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에서 내과의원을 개원하고 있는 박인석 원장(48, 가명). 그는 지난달 휴가를 내고 캐나다에 유학보낸 남매와 아내를 만나러 다녀왔다. 박 원장은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간 이후 3년간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기쁘기만 할 줄 알았던 휴가가 박 원장에게는 괴로움이 돼 버렸다.
• 대전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는 김노현 원장(40)도 기러기 아빠다. 아이가 어릴때부터 미국으로 보내 벌써 5년차다. 김 원장 역시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이번 휴가에 미국을 다녀왔지만 박 원장과는 차이가 있다. 아예 가족들과 함께 귀국하는 기러기 아빠 이별 여행이었던 것이다.
원화 강세로 여름 휴가를 맞아 가족을 찾는 기러기 아빠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종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는 기러기 아빠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의사들도 역시 마찬가지. 대진의를 고용하거나 아예 병의원 문을 닫고 가족을 만나기 위해 떠난 의사들이 속속 눈에 띄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휴가가 생각하는 것 처럼 달콤하지 않았다고 토로하고 있다.
김노현 원장처럼 아예 기러기 아빠 생활에 이별을 고하고 가족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
김 원장은 “점점 환자수도 줄어들고 경영이 악화되고 있어 더 이상 아내와 아이에게 막대한 생활비와 교육비를 지출할 수 없게 됐다”며 “많이 고민하다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는데 착잡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고 털어놨다.
박인석 원장의 고충도 적지 않다. 점점 줄어드는 한달 수입의 80% 이상을 매달 송금해오던 그에게 아무리 원화 강세라지만 비행기 표에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 아내가 필요하다는 옷가지 등을 구입하려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 박 원장은 그동안 온라인 기러기아빠 모임에서 활동하며 아내의 외도에 대해 들은 이야기들로 신경 쇠약에 걸릴 지경에 이른 상황인데다 막상 현지에서 잘 생활하는 가족들을 보니 오히려 소외감이 들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박 원장은 “그렇지 않아도 불규칙한 식사와 외로움, 아내의 외도로 이혼까지 이른 주변 기러기 아빠들의 이야기들로 몸과 마음이 편치 않았던 상태”라며 “게다가 잘 생활하고 있으면 맘이 편해야 할텐데 오히려 스스로가 돈버는 기계가 된 것 같은 소외감이 들기도 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내비쳤다.
실제로 최근 화제가 된 ‘비동거 가족 경험-기러기 아빠를 중심으로’라는 연세대 신학과 최양숙씨의 논문을 살펴보면 이들은 1년에 적게는 8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이 넘는 돈을 가족에게 보내고 있다.
이 논문 면접 대상의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의사들, 특히 최근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는 의사들에게 버거운 금액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 원장은 "경제적 문제 때문에 아이의 유학생활을 포기시킬 수 밖에 없는 동료 기러기아빠 의사들이 주변에서 곧 잘 눈에 띈다"며 "어차피 한국에서 생활하려면 한국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아이를 위로하긴 했지만 외국 생활을 더 하고 싶어하는 아이와 아내를 봐야 하는 이번 미국행은 괴로움 뿐이었다"고 말했다.
박 원장도 "휴가로 보낸 시간과 비용 때문에 이번 달에는 생활비 보내기도 빠듯해진 실정"이라며 "가족을 만나 따뜻한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근심과 외로움만 얻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원장은 기러기 아빠 생활을 당분간 지속할 계획이다.
박 원장은 "심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외롭고 경제적 문제가 심각하더라도 큰 애가 20살이 될 때까지는 이 생활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고 자녀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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