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의료법령개정 ‘무엇이 달라지나’
이달 중 개정, 공포되는 의료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의료광고 등 부분적으로는 종전보다 규제가 완화되는 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이다.
일정 병원은 정기적으로 의료기관 평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기초로 인센티브 혹은 불이익이 가해질 것으로 보이며, 의료기관의 과징금 부과기준이 강화돼 현행보다 2.5배 높아진다.
또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때 반드시 첨부서류에 의료보수표를 포함해야 하는 등, 일부에서는 의료계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이에 본지는 앞으로 3회에 걸쳐 이번에 개정되는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에서 가장 쟁점과 관심이 되고 있는 내용을 선정, 가장 중요한 변화내용과 논란이 되는 부분들을 분석한다.
--------------------<<<글싣는 순서>>>---------------------
<제1부>의료기관평가, 누가? 무엇을? 어떻게?
<제2부>강화되는 각종 의료행위 규제
<제3부>의료광고, 어디까지 가능해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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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의료법시행령 및 시행규칙은 2건의 규제가 신설되고 8건은 규제가 종전보다 강화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설규제는 의료기관 평가 및 결과 공표와 원격의료시 데이터 단말장치, 서버, 통신망 등 시설 장비 설치 규정이다.
또 ▲외국인 면허소지자의 의료행위 제한 ▲전자의무기록의 관리 보존에 필요한 장비 설치 ▲종합병원 중환자실 설치 및 기준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감염 예방조치 ▲의원급 의료기관의 개설 신고 구비서류 중 의료보수표 추가 등 8개 조항은 종전보다 규제가 강화된다.
이 가운데 쟁점이 되고 있는 조항은 의료기관 평가 및 공표 조항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개설신고 구비서류중 의료보수표 추가 등의 조항이다.
의료기관 평가 및 공표 조항은 종합병원 및 300병상 이상 병원은 3년마다 정기적인 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평가결과의 개선결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거나 보건의료시책상 필요한 경우는 수시평가가 가능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의료기관 평가제도가 도입되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환자의 알권리를 신장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견해를 달리한다. 의료기관의 서열화를 조장하고 특히 수시평가의 경우 정부의 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의료기관 평가에 소요되는 비용의 부담 주체와 평가 준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늘어나게 될 재정 부담도 문제다.
한 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들은 시설 인력 등 일정수준을 구비하고 있어 의료기관 평가를 수용하는데 부담이 적지만 300-500병상 규모의 병원은 체감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한 준비에 따른 저평가는 기관의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평가기관과 관련, 복지부가 주관한 가운데 보건산업진흥원이나 심평원이 깊숙히 개입할 경우 의료기관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수단화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기관 평가, 의료계 통제수단화 우려
의료기관에 대한 과징금 부과 및 징수 조항이 강화된 것도 의료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복지부는 이번 법개정을 통해 과징금 한도액을 현행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2.5배 인상키로 했다.
의료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대신해 부과되는 과징금이 업무정지 예상손실액의 일부에 불과해 공익상 업무정지 처분이 곤란한 의료기관의 위법 부당행위 억제효과가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약사법상 약국 개설자의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하는 과징금을 5천만원 이하로 규정하고 있어 약사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것도 한 이유로 들었다.
현행 약사법 제71조의 3은 약사가 업무정지처분을 받게된 때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업무정지처분을 갈음하여 5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수 있다고 규정했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과징금을 현행대로 유지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의료업정지처분에 갈음하는 과징금의 실효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정부측 논리에 밀려 수용되지 않았다.
업무정지 과징금 2.5배 인상... 약사법과의 형평성 고려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신고시 첨부서류에 의료부수표를 추가토록 한 것(규칙안 제22조의 2)도 논란거리중 하나다.
현행 의료법 37조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환자등으로부터 징수하는 의료보수에 관해 시장 군수 구청장 등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보수 신고에 관한 구체적 신고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의원급 의료기관 대부분이 신고를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자료에 따르면 과천시의 경우 전체 57곳의 의원중 33곳, 의왕시의 경우 98곳중 6곳이 신고했으나 안양시의 경우 389곳 전체가 보수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의료보수 미신고시 1차 시정명령,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업무정지 15일의 행정처분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키로 했다.
복지부는 복부초음파의 경우 최저 1만원에서 최고 14만7천원까지 약 15배의 차이가 나는 등 비급여 항목 진료비를 놓고 환자와 의료기관간의 분쟁이 발생하고 이는 결국 국민의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진료비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환자의 경제적 피해 최소화 및 진료비내역에 대한 알권리 확보, 의료기관 선액기회 제공 등을 위해 보수표 신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참여연대는 1년1회 신고 및 보수표의 수납창구 빛 의무화 및 이를 이행하지 않는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조항을 신설하고 신고된 보수 내용을 복지부 홈페이지에 공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개정 의료법 시행령 규칙은 이밖에도 의료기관 시설인력기준 강화, 병원감염예방조치 강화 등 부분에서도 의료계를 크게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세의대 의료법학교실 이경환(변호사) 교수는 "의료기관 평가, 의료보수표 제출 등 일부 조항은 개인의 재산권과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소지가 높다"며 "향후 법 집행 과정에서 이에 불복해 법적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의료를 공공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정서가 뿌리 깊다"며 "전염병 예방, 마약류 관리 등 공공성이 높은 부분에 대한 규제 강화는 필요하지만, 의사의 진료행위 등 사적인 측면이 강한 부분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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