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의 경영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병원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보장성강화에 따른 급여확대로 병원 수익성에 기여하던 비급여항목이 사라지고 있고, 여기에다 의료시장 개방이 멀지 않아 병원계가 생존책을 마련하느라 부심중이다. 병술년 새해 병원계의 블루오션을 조명해 봤다.<편집자 주>
"향후 병원 경영의 새 패러다임은 단연 양·한방협진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희 동서신의학병원<사진>은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국내 의료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험대가 될 것 입니다." 병원협회 한 고위관계자의 얘기다. 그는 양·한방협진 체계를 갖춘 경희 동서신의학병원의 센터 중심의 새로운 진료체계가 병원계에서 블루오션을 창출해 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경희 동서신의학병원은 국내 의료기관에서 처음으로 완벽한 형태의 양·한방협진 체계로 운영될 예정이다.
올해 3월 개원 예정인 이 병원은 5000여 평의 대지에 본관은 지상 14층, 지하 4층, 별관은 지상 3층, 지하 5층 규모로 800병상을 갖추고 뇌 암 척추 등의 질환을 중심으로 11개의 전문 양·한방 협진센터와 함께 현대의학 28개과, 한방 8개과, 치과병원 등을 운영하게 된다.
급속한 노령화의 진행과 이에 수반하는 만성질환자의 증가라는 사회적 요구와 다양화 하는 국민 의료욕구에 따라 양·한방협진이 병원경영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양·한방협진에 경희 동서시의학병원 만이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많은 병의원들이 앞다퉈 양·한방협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개원한 동국대일산병원도 뇌졸중, 만성통증, 재활의학, 암치료 분야에서 양·한방협진을 시행하고 있다. 이 병원은 특히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양·한방 통합의료정보시스템(HIS)를 가동하고 있다.
국내최고의 여성전문병원으로 유명한 분당차병원도 중풍 등 노인환자들을 대상으로 양·한방협진체계를 운영하면서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표적인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의료원은 지난해 6월 국립병원에서는 최초로 양·한방중풍협진센터를 개설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신경외과 수술팀이 수술을 시행하고 가벼운 뇌출혈 등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혈전용해제, 항응고제 등 신경학적 약물치료와 침구요법, 한약치료 등 한의학적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전국의 지방의료원에서도 속속 한방과를 설치하고 양·한방협진 채비를 갖추고 있다. 앞서 양·한방협진 체제를 도입한 일부 지방의료원의 경우 경영에 적지않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주로 노인환자에게 이용도와 선호도가 높다.일부 과학적으로 입증된 증거가 부족한 치료법을 사용하는데 대한 부담도 있지만, 일단 환자들이 좋아한다"며 "협진은 의료원 경영에도 적지않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결과 2004년 기준으로 민간병원은 전체의 20% 공공병원은 24% 가량이 양·한방협진을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진에 사용되는 한방치료법은 침, 뜸, 한약, 부황, 테이핑, 추나 등으로 매우 다양했다.
정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공공보건의료확충 계획을 발표하면서 저출산 고령화 사회 대응 방안으로 만성 퇴행성 질환중 양·한방협진이 효율적인 비교우위에 있는 중풍, 당뇨, 고혈압, 심장병, 관절염 등 30대 중점관리진환에 대한 표준 협진모델을 개발하고 40개 지역거점병원에 한방진료부를 운영하기로 했다.
양·한방협진의 강점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으려는 소비자(환자) 욕구 충족과 함께 양방과 한방 의료기관을 따로 이용하는데 따른 불편함과 중복 진료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양·한방협진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경희대병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은 '다른 질병이 있을 경우 양·한방 협진을 이용하겠는가'라는 물음에 조사 대상자 64%가 '적극 이용하겠다'고 답했고, '다른 사람에게 협진을 권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63.3%가 '적극 권하겠다'는 응답을 보였다.
양·한방협진은 의료시장 개방 대응전략으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방과 한방의 장점을 접목해 치료 효과와 환자 만족도를 높임으로써 외국의 유수 의료기관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외국환자 유치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박사는 "양·한방협진은 환자들을 위해 매우 바람직한 제도이며 향후 시장개방에서도 외국 유수 의료기관에 대해 상대적인 경쟁력을 갖춘 분야로 생각된다"며 "향후 프로토콜, 표준 임상진료 지침 개발, 외국환자에 대한 수요도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협진을 실시하는 양 의료진 간 신뢰관계 구축이 효과적인 협진을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100여명에 이르는 양한방 복수면허자들의 양측진료 보장 또한 양·한방협진을 더욱 진화시켜 나가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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