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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육성법' 한국의료에 弔鐘 울려

이창열
발행날짜: 2003-08-07 07:00:36

법 공포 배경과 의료-한의계 반응

한의약 육성법이 6일 공포됨에 따라 의료계와 한의계의 의료일원화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육성법에 따르면 국가가 한의약술의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시책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도록 규정했다.

종합 시책에는 ▲ 한의약 특성의 보호 및 계승발전 ▲ 한의약에 대한 발전기반 조성 ▲ 한의약 기술의 정보화 ▲ 한의약에 대한 체계적 관리 및 국제기준 규격화 ▲ 한약재의 안정적 생산기반 조성 ▲ 한의약 관련 산업의 국가 경쟁력 강화 및 국제협력의 촉진 ▲ 한약시장에 대한 지원 육성 방안 등을 포함하도록 했다.

복지부장관은 이를 위해 5년마다 한의약의 육성 및 발전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복지부는 이보다 앞서 작년에 한의약산업을 고부가가치 보건의료산업으로 지원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 한방육성대책 수립’을 위한 기획단을 발족했다.

기획단은 한방육성종합대책의 주요 정책방향으로 ‘과학화 대중화 세계화’로 설정했다.

한방의료의 과학화로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인구의 고령화 현상과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풍, 고혈압, 치매 등 만성질환자의 치료에 대해 전통의학을 발굴하고 한방치료기술을 과학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중화는 국민에게 다가서는 한방정책을 위해 한방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등 한방의료정책의 대중화 정책을 말한다.

세계화는 한방산업이 세계전통한의약 시장에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방의료 기술인력 중심의 한방의료 지적 자산 상품개발전략 수립 등으로 종합대책의 주요 정책방향을 설정했다.

특히 복지부는 IT 활용 의료기기, 천연물 신약, 기능성 식품 및 화장품, 노화억제, 골관절질환 등 한약제제, 한국인 다발 질환 유전체 연구, 줄기세포 이용 난치성 질환 치료 기술 등 한방 산업을 국제 경쟁력을 갖춘 핵심 보건의료전략산업으로 지원하여 ‘한국의학의 세계화’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또한 한의학을 한국의학으로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 국립의과대학에 한의과 대학을 설치하고 국립의료원에 한방부를 국립한방병원으로 확대 신설하는 한의학 육성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의료계 “의료이원화 고착화…조종이 울린 날”

의료계는 여기에 대해 지난 달 의협과 의학회 관련 단체 등 공동명의로 발표된 성명서에서 “정부의 무원칙한 정책추진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의료제도의 선진화와 의학교육의 질적 개선 차원에서 잘못된 계획을 즉각적으로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의료계는 이어 “한의과대학 교육과정에 있어서도 75%가 의과대학의 강의내용과 유사하며, 학습목표에 있어서도 상당부분이 의학 교육적인 내용을 이미 차용하고 진료에 있어서도 방사선, 초음파, 심전도 등의 양방 의료기기의 사용과 양한방협진이 계속되는 추세여서 의사와 한의사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으며, 정부가 추진중인 한의학의 세계화 및 과학화를 위해서도 궁극적으로 의료일원화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이를 위해 “질병치료라는 공동목표를 위해 의학과 한의학의 통합을 추진할 수 있는 ‘범국가적 협의체’구성을 제안 한다”며 “의학과 한의학이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국립의학연구소를 설립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오주 의협 보험위원회 위원은 “보건의료의 중심축이 지금보다 더 2원화로 심화되었을 때를 상상해 본다면 의학의 현대화는 점점 더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며 “부족한 주류 의학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는 대체 보완의학이라는 학문이 부각되고 있는 현재에 주류를 2원화함으로써 오는 폐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무원칙한 정책으로 의료이원화가 고착되었고 오늘은 한국 의료에 조종이 울린 날이다”고 말했다.

한의계 “법으로 한의학을 인정해준 첫 관문 열려”

김동채 한의협 상근이사는 “의미는 약하지만 한의학에 대해 정부가 법으로 인정해준 첫 관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법제화됨으로 해서 양한방 협진 진료을 위한 방향을 위한 단초를 놓았다는 것에도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6일 발표한 한의학 육성법은 한의학을 국가적으로 지원하여 국제 경쟁력 있는 보건의료산업 상품으로 육성한다는 산업적 측면에 정책 목표를 두고 있으나 의료계가 우려하고 있는 ‘2원화 고착화의 첫 관문’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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