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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이라 하기엔 너무나 모험적인 세브란스

안창욱
발행날짜: 2006-06-16 12:18:45

어린이병원 적자 우려 불구 수입감소 뻔한 합동진료 착수

15일 개원한 연대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원장 김덕희)이 진료의 질은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지만 진료수입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합동진료’라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도입해 주목된다.

특히 이 시스템은 어린이병원이 적자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진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여서 성공할 경우 국내 의료시스템 변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은 15일 또 하나의 리틀 세브란스라고 할 수 있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을 개원했다.

어린이병원은 지하 1층, 지상 10층에 모두 280병상으로 기존 별관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어린이병원은 외래진료실 17실, 검사실 5실, 신생아중환자실 35병상, 무균실 9병상, 준무균실 11병상, 산모병상 35병상, 분만실, 불임클리닉, 병원학교가 들어와 있다.

어린이병원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은 교수직만도 모두 30여명이며, 이들은 대부분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 유학했으며, 어린이 질환을 호흡기, 혈액종양, 중추신경계 질환 등으로 세분화해 진료전문화에 나선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전문클리닉 시스템 도입이다.

전문클리닉은 3개 이상 진료과 전문의가 긴밀한 협진을 하는 것이 특징이며, △소아암 전문클리닉 △간질 전문클리닉 △뇌성마비 전문클리닉 △배뇨장애 전문클리닉 △발달장애 전문클리닉 등 5개가 신설됐다.

어린이병원은 “간질의 치료성적은 미국의 존스 홉킨스병원의 연간 30례에 버금가며, 뇌성마비, 배뇨장애 치료를 받기 위해 동남아, 동북아 지역 등에서 찾아올 정도로 치료수준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2개 진료과가 협진하는 특수클리닉도 △고위험 신생아 △성장&비만 △배변장애 △모야모야병 △유전대사질환 △성폭력 피해 아동치료 클리닉 등 6개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발달장애 전문클리닉은 국내 처음으로 환자중심의 원스톱 합동진료에 들어갔다.

합동진료는 신경과, 재활의학과, 정신과 전문의 각 1명씩 모두 3명이 한 진료실에서 발달장애 환자를 진료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발달장애 질환의 특성상 환자가 여러 진료과를 다녀야 하는 불편을 줄이고, 타 진료과 전문의가 기록한 의무기록에 의존해야 했던 기존 진료방식의 단점을 보완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어린이병원은 “환자의 표정, 태도 등 세밀한 정보를 3명의 전문의가 동시에 파악하고, 각자의 의견을 종합해 치료와 진단을 내릴 수 있어 환자치료에 매우 효과이며, 환자들에게도 진료시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 전문클리닉은 신경과 김흥동, 이준수 교수, 재활의학과 박은숙 교수, 정신과 송동호, 신의진 교수가 참여하며 일단 화요일 오후 1차례 시범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문제는 이같은 합동진료 시스템이 환자의 만족도나 진료의 질적 측면에서는 획기적이지만 진료수입 측면에서는 오히려 불리하다는 점이다.

이는 동일환자가 동일상병으로 같은 날 3명의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으면 진찰료는 1회만 산정할 수 있어 그만큼 진료수입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데 기인한다.

심평원 관계자는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협진수가가 인정되지만 외래의 협진이나 합동진료는 진료비를 의사 수만큼 산정하는 게 아니라 한사람이 진료한 것으로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아 관련 수가가 낮게 책정돼 있어 서울대 어린이병원도 매년 5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역시 이런 수가체계로 인해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상황에서 진료비가 불리한 합동진료라는 선진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지훈상 연세의료원장은 15일 봉헌식에서 “난치성 소아 및 청소년 질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진문진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도 “어린이병원을 개원하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며 쉽지 않은 결심이었음을 내비쳤다.

지 의료원장은 “사회적, 국가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앞으로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면서 “연세의료원은 질병을 치료하는 소명이 있으며, 선진 의료시스템을 도입해 세계적 어린이 허브병원으로 도약하자”고 강조했다.

김덕희 원장은 “어린이 전문치료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면서 “어느 특정 의사, 병원으로 전국의 환자들이 몰리는 국내 현상을 좀 더 환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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