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의료산업 수출의 허와 실
정부가 올해 해외환자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예산 지원과 함께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어서 의료산업 수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국내 의료기관들 역시 수익성과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를 위해 외국 환자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풀어야할 과제 역시 적지 않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무한한 해외 의료시장, 성형·한방만 고집
<하>해외환자 규제 완화해야 황금알 낳는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가톨릭대 성모병원의 조혈모세포이식센터는 아시아 최고일 뿐만 아니라 세계 4대 병원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렇다면 성모병원에서 백혈병을 치료하기 위해 들어오는 외국인은 얼마나 될까.
연간 100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게 병원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이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고,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 “의료산업을 우리나라 차세대 유망 수출사업으로 키우겠다”고 정부가 공언하고 있지만 성모병원 사례만 놓고 보더라도 의료수출국으로 가는 길은 결코 간단치 않다.
당장 대학병원들은 정부의 비전이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모대학병원 관계자는 5일 “싱가포르만 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의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말만 앞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해외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진입장벽도 터무니없이 높다는 게 의료기관들의 지적이다.
성모병원을 예로 들면 중국의 백혈병 환자를 국내에 입국시키기 위해서는 초청장 외에 신원보증까지 해야 한다. 환자가 치료후 귀국하지 않고 불법체류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성모병원 관계자는 “성모병원에서 치료하기를 희망하는 외국환자들은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권에서 적지 않지만 이들을 데려오려고 해도 병원에 신원보증을 요구하고 있어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세브란스병원 대외의료협력본부장인 안영수(약리학) 교수 역시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규제완화를 꼽았다.
안 교수는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환자를 유치하려고 해도 비자가 잘 발급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비자발급을 간소화하는 등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 의료법상 환자 유인 및 알선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안 교수는 “외국환자를 들여오는 에이전트에게 소정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렇게 하면 현재로서는 의료법 위반이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며, 규제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국환자들이 내한할 때 한국대사관에서 초청장 외에 치료후 중국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보증하기 위해 병원에 신원보증을 요구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법무부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체류 가능성이 있는 일부 환자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신원보증을 요구하고 원칙적으로 초청장만 있으면 입국을 허가하는 방향으로 올해 상반기중 제도개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현재 의료법 개정안에 해외 환자 소개 및 알선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추진중이지만 의료계가 개정안 중 다른 사안에 반대하고 있어 조속히 시행될지 불투명한 상태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 전면개정안에 여행사를 통해 국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소개, 알선료를 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지만 시행 시기는 다소 유동적”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해외환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성모병원 관계자는 “외국 백혈병환자들이 우리나라에 오더라도 이들과 보호자들이 머무를 수 있는 숙박시설 등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정부가 백혈병이나 장기이식 등 중증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유망분야를 선정해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완화 못지 않게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보가 중요한데 복지부 전담공무원이 전무할 뿐 아니라 보건산업진흥원조차 담당자가 극소수에 불과해 황금알을 낳는 해외환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과감하게 인력을 늘려 의료기관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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