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대로 좋은가?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의료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암 환자 등에 대한 본인부담금 일정부분 감액으로 인해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가속화되고, 이에 따라 병원급 이상의 급여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 재정적자와 그로 인한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인한 의료계 전반의 변화를 짚어보고, 의료계와 국민 모두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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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보장성 강화 후폭풍..재정적자 재현되나
(중) 급여중심 정책, 의료체계 혼란만 부른다
(하) 의료계-정부-국민, 상생을 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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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장성 강화라는 다소 버거운 첫발을 내디딘지 어느덧 1년이 다되어 가고 있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의료계 전반에 걸쳐 크고 작은 부작용들이 노출되기는 했지만 보장성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것이 다수 의견.
의료계 관계자들은 보장성 강화정책이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정부-의료계-국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개발, 건보재정 안정화 등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급여비 중심' 정책서...'의료 질' 고려한 정책으로
병원계는 무엇보다 급여비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정책에서 탈피해 의료의 질과 의료전달체계 등을 고려한 정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허대석 교수는 "현재 대형병원 쏠림현상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정부의 보장성 정책이 너무 급여비, 즉 비용적인 측면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비용 효과성, 의료전달체계, 질 표준화 등 원칙을 정하지 않고서는 정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보장성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극단적 예로, 현행 체제안에서는 의료접근성이 좋은 환자의 경우 적은 본인부담금으로 계속해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지만, 반대로 저소득층 등 접근성이 나쁜 환자는 하나의 경우에는 하나도 나아질 것이 없다"며 "원칙을 정해서 의료자원을 균형적으로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급여비 통제 시스템도 너무 공급자 측면에만 치우쳐 있다"고 지적하고 "의료쇼핑 등 폐해가 우려되는 만큼 소비자의 적절한 의료이용을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단순히 의료비를 깎아주는 것만으로는 의료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다"며 "눈 앞의 성과를 내는 것에 치우쳐 출혈성·선심성 정책을 펴다보면 민심, 재정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의료계-국민 동반자적 인식 가져야
아울러 병원계 관계자들은 정책 우선 순위에 대한 고민을 통해 정부-의료계-국민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들은 정책 결정과정에 의료계 및 가입자 단체의 참여를 보장해 동반자적 인식을 갖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의사회 최안나 이사는 "정부 정책이 의료현장을 왜곡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며 "이 경우 오히려 정부정책으로 인해 의료계와 국민사이의 불신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이사는 "보장성 강화로 급여화된 부분을 피해 의료계가 편법을 일삼고, 비급여를 늘린다면 하나마나 한일이 되지 않겠나"라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올바른 정책이 세워지고, 지켜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실련 관계자는 "보장성 강화정책에 가장 크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소비자"라며 "따라서 이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 결정과정에서 건보 가입자 단체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서는 정부가 내놓을 것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S의원 관계자는 "의료계는 그동안 정부에 너무 많이 속아왔고, 그 피해의식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의료계의 믿음을 갖길 원한다면 정부가 먼저 적당한 타협점을 내놓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먼저 의료계와 믿음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적정한 합의점을 도출, 의료계와 정부가 진정한 파트너 새로운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안정화로 장기적 정책 추진...'파이 키우기' 급선무
아울러 보장성 강화정책 체계적, 장기적으로 추진해나가기 위해서는 재정 안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이형석 교수는 "보장성 강화가 재정적자로 이어지고, 마땅한 신규재원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아랫돌 빼어 윗돌괴기'식으로 그 만큼의 재정부담을 다른 부분에 전가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수진자 보험료 인상에 실패할 경우 의약분업 당시처럼 의료계에 책임을 전가할 것이 뻔한 일"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보장성 범위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정화가 우선"이라며 "보장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면 건강보험의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경실련 김동영 간사는 "건보재정 확충 특히 정부부담금 확충이 급선무"라며 "이어 철저한 비용 예측을 통해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간사는 "건강보험 보장성은 앞으로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며 "민보도입, FTA 등 위기의식 고조되는 상황에서 보장성 강화만이 건강보험의 존립 가치를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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