 두 번에 걸친 ‘병원노사 대토론회’를 통해 산별교섭 실시를 기정사실화하고 개별적으로 준비에 들어갔으나 경험미숙과 짧은 준비로 본 교섭을 시작하자마자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월 17일 첫 상견례를 시작한 노사는 병원 대표단 구성, 특성별·중앙교섭 논란, 국립대병원 산별교섭 참가 등의 문제를 두고 차례로 마찰을 겪으면서 한발짝도 나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보건의료노조는 6월 10일 총파업을 벌인다는 계획아래 쟁의조정신청을 하고 총투표를 통해 투표에 참가한 조합원 77%의 찬성을 바탕으로 병원측을 압박하며 첫 산별 총파업을 준비했다.

결국 병원 노사는 총파업 이전에 양측의 요구안에 대해서 논의조차 하지 못한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을 받게 됐고, 이마저 결렬되자 6월 10일 오전 7시, 산별총파업은 시작됐다.

13일간의 총파업··· 결국 손잡은 노사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돌입 선언과 동시에 1만명의 노조원들은 고려대학교에 집결해 병원측을 압박했다.

병원노사는 고려대병원에 다시 협상테이블을 마련하고 산별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자리에 앉았으나 크나큰 입장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특히 사회적 의제였던 주5일제 도입 논의는 병원 노사간에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협상과정에서 병원측은 개별 병원별로 특성이 달라 내부 의견을 조율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며 노조는 상경투쟁과 지역투쟁을 조정해 병원측을 압박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총파업은 10여일을 넘어서면서 언론의 압박과 병원 운영의 어려움, 노조의 전국 투쟁 시사, 산별폐기 주장까지 나오면서 병원 노사는 수정안, 재수정안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조율했다.

결국 6월 23일 오전 2시45분 산별교섭 가조인식을 통해 병원 노사는 잠정합의안 서명함으로써 최초의 산별총파업은 막을 내릴 수 있었다.

한편 이번 총파업은 정부의 직권중재를 넘어선 보건의료노조의 합법파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극심한 산별휴우증, 다시 2005년 향해

그러나 산별 합의가 끝이 아니었다. 산별합의에 이어 병원별로 개별 교섭이 이뤄짐으로써 병원계는 또다시 홍역을 겪었다.

서울대병원노조, 광명성애병원 등은 파업을 병원내로 이어갔으며 7월에 들어서야 개별 교섭이 타결되기 시작했다.

서울대병원은 7월 23일, 광명성애병원은 8월 2일 잠정합의안에 서명함에 따라 2004년 산별 교섭은 사실상 마무리가 됐다.

그 와중에 산별교섭 합의안 10장 2조의 해석문제를 둘러싸고 보건의료노조와 서울대병원·경북대병원 노조 등과의 극심한 대립이 이뤄져 노-노 간의 갈등으로까지 확산되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서울대병원노조 지부장 징계를, 서울대병원노조는 산별노조 탈퇴안을 가결하는 등 양측은 물러설 수 없는 대립양상까지 전개해 산별합의안 10장 2조는 내년 교섭에서 언제든지 점화할 수 있는 불씨로 남겼다.

10월이 넘어가면서 내년도 산별교섭을 위한 준비가 다시 시작됐다. 병원 노사는 두 차례의 ‘2005 산별교섭 준비를 위한 병원노사 실무위원회’ 회의를 거쳐 내년 산별교섭의 진행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병원측은 병원협회 내의 노사협력본부에 예산을 배정하고 실무위원들의 회의를 개최하면서 내년 교섭을 준비하고 있다. 또 대표단 구성과 관련해 활발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노조측은 산별교섭 학교를 개최하고 산별노조발전전략위원회를 통해 조직내부 논의, 노동정책자문회의를 통해 외부 교수, 전문가의 자문을 받으면서 2005년 산별교섭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병원 노사의 사전 준비가 내년도 병원게의 평화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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