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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 항생제 처방 모범 '우연이 아니다'

안창욱
발행날짜: 2006-02-10 11:45:00

97년 개혁 단행...집행부 힘 싣고, 의료진 전향적 수용

서울아산병원이 전국 대형병원 가운데 항생제 처방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항생제 사용을 규제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반발이 있었지만 감염내과 교수들의 끈질긴 설득과 병원 집행부의 강력한 의지 등이 결실을 거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9일 공개한 전국 의료기관의 항생제 처방률 자료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18.55%로 종합전문요양기관 중 최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항균제 관리위원회 김양수(감염내과.사진) 위원장은 “항생제 처방을 억제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반발이 있었지만 전체 의료진들이 노력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항생제 처방률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지난 97년 국내에서는 이례적으로 항균제 관리위원회를 만들고, 항생제 처방 전산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에 들어갔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항생제 내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서울아산병원의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김 위원장이 일부 반발이 있었다고 신사적으로 표현했지만 외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저항이 있었다고 병원 관계자들이 귀뜸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항균제 관리위원회는 전체 진료과를 돌면서 항생제 사용실태를 공개하고,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의료진의 의견을 수렴해 타협점을 찾아나갔다.

또 수차례 워크숍을 열어 미비점을 보완한 후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항생제 처방 전산프로그램을 완성했다.

항생제 처방 전산프로그램이 시행되면서 서울아산병원 전체 의료진의 항생제 처방 자율권은 상당부분 제한을 받고 있다.

신경외과 교수가 뇌수술을 한 경우 처방 가능한 항생제가 정해져 있고, 특정 질병에는 아예 항생제를 처방할 수 없도록 프로그램하는 방식으로 의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약물 오남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은 항생제 사용을 규제하는 대신 진료과별로 사용 가능한 항생제를 처방하면 적정 용량이나 생리식염수 용량이 자동으로 기재되도록 OCS 편의성도 제공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와 함께 함량 미달 항생제를 퇴출하는 획기적인 조치도 단행했다.

교과서에 등재되지 않거나 카피약, 국적불명인 항생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해당 진료과와 제약사의 반발이 불 보듯 뻔했지만 강행해 항생제 적정 사용을 위한 일련의 개혁을 완성했다.

김양수 교수는 “항생제 사용이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관행을 깨기는 쉽지 않다”면서 “그런 점에서 항생제를 제대로 처방하겠다는 대다수 의료진의 의지가 없었다면 오늘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다 당시 박건춘 진료부원장(현 병원장)을 포함한 집행부가 항균제 관리위원회에 힘을 실어주면서 항생제 적정 처방 목표를 달성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비교적 항생제 처방률이 낮지만 줄일 것은 더 줄여야 하고, 전산 프로그램을 일부 업그레이드하는 등 여전히 할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복지부는 항생제 처방률을 계속 공개하려면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하며, 무엇보다 연구 예산을 지원해 관련 전문가들이 항생제 처방지침을 만들도록 해 전체 의사들이 적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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