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가 국내생산 중단을 발표한데 앞서 한국유씨비가 다음달 공장문을 닫는다. 로슈도 공장철수가 규정사실화됐다.
이들 다국적사가 공장을 철수하면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회원사 28개사중 국내생산공장 보유 업체는 두자리수에서 7개사로 줄어든다.
공장 보유사는 ▲사노피-아벤티스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한국얀센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한국쉐링 ▲한국엠에스디 ▲한국오츠카제약 등이다. 여기에 비회원사인 프레지니우스 카비 코리아와 한국갬브로솔루션 정도가 전부다.
한국바이엘이 1999년 공장을 철수한 이후 한국노바티스, 한국릴리, 한국와이어스, 한국애보트(약품만 제조중단) 등이 국내생산을 중단했으며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세파계 항생제공장을 화일약품에 매각한 바 있다. 이번 공장철수 3사를 포함하면 한국내 자체생산 KRPIA 회원사는 15곳에서 7곳으로 절반이상 줄어든다.
공장 폐쇄 이유는 규제와 인건비 ‘일반화의 오류’
화이자의 공장철수는 한미FTA가 코앞이고 공장부지 이전 및 부동산개발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친 격’으로 추측만 난무하게됐다.
FTA를 앞두고 미국측이 공장철수 압박을 했다는 철지난 일부 언론의 보도만 보면 으름장을 놓을 카드를 스스로 차버린 셈이다. 물론 벌써 미국측의 협박이 시작됐다는 부산을 떠는 해석도 가능하다.
화이자의 공장철수 관전포인트는 부지이전을 통한 막대한 부동산 수익 여부정도로 일단 제한하고 싶다. 또 굴지의 다국적사가 생산인력 감원관련 적절한 조치를 진행했는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높은 인건비 등은 생산기지로서의 한국이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 만으로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 원료는 모두 다 수입해 찍어내는 수준의 공장으로 구조조정의 대상도 있었고 다국적제약사간 합병에 따른 교통정리과정 등 그 이유는 다양하다.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다국적제약사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이 과정에 자급자족적인 각국의 영세공장은 정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며 “생산비 상승이나 강성노조, 정부규제 등이 철수의 공통분모로 풀이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미 공장을 철수한 다국적사측도 “항암제 공장의 경우 다른 제품 생산이 불가능하고 이부분의 사업이 축소되면서 매각하는 과정을 진행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공장보유사인 얀센은 생산설비를 확대하고 수출까지 진행하고 있으며 베링거잉겔하임도 매년 10억여원씩 설비투자를 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공장철수시 염두해 둔 부분은 분명히 있다. 국내생산시 눈에 들어오는 혜택도 없고 워낙 영업이 탄탄한 국내사와 경쟁하려니 생산조직보다는 영업부분 강화와 제휴가 더 맞아 떨어진 구석이 있다. 또 규제완화와 약가정책 변화에 있어 국내생산 보다 수입이 더 탄력을 갖는다.
의사 수요는 급증...임상 강화
앞 다투며 공장을 철수하는 모습과는 달리 고급인력인 근무의사의 수는 대거 늘리고 있다. 아시아지역내 가장 많은 의사를 보유한 다국적제약사도 생겨나면서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의 한국유치까지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50명 수준이던 제약사 근무 의사 수는 올 상반기에만 60명을 넘어섰고 올해 안에 70명 돌파가 유력하다. 20년 가까이 한명 두명씩 차근차근 증가했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GSK, 사노피-아벤티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BMS, 노바티스, 릴리 등 공장철수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학술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의사인력 보강에 나선 이유는 학술강화와 임상시험의 국내 유치 등 R&D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부터 급격히 증가했다.식약청 05년 승인건수는 185건으로 이중 다국적사 95건, 국내사 90건이다.
업체수로 다국적사 28곳과 국내사 400곳지만 다국적사 임상이 더 많다. 이게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이다.
화이자는 국내생산 중단과 달리 다국가 임상 국내유치수는 2002년 3건에서 2004년 7건, 2005년 22건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진행되는 임상과 향후 예상건을 포함 43건의 임상을 진행한다.
임상시험 선두다툼을 벌이는 GSK도 지난해 24건의 임상시험을 진행한 바 있으며 올해도 그 수를 대폭 늘린다. 두피치료와 관련해서는 국내 단독시험도 진행된다.
노바티스는 아예 오병희교수와 김선우교수를 다국적 3상시험 총과연구책임자로 선출하고 2010년 국내유치 다국적 임상시험수 100개, 5년투자 누계액 500억원을 목표로 삼았다. 세계 10위 임상국가라는 야심찬 계획도 내놓았다.
아스트라제네카도 크레스토 관련 임상 등 추가임상을 계획중이고 얀센은 올해 임상에만 100억을 쏟아붓는다.
우수한 의료진 활용...마케팅은 덤
국가적으로 임상시험센터를 육성하는 정부시책이 뒷받침되면서 신약개발에 있어 다국적제약사에는 임상시험에 있어 매력있는 시장으로 한국이 떠오르고 있다.
한국노바티스의 고재욱 전무는 “임상시험은 비용적인 측면보다는 의료진의 수준과 신속·정확한 결과 도출이 중요하다” 며 “한국이 저렴하기 때문에 임상이 늘고 있지 않으며 실제 한국의 임상비용은 매우 높은 축에 속한다”고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설명한 바 있다.
이에대해 다국적제약업계는 워낙 집약적인 의료시장 구조이고 임상대상자들의 교육수준도 높아 임상시험의 조건의 좋다는 비슷한 의견이다. 여기에 저수가인 구조에서 병원들이 임상시험에 매우 적극적인 자제를 갖는다.
그렇다고 임상시험 등 R&D 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마냥 반길만한 사안은 아직 못된다. 아직 3상 4상 임상이 대부분이고 2상임상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이로 실제 임상병실을 갖추고 전임상, 1상 등 신약개발초기부터 적극적인 참여까지는 갈길이 멀다.
또 임상시험의 증가는 다국적제약사 입장에서는 하나의 마케팅 수단이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의사 스스로 임상까지 진행하고 이를 검증까지 한 의약품을 놔두고 제네릭을 처방하기는 사실 어렵다.
다국적제약사 한 관계자는 “마케팅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영업만을 위해 임상시험을 강화하고 있다는 방식의 해석을 곤란하며 한국의 분명 임상부분에 매우 다양한 장점을 갖는다”고 밝혔다.
특히 우수한 의료진과 임상대상 등 아태지역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부작용을 견지하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생산기지로서의 역할보다는 임상 등 R&D의 전진기지로 더 효용성을 내다보면서 다국적제약사는 국내시장 공략에 전략을 수정중이다. 정부와 의료계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다국적제약사를 활용,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국내 의료의 수준을 한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
또 세계화를 꿈꾸는 국내제약사 입장에서도 다국적제약사의 행보는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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